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주춤하던 일본영화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 여름 국내 극장가엔 다양한 일본 영화들이 장르별로 출격해 즐거움을 예고했다. 특유의 아련한 스토리와 부드러운 화면으로 마니아층은 물론 일반 대중 까지 유혹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홍수 속에 국내 박스오피스를 파고드는 일본영화를 만나보자.

 

1. ‘태풍이 지나가고’ - 가족 드라마

 

‘태풍이 지나가고’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 채 유명 작가를 꿈꾸며 가족에겐 소홀한 사설탐정 료타(아베 히로시)의 모습을 그린다. 스스로를 ‘대기만성형’이라고 자위하는 그가 태풍이 휘몰아친 밤, 헤어졌던 가족과 함께 예기치 못한 하룻밤을 보내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6번째 칸국제영화제 진출작으로 이번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고레에다 감독이 곧잘 자신의 어머니 모습을 투영하는 키키 키린과 명품 배우 아베 히로시가 ‘걸어도 걸어도’에 이어 모자 관계로 손발을 맞춘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파트 또한 감독이 19년 간 살던 곳으로 ‘자전적 요소’가 가미돼 있다. 러닝타임 1시간57분. 12세 관람가. 28일 개봉.

 

2. ‘일본패망하루전’ - 전쟁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진 일본은 연합군으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요구 받는다. 하지만 항복 반대를 주장하는 군부의 압력에 일본내각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다. 8월14일 정오, 일왕의 항복 선언이 결정됐지만 내부에서 종전을 서두르는 무리와 항복 선언을 막으려는 무리간 충돌이 발생하고 마는데...

‘일본패망하루전’(감독 하라다 마사토)은 종전 24시간 동안 일본 내각의 충돌과 일왕 및 군부세력의 심리적 감정선을 섬세하고 강렬하게 그려냈다. 일본이 전 세계에 저지른 만행의 끝이 비참한 몰락으로 귀결함을 증명한다. 평화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 국가’로 변신을 꿈꾸는 일본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 러닝타임 2시간16분. 12세 관람가. 8월11일 개봉

 

3.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 공포

 

전직 형사이자 범죄심리학 교수인 다카쿠라(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이사 후 알게 된 이웃 니시노(카가와 테루유키)에게서 섬뜩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6년 전 ‘히노시 일가족 실종 사건’을 추적하던 다카쿠라에게 니시노의 딸 미오(카와구치 하루나)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는데... “그 남자 우리 아빠 아니에요.”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은 평범한 이웃이 괴물로 바뀌는 공포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마에카와 유타카의 소설 ‘크리피’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2006년 ‘절규’ 이후 10년 만에 공포영화로 컴백한 J호러의 귀재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러닝타임 2시간10분. 청소년 관람불가. 8월18일 개봉.

 

4. ‘나만이 없는 거리’ - 미스터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만화가의 꿈을 키우는 사토루(후지와라 타츠야). 그는 위기의 순간, 사건이 발생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칼에 찔린 엄마를 구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던 중 1988년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사건의 시작이 첫사랑 카요(스즈키 리오)의 죽음과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 사토루는 그녀를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하는데...

‘나만이 없는 거리’(감독 히라카와 유이치로)는 올 상반기에만 단행본 233만 부를 판매한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추리적 요소에 판타지가 적절히 가미된 스토리로 대중성을 확보했고, ‘데스 노트’의 후지와라 타츠야와 라이징 스타 아리무라 카스미가 눈부신 열연을 뽐냈다. ‘데스 노트’ ‘기생수’ 등 만화 원작 영화가 그간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이 작품의 흥행도 관심 포인트로 떠올랐다. 러닝타임 2시간. 15세 관람가. 8월18일 개봉.

 

5.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 - 로맨스

 

여고생 유우(고마쓰 나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뭇 여학생들의 ‘화이트 프린스’인 시라카와(지바 유다이), ‘블랙 데빌’ 쿠로사키(나카지마 겐토)와 은근한 밀고 당기기 중인 그녀는 누굴 택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런데 유우는 어쩐지 자신에게 한없이 다정한 시라카와보다 자신을 종 부리듯 하며 괴로움에 미치게 만드는 쿠로사키가 자꾸 눈에 밟힌다.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감독 츠키카와 쇼)는 동명의 인기 만화를 실사화한 기획 영화다. 순정만화의 클리셰가 총출동한 작품이지만 배우들의 유쾌함과 결합해 미묘한 매력을 뿜는다. 최근 무섭게 진화하는 일본 만화 원작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아주 잠깐 잊고 살았던 고등학교 시절 한때의 로망을 충족시키는 ‘오글주의보’ 영화다. 러닝타임 1시간33분. 8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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