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라는 가을, 충무로와 안방 극장에서도 작품이 풍년이다. 매달 신작이 쏟아지는 요즘 동시기에 두 작품 이상을 선보이는 배우들이 있다. 그야말로 소처럼 일하는 배우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존재감을 세우는 한편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다. 이번 가을을 '하드캐리'하는 다작 배우들을 소개한다.

 

현빈 – 영화 '협상', '창궐'

영화 '협상'(왼쪽)과 '창궐'의 현빈

자타공인 특급 미남스타이자 ‘흥행킹’ 현빈이 올 가을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사극과 현대물을 넘나드는 캐릭터 곡예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범죄오락영화 ‘협상’(감독 이종석)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12시간 안에 인질범 민태구를 멈추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현빈은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로 악역에 도전, 광기 어린 웃음과 싸늘한 눈빛으로 소름을 돋운다. 10월에는 한국영화 최초로 아시아·유럽 동시 개봉을 확정지은 액션 블록버스터 ‘창궐’(감독 김성훈)로 출격한다. 야귀(夜鬼)가 창궐한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 역을 맡아 절대악 김자준(장동건)과 혈투를 벌여나간다. 극중 현빈은 장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시선을 압도한다.

 

한지민 - 드라마 '아는 와이프', 영화 '미쓰백'

사진=영화 '미쓰백'

한지민의 2018년은 '파격 변신'이다. 당초 한지민은 드라마 '경성 스캔들', '이산', '옥탑방 왕세자' 등을 통해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쌓아 왔다. 영화 '역린', '밀정'에서는 이와는 다른 이미지를 펼쳤으나 한지민하면 '러블리'가 먼저 따라오는 건 여전했다.

그러던 그가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와 영화 '미쓰백'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아는 와이프'에서는 극 초반, 팍팍한 삶에 치여 히스테릭하고 날카롭게 변한 서우진 역으로 분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오는 10월 개봉하는 영화 '미쓰백'에서는 한 층 더 나아갔다. 한지민은 주연인 미쓰백 역을 맡아 길거리 인생을 사는 거친 인물로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영광 – 영화 ‘너의 결혼식’ ‘원더풀 고스트’, 드라마 ‘나인룸’

사진=싱글리스트 DB

두 달 사이 무려 3연속 출장, 대단한 열일이다. 김영광은 지난달 개봉한 로맨스영화 ‘너의 결혼식’으로 200만 고지를 목전에 둔 가운데 오는 26일 범죄 코미디영화 ‘원더풀 고스트’(감독 조원희)로 관객과 만난다. 유도관장 장수(마동석)에게 착 달라붙은 의욕과다, 원칙주의 경찰 출신 고스트 태진 역이다.

3일 뒤인 29일부터는 tvN 새 토일드라마 ‘나인룸’에서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의 연인이자 사건의 열쇠를 쥔 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유진으로 안방극장에 출격한다. 첫사랑이 끝사랑이라고 믿는 순정 직진남 우연으로 출발해 열혈 고스트, 미스터리한 의사로 드라마틱한 워킹을 시도하는 '톱모델 출신' '187cm 특급 비주얼 장착' 김영광에게 2018년은 분명 ‘황금기’이다.

 

주지훈 -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공작', '암수살인'

사진=영화 '암수살인'

하반기 충무로 주역 중 한 명은 주지훈이다. 먼저 지난 8월 1일에는 '신과함께-인과 연'을 통해 관객을 만났다. 영화에서 주지훈은 천 년 전 기억을 찾고 싶은 저승차사 해원맥으로 인간적이면서 카리스마 있는 매력을 뽐냈다. 영화는 전작에 이어 천만 관객을 기록했다.

이어 같은 달 8일에는 '공작'을 통해 경계를 놓지 않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을 연기, 속물적이면서 허당 같은 면모를 지닌 인간상을 그렸다. '공작' 역시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주지훈의 욕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는 10월에는 '암수살인'으로 스크린을 또 한 번 물들인다. 신작에서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파격 변신을 꾀하고 있다.

 

조승우 - 드라마 '라이프', 영화 '명당'

사진=영화 '명당'

조승우는 최근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에서 묵직한 존재감의 인물 구승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모으고 있다. 그는 의사의 신념을 중시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예진우(이동욱)와 부딪히며 ‘사업가’ ‘기업인’으로서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남다른 냉철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론 인간적인 면모까지 드러내며 브라운관을 호령하고 있다.

이어 조승우는 오는 추석 극장가에 찾아오는 ‘명당’(감독 박희곤)에서는 ‘라이프’ 속 모습과는 사뭇 다른 묵직한 감정 여기를 예고했다. 그는 땅의 기운을 읽어 운명을 바꾸려는 천재 지관 박재상 역으로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 사이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서있는 인물이다. 과연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조승우가 TV에 이어 영화에서도 히트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지성 - 드라마 '아는 와이프', 영화 '명당'

사진=영화 '명당'

지성은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특유의 유쾌함을 드러내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적당한 스펙, 은행원이라는 적당한 직장, 적당한 처세와 적당한 허세를 부릴 줄 아는 대한민국의 평균남 차주혁 역을 맡았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과거로 돌아가 운명이 바뀐 가운데, 옛 아내 서우진(한지민)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짙은 후회에 빠지는 웃픈 캐릭터를 맡았다.

지성도 조승우와 함께 ‘명당’에 출연한다. 극중 땅으로 왕을 만들려는 몰락한 왕족 흥선 역을 맡았다. 더욱이 기존 사극들에서 흔히 다뤄왔던 '흥선대원군'이 아닌 젊은 시절의 모습을 그려 독특하다. 2014년 영화 ‘좋은 친구들’ 이후 드라마에만 매진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떠올랐던 그가 이번엔 박스오피스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흥행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재욱 - 영화 '나비잠', 드라마 '손 the guest'

사진=드라마 '손 the guest'

배우 김재욱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오는 6일 개봉하는 정재은 감독의 신작 ‘나비잠’으로 약 2년만에 스크린 복귀를 알렸다. 영화는 기억을 읽어가는 작가 료코(나카야마 미호)와 작가지망생 소찬해(김재욱)가 함께 마지막 소설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감성 멜로다. 김재욱은 극 중 팍팍한 유학생활에 꿈을 잃은 캐릭터의 공허함을 특유의 나른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로 그려내 몰입도를 높였다.

김재욱은 이어 오는 12일 OCN에서 첫 방송되는 ‘손 the guest’에서 구마사제 최 윤 역을 맡아 연기 바운더리를 확장시킨다. 시니컬하고 냉정한 구마사제로 변신한 김재욱은 감정이 마른 듯 차갑게 굳은 표정, 엄숙한 모습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눈빛까지 세밀하게 캐릭터를 그려낼 예정이어서 첫 방송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 특유의 다크한 아우라가 안방극장도 물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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