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목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 들리면 안 돼” “집안에 남자 잘 들여야 한다더니...” “원래 병들고 늙으면 남편은 집에 들어오는 거 아니야!”.

 

 

 

도발적인 그녀의 미러링(남성들의 수사를 그대로 하는 것)은 속이 후련한 웃음을 뿌린다. 권위와 고정관념을 파열시키는 음은 설득력 작렬이다. 가부장 사회에 여전히 익숙한 세상은 ‘가모장 발언’이란 수식을 척척 붙인다.

22년차 개그우먼 김숙(41)이 데일 듯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JTBC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 선배 개그맨 윤정수와 역할을 뒤바꾼 쇼윈도 부부로 출연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가 하면, 고민상담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은 팟빵 인기순위 1위를 달린다.

여세를 몰아 SBS 러브FM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 DJ로도 사랑받는 중이다. 복부인 난다김 캐릭터로 “사천만 땡겨줘”를 히트시켰던 때보다 파장이 훨씬 넓고도 깊다.

 

 

 

 

성심외국어대학 의상학과 졸업, 1995년 KBS 개그맨 공채 12기 데뷔 후 꽤 긴 무명생활을 보내다 ‘개그콘서트-봉숭아학당’의 따귀소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비둘기 합창단’의 난다김으로 시간차 잭팟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부리부리한 눈매, 무표정의 드센 이미지와 4차원 캐릭터 탓에 방송가에서 B급 혹은 비주류로 분류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세로 불린다. ‘퓨리오숙’(‘매드맥스: 분노의 질주’의 여전사 퓨리오사를 빗댄), ‘숙크러시’(여성의 여성을 향한 호감 ‘걸크러시’의 합성어), ‘갓숙’이란 별명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게임·컴퓨터·목공에 능할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 집을 짓는 등 나 혼자 사는 토대를 다져온 현명한 싱글, “이상형은 조신하고 집안일 잘 하는 남자. 그깟 돈이야 내가 벌면 되지”라고 직설하는 독립적인 여자, 방송에서 자신의 역할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해내고 빠지는 프로페셔널 예능인, ‘무한걸스’ ‘비밀보장’의 송은이와 중년부부 기믹(Gimmick) 소리를 들을 만큼 여성들과의 케미스트리가 탁월한 페미니스트. 김숙의 4가지 얼굴이다.

흐름을 영악하게 간파해 자신을 마케팅하는 차원이 아니라 타고난 퍼스낼러티이자 살아온 역사이기에 안티 없는 사랑을 누린다.

영화계와 동일하게 심각할 만큼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예능계에서 몇 안 되는 파워 개그우먼으로 존재감을 보이는 그녀, 기존의 남녀 성역할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허문 김숙 연출의 ‘전복적 젠더’가 주는 쾌감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에 대중은 열광하고 있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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