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모로 드라마틱한 9월의 첫날이었다.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폐막식 전날인 1일, 특이하게도 4가지 구기종목에서 한일전이 성사됐다. 그리고 승리 축포가 4번 터졌다. 

물론 일본에 패한 경기도, 일본 아닌 다른 나라에 진 경기도 있었다. 정구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아쉽게 일본에 패했고, 여자농구 단일팀도 중국에 져 은메달을 땄다. 남자배구는 이란에 지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유도 혼성 단체전에서는 석연치 않은 규정 해석 속에 ‘찜찜한 패배’가 나와 스포츠 팬들을 분하게 했다. 

그러나 역시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이 가장 많이 입방아에 오른 아시안게임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4가지 구기 종목에서의 명장면들을 결산해본다.

 

★남자축구, 연장혈투 끝 금메달…광고판-산책 세리머니 명장면

 

1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첫 골을 넣은 이승우가 광고판 위에 올라가 '들리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끝난 뒤에도 가장 화제를 모으는 것은 ‘대미’를 장식한 남자축구다. 천신만고 끝에 병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손흥민의 미소와 선수단의 태극기 세리머니 등 볼거리가 많았지만, 두 골의 주인공들이 펼친 세리머니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후반 정규시간 내내 골까지 마무리를 짓지 못하며 0-0 무승부를 이어가던 한국은 연장전에 돌입해서 3분 만에 골을 터뜨렸다. 첫 골의 주인공 이승우는 광고판을 밟고 올라가 귀에 손을 대고는 ‘들리냐’는 듯한 포즈를 취했는데, 이승우가 밟은 광고판은 하필 일본 기업인 ‘도요타(TOYOTA)’의 것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어서 연장 전반 11분 멋진 헤딩으로 쐐기골을 터뜨린 황희찬은 2010년 한일전에서 대선배 박지성이 선보인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해 다시 한 번 일본의 콧대를 눌렀다. 

 

★야구, 냉담한 반응 속에서도 금메달…”논란 알고 있다”

 

1일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선동열 감독과 야구 대표팀. 사진=연합뉴스

 

실업팀 선수들로 꾸려진 대만에 첫 경기부터 충격패를 당했지만, 이후의 승리 행진으로 무난하게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도 마지막 상대는 일본이었다. 이미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을 5대1로 누른 바 있는 한국은 1일 열린 결승전에서 다시 일본과 만나 3대0 승리를 거뒀다. 

일부 선수들의 병역 기피 논란으로 ‘은메달 기원’을 받아 온 야구 대표팀은 대회 3연패를 이루며 바라던 금메달을 땄지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대회에 앞서 “금메달을 따면 논란도 가실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팀 박병호는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금메달을 땄지만 많은 선수들이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가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말했다. 

 

★여자배구, 일본 누르고 동메달…김연경 ‘눈물’ 

 

1일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 승리 뒤 포옹으로 기쁨을 나누는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대회 2연패는 좌절됐지만,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 여자배구 대표팀은 ‘에이스’ 김연경의 32득점 활약에 힘입어 세트스코어 3대1(25-18 21-25 25-15 27-25)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표팀에서 뛴 기간이 생각나는 듯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배구에서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의심될 정도로 신체 조건 및 운동 능력, 투지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연경도 올해 나이 만 30세다. 4년 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출전이 불투명한 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물론 1980년생,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이번 아시안게임 세터로 출전한 이효희도 있지만, 공격수 포지션인 김연경은 이제 선수 생활 후반기다. 모든 것을 쏟아낸 김연경의 눈물은 그 자체로 팬들의 심금을 울린 명장면이었다.

 

★정구, 남자 단체전 금메달…’구기종목 금 4개 완성’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딴 남자 정구 대표 김진웅(왼쪽). 사진=연합뉴스

 

비인기 종목이지만 아시안게임에선 빼놓을 수 없는 효자종목 정구에선 1일 남녀 단체전 결승 상대가 모두 일본이 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결과적으로는 남자 단체전에선 한국이, 여자 단체전에선 일본이 승리했다. 

앞서 남자 단식에서 우승해 입대 20일을 남기고 병역특례를 얻은 김진웅은 단체전(2복1단식)에서도 단식에 출전, 일본의 후네미쓰 하야토를 4대2로 꺾어 승리에 공헌했다. 그는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대회 2관왕이 되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또 이날 펼쳐진 구기 종목 한일전 승리 중 하나를 장식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아쉽게도 이어 열린 여자 단체전에선 첫 복식 경기 패배 후 단식의 김지연이 승리하며 남녀 동반 금메달을 노렸으나, 이어 출전한 복식에서 지면서 1대2 패배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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