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대형 스포츠 축제의 열기를 이어온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2일 막을 내렸다. 

지난달 18일 개막한 아시안게임은 개막일 전부터 일부 인기 구기종목들의 조별리그 일정이 시작되면서 일찌감치 예열을 거쳤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인 축구 스타 손흥민이 포함된 남자축구 대표팀의 금메달과 병역특례 획득 여부는 대회 기간 내내 최고의 관심사였다. 

 

3일 귀국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 와일드카드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그런 가운데,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남자축구 대표팀이 한국의 토너먼트 상대가 된 가운데 박 감독 외에도 의외로 해외에 진출한 한국인 지도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또 올림픽 종목이 아닌 ‘불모지’ 또는 이름조차 여전히 생소한 이색 종목에서의 메달 소식 또한 눈길을 끌었다. 대회 기간 동안 ‘수다 타임’을 즐겁게 해 준 화제거리 3가지를 돌아본다. 

 

★금메달과 군메달 사이…’개선 필요’ 목소리도 높아

 

일본과의 결승전 뒤 관중석을 보며 환호하는 손흥민. 사진=연합뉴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남자축구가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것은 것은 사실 표면적인 과제였다. 모든 관심은 ‘손흥민이 군대 갈 것인가’에 쏠렸다.

물론 이번 대표팀에는 ‘월드컵 스타’ 조현우와 ‘가성비 갑 공격수’ 황의조 등 와일드카드들과 젊은 해외파들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미 앞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의 병역특례 기회를 놓친 손흥민은 늘 화제의 중심이었다. 

외신들도 커리어 전성기에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손흥민에 대한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상대적으로 금메달 가능성이 훨씬 야구 대표팀 중 일부 선수들이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이며 비난받자 “병역기피 선수 말고 손흥민을 야구 경기 때 잠시만 출전시켜라”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결론적으로 남자축구와 야구 모두 결론은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 의무인 병역을 면제해 주는 것이 일종의 특혜로 작용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병역특례’라는 제도가 스포츠의 본질과 감동을 흐리게 만든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불모지’ 이색 종목-e스포츠 메달 ‘눈길’ 

 

파란을 일으키며 은메달을 따낸 남자 카바디 대표팀. 사진=연합뉴스

 

누구나 올림픽 종목으로 아는 양궁, 펜싱, 유도 등이 아니라 아시안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종목들에서 빈약한 저변을 딛고 메달들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효자 종목’은 커녕 여전히 이름도 생소한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 감동을 줬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뒤 남녀부에서 모두 한 번도 정상을 놓친 적 없는 인도를 조별리그에서 격파하고, 결승전에서 이란에 져 은메달을 딴 남자 카바디 대표팀이나, 두 개의 메달(여자 팀 레구 은, 남자 레구 동)을 확보한 세팍타크로 등이다.

 

28일 여자 세팍타크로 인도네시아전에서 뛰고 있는 박선주(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또 주짓수에서는 여자 62kg급 성기라가, 패러글라이딩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여자 단체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다. 둘 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됐고,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종목들이다.  

 

시범종목으로 처음 도입된 e-스포츠에서도 금메달(스타크래프트 2)과 은메달(리그 오브 레전드)을 하나씩 가져왔다. 정통 스포츠 팬들에게는 관심 밖이었지만, 최신 트렌드에 익숙한 신세대들을 중심으로는 엄청난 화제성을 자랑했다.  

 

★박항서 감독 말고도…해외 간 한국인 지도자들 

 

베트남 거리에 서 있는 박항서 감독의 입간판이 인기를 입증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남자축구와 준결승에서 만나 조국에 칼을 겨눠야 했던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쌀딩크’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드라마틱한 인생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사실 한국인 지도자들이 해외로 진출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타국 대표팀을 이끈 사례들이 꽤 있었다.

특히 박항서 감독이 있는 베트남에는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베트남 사격 대표팀을 이끌며 10m 공기권총 혼성 경기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만든 박충건 감독을 비롯해 펜싱의 신무협 감독, 태권도의 김길태 감독, 양궁의 김선빈 감독 등 많은 한국인 지도자들이 있어 ‘지도자 한류’라는 말을 만들었다. 

 

일본 배드민턴을 이끄는 박주봉 감독. 사진=연합뉴스

 

또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끄는 박주봉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조국과는 매우 비교되는 큰 성과를 냈다. 일본 배드민턴은 여자 대표팀의 단체전 우승을 포함해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를 따냈다. 반면 올림픽에서도 경쟁력이 있던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에서 40년 만에 ‘노메달’을 기록해 눈물을 삼켰다.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악수하는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으로 아시안게임에 모습을 드러낸 왕년의 야구스타 이만수 감독의 변신도 화제였다. 한국에 비하면 ‘야구 신생아’나 다름없는 라오스 야구 대표팀은 이번이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 4년 동안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해 아시안게임 첫 출전까지 교두보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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