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의 선전이다. '살아남은 아이'는 저예산의 독립 영화지만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에 이어 제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 화이트 멀베리상 수상,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 수상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이어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개봉한 이후에도 호평이 쏟아지는 중이다. 영화는 아들 은찬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무성, 김여진이 아들을 잃은 성철·미숙 부부로 출연하며 성유빈은 부부의 아들이 구한 고등학생 기현으로 등장한다.

최무성(50)은 극 중 아들을 잃은 아버지 성철 역을 맡았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을 그는 절제된 연기 톤으로 그려 더 깊은 울림을 전했다.

"원래 그런 연기 톤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감정 굴곡이 심하고 뜨거운 걸 좋아하신다. 동유럽의 차갑게 눌린 정서랑은 안 맞는 셈이다. 하지만 난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게 오히려 큰 감정을 표현하기에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마침 그런 연기 스타일과 잘 어울렸다. 어려울수록 단순하게 간다. 저는 성철이 고통을 이기는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유수 영화제 수상한 작품은 재미가 없을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최무성은 "보신 분들한테 재밌었다는 평을 받았다"며 스스로도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좋은 영화가 나올 거란 건 생각했지만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이게 좋은 거랑은 또 다르잖나. 지루하지 않게 보셨다고 하시더라. 생각보다 영화가 감정선이 크고 대하 드라마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 게 잘 전달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 속 성철은 아들의 죽음을 기리고 그를 의롭게 추억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아픔을 보듬으려 한다. 그 와중에 은찬이 살린 아이 기현을 만나 그와 정을 쌓는다. 최무성은 이에 대해 "용서라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어떻게 보면 미숙, 성철, 기현 세 사람이 같은 입장이다. 용서라고 하긴 힘들다. 성철은 성숙한 사람처럼 그려지지만 사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다. 고통 앞에서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거다.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행동했다. 성철의 행동은 기현이나 은찬을 위해서 한 일이라기보다 자신이 너무 괴로우니까 나온 행동이다. 그러다 스스로 한 방 맞는 거다. 그게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인 것 같다."

 

 

영화는 아이를 잃은 부부가 처한 현실의 잔인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부부에게 무심하게 말을 던지지만 부부에게 그 말은 곧 상처가 된다. 이런 장면들은 상처를 치유할 틈을 주지 않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 영화는 냉혹함보다 따뜻한 풍경을 응원한다.

"영화가 이들에게 더 가혹할 수도 있었다. 기현이라는 인물이 더 영악할 수도 있었고. 그런데 끝까지 치닫진 않는다. 세 사람 모두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 부분이 이 영화의 대답이 되지 않을까. 사회적 책임을 지는 어른, 건강한 사람이란 건 다른 사람의 입장도 생각하는 거다. 그게 성숙한 인간의 기본이다. 우리가 그래도 끝까지 가진 말자, 같이 살아보자 이런 마음이 영화에 담겨 있다."

한편 최무성은 최근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김태리, 이병헌 등과 호흡을 맞추며 대중에게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가 그리는 시대적 아픔에 대해서 최무성은 "뭉클할 때가 있다. 자신과 가족의 안위까지 저버리면서까지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국 사람으로서 벅찬 감정이 있다"고 말했다.

최무성은 또 사제 케미를 형성하고 있는 김태리 얘기가 나오자 "김태리씨는 자기가 뭘 하는지 분명히, 정확하게 알고 가는 친구다. 서로 편하게 부딪힐 수 있다. 애신답게 하니까 거기에 맞춰서 내 연기를 하면 되는 거다. 케미가 좋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최무성의 본명은 최명수다. 최무성은 예명이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그는 매너리즘에 빠져 이를 극복하고자 예명을 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무성은 "미화된 얘기"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냥 이름을 바꾸면 잘 되려나 싶어서 겸사겸사했다. 예명이 한자 뜻이 더 좋다. 밭을 열심히 갈자는 뜻이다. '악마를 보았다' 때부터 최무성을 썼는데 지금은 제 이미지랑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어서 좋다. 개명은 못 한다. 내가 종손이라서.(웃음)"

50대에 접어든 그는 연기에 대한 고민보다 확고한 신념으로 살고 있었다. 작품을 할 때 "내가 책임지고 할 수 있는 것인가"를 의식하며 산다는 그에게서는 단단함이 엿보였다.

"35살에 영화를 시작하면서 어떤 명분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했다. 이 일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이젠 그 고민을 털었다. 한 번 관통하고 나니 지금은 편안하다. 두 가지가 생겼다. 한 가지는 창작에 대한 즐거움이다. 단순히 재미를 넘어 뭔가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또 하나는 연극을 하면 한 시간 반 동안 관객들이 자기 삶을 내려놓고 본다는 사실이다. 내가 연기를 하면 실재 같은 삶 속에서 관객이 느끼고 반성하는 게 생기는데 그게 보람 있더라."

 

사진 김수(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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