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30일 오후 2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일본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를 치렀다.

대표팀은 이날 선발투수로 우완 최원태를 내세웠다. 타선은 이정후(중견수)-김하성(유격수)이 테이블 세터로 나섰고, 김재환(지명타자)-박병호(1루)-안치홍(2루)이 중심타선을 맡았다. 하위 타순은 김현수(좌익수)-양의지(포수)-손아섭(우익수)-황재균(3루)이 이어 받았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기회를 만들었다. 1회 첫타자 이정후가 범타로 물러난 1사에서 김하성이 중전 안타 이후 김재환의 타석에서 와일드피치로 2루까지 진출했다. 김재환-박병호로 이어지는 거포 라인이 선취점을 올릴 밥상이 차려졌지만, 김재환은 상대 선발 우완투수 사타케 가츠토시의 노련한 포크볼에 삼진을 당했고, 박병호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날 선발로 나선 최원태는 KBO리그에서의 활약(23경기 13승7패 ERA 3.95)을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어갔다. 1회 첫 타자 아사히부터 공 6개로 기분 좋은 삼진을 만들어냈고, 2번 쇼지를 유격수 땅볼, 3번 코지도 삼진으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1회를 마쳤다.

2회초에도 타자들은 안타는 때려내지만 득점권 타율을 높이지 못했다. 6번 타자 김현수 1사에서 중전 안타, 1사 1루 상황에서 양의지가 상대 투수의 빠른공을 깔끔하게 잡아당겨 좌익수 앞 1루타를 뽑아냈다. 1사 1, 2루의 기회가 왔지만 손아섭과 황재균이 뜬공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놓쳤다.

 

마운드에선 최원태의 호투와 박병호가 몸을 날리는 슈퍼 수비로 무실점을 이어갔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이 다소 들쑥날쑥했지만 이에 적응한 최원태는 일본타자들이 까다로워할 만한 공을 뿌려댔다.

한바퀴 타순이 돌자 한국 타자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0의 행진이 이어지던 3회초, 2번 타자 김하성이 1사 상황에서 타석에 올랐다. 1스트라이크 2볼까지 공을 지켜본 김하성은 상대 선발 사타케 가츠토시의 떨어지는 공을 어퍼스윙으로 퍼올려 좌중간을 넘어가는 120m짜리 홈런을 쳐냈다.

이어 3번타자 김재환이 2루수 땅볼로 물러난 2사 상황에서 ‘대한민국 4번타자’ 박병호가 1스트라이크 1볼 상황에서 중견수 뒤로 크게 넘어가는 비거리 125m짜리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 다소 부진했던 박병호가 자신의 이름값을 확실히 증명해낸 한 방이었다.

2-0으로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호투하던 최원태를 내리고 3회부터 막강 불펜진을 가동시켰다. 이용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용찬은 2사 1, 3루의 위기에 내몰렸지만 노련한 피칭으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마운드의 호투에 타선도 힘을 냈다. 4회초 2사에서 황재균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115m짜리 홈런을 때려냈다. 딱 소리가 나자마자 홈런을 예상케하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이후 이정후가 우익수 앞 단타, 김하성이 풀카운트 볼넷으로 2사 1, 2루를 만들며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3번 타자 김재환이 중견수 뜬공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가 중반에 들어선 5회초에도 타자들이 호타를 이어갔다. 첫 타자로 들어선 박병호가 좌중간 안타, 안치홍이 중견수 앞 안타를 치며 무사 1, 2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김현수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포수 양의지가 우익수 방면 안타로 박병호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1사 2, 3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이어 손아섭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안치홍의 득점을 도우며 5-0으로 달아났다.

클리닝타임 후 시작된 6회초에도 안타 행진을 이어갔지만 득점엔 실패했다. 이정후가 유격수 송구 실책으로 1루에 안착했고, 박병호의 안타로 2사 1, 3루를 만들었지만 안치홍이 공략한 초구가 내야에서 높이 뜨며 추가점을 올리는 데엔 실패했다.

하지만 6회말 잘 던지던 이용찬이 다소 흔들렸다. 1번타자 쯔지노를 범타처리했지만 2번 키타무라, 3번 치카모토에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용찬은 4번타자 사사가와 코헤이를 상대로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1점을 내주고 2사 1루에서 최충연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최충연은 특유의 빠른공으로 5번 키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불을 껐다.

 

6회까지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던 한국은 7회 바뀐 투수 좌완 타카하시의 공에 적응하지 못했다. 7회 김현수-양의지-손아섭이 범타로 물러났다. 넉 점차의 안심할 수 없는 경기에서 불안감이 가중됐다.

8회 안타까운 상황도 연출됐다. 두 번째 타자로 들어선 ‘좌완 킬러’ 이정후가 우중간 1루타로 1사 1루의 기회를 이어갔지만 김하성의 적시타가 오심으로 파울이 되며 추가 득점이 아쉽게 날아갔다. 이후 김하성은 좌익수 뜬공, 타격감이 가라앉은 김재환은 삼진으로 돌아섰다.

경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8회말 한국은 최충연이 선두타자 아오야기에게 6구때 직구 승부에서 1루타를 맞자 투수를 함덕주로 교체했다. 이번 경기 첫 좌완투수를 기용하며 상대의 눈을 혼란스럽게 만들겠다는 선동열 감독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1사 1루 상황에서 키타무라가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1사 1, 3루로 위기를 맞았다. 중견수 박해민이 공을 잡으려다 미끄러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95년생 함덕주가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장기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이 빛을 발했다. 상대 타자들은 무기력하게 방망이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함덕주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든든히 마무리하며 한국의 1승을 책임졌다.

결승 진출이 불투명했던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본에 5-1 승리를 거두며 결승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오는 31일 중국과의 일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자력으로 금메달을 노릴 수 있게 된다. 과연 쾌조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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