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우리(26)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겉과 속이 다른 악녀 현수아 역을 통해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존재감을 깊이 각인시켰다.

 

모태 자연미인이지만 자신이 예쁜 줄 모르는 ‘척’ 연기하는 현수아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혈압은 오르락내리락했다. 방송 직후 그녀가 얄밉다는 댓글이 줄 잇는 것만 봐도 그만큼 조우리가 배역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직 드라마의 여운이 남아있는 초가을날, “인생캐릭터를 만났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조우리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종영하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이젠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참 섭섭해요. 이젠 수아가 행복할 일만 남은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쉬워요. 혹시나 시즌2를 한다면 반드시 참여하고 싶어요. 아마 나중의 수아는 자기를 더 많이 사랑하고, 친구들과 소통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조우리가 연기한 현수아는 한국대학교 '화학과 18학번 여신'으로 통한다. 예쁜 외모로 모든이의 관심을 한몸에 받지만, 어릴 적 아픈 기억으로 남들에게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캐릭터이기에 연기하는 데 분명한 힘듦도 있었을 터, 조우리는 처음 수아를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하면 수아에게 더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너무 외로운 친구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을 둘 친구도 없고 진실 된 마음을 받아본 적도 없어서,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어요. 외로웠겠죠. 저도 물론 이따금씩 외로움을 느끼곤 하지만, 수아만큼의 감정은 아니기에 원작 웹툰을 많이 보고 표정을 연구했어요. 그러다보니, 처음엔 수아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회차가 지날수록 조금씩 이해를 하게 되더라고요.”

 

내면의 어둠을 간직한 극 중 수아와는 다르게, 실제로 만난 조우리는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밝은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극중 현수아와 성격 면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가진 사람임은 분명해보였다.

“초반에는 큰 힘듦을 느끼지 못했는데 후반부 들어서 몰래카메라, 염산테러 등 예민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저도 모르게 날카로워지더라고요. 현장에 계신 선배들께서도 걱정하실 정도였어요.”

이렇듯 쉽지 않은 연기였지만, 그녀를 끝까지 지탱시켜줬던 건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 덕이었다. 본인의 배역은 ‘외모지상주의’의 상징 같은 캐릭터였지만, 마지막 미래(임수향)와의 대화로 변화하는 듯한 수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고 털어놨다.

“수아를 바라보면서 ‘내 자신의 행복은 나에게서 나오는 건데, 왜 이렇게 주위를 신경 쓸까’라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제 연기가 수아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외적인 것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걸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마지막 미래와 대화가 수아가 외모 집착을 버리고 나서 행복과 진정함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수아에게 행복한 날만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조우리가 조심스레 밝힌 행복의 정의는 최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청년들에게 꼭 공감가는 말이다. 이에 질문을 덧붙여 ‘조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 물었다.

“내가 행복해야 행복한 것이지만, 솔직히 스스로 행복을 느끼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제 주변인들과 팬분들에게서 힘을 얻어요. 말 한 마디, 댓글 한 줄에 적힌 진심 어린 응원이 제게 소소하지만 큰 행복을 전해줘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일을 하면 할수록 제가 다른 이들에게 또 작지만 힘을 드릴 수 있다는 점도 제겐 행복이 되더군요.”

조우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현실감 넘치는 캠퍼스 라이프를 그려냈기에 실제 대학생활은 어땠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에 그녀는 “화학과에서와는 참 달랐다”며 웃어보였다. 특히 극 중 감정 대립각을 세웠던 미래 역의 임수향과는 실제 대학 선후배 관계라는 사실도 전했다.

“저는 예체능 계열이다보니까 무대 작업하느라 수아처럼 예쁘게 다니진 못했어요. 늘 트레이닝복에 올백 머리를 하고 다녔죠. 수아 덕분에 풋풋한 대학생활을 조금 경험해본 느낌이라 좋았어요.(웃음) 그런데 사실 저랑 (임)수향 언니는 아직 졸업을 못했어요. 이번 작품하면서 대학생활 다시 해본 느낌은 좋았지만, 꼭 졸업하자고 언니랑 결의를 다졌지요.(웃음)”

 

조우리는 이번 작품을 '연기를 그만둬야겠다'고 고민하던 찰나에 기적같이 만난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간절함으로 시작한 작품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밝힌 ‘행복’이란 것도 더욱 크게 다가왔을 터였다.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힘든 시기에 만난 기적 같은 작품이거든요. 꽤 깊은 슬럼프가 찾아와서 '이젠 날 찾는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태양의 후예' 이후 이름이 있는 캐릭터로 나간 건 이 작품이 처음이에요. 저 스스로도 자신감을 많이 갖게 됐어요. 시청자분들도 조우리의 성장을 지켜봐주시길 바라요. 더 열심히 잘 해내겠습니다."

 

사진 김수(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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