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8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제주 초등교사 사망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사람의 아픈 마음을 이용해 죽음에 이르게한 남성의 행태에 분노가 터졌다.

 

지난 6월2일 토요일 오전, 제주 서귀포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되었다. 그녀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신고 1시간 후 사망하고 말았다.

사망자의 신원은 초등교사였던 김지현씨였다. 사망원인은 췌장 파열로 인한 과다 출혈이고 신체에서 폭행 흔적들이 다량 발견되었다. 전문가들은 “주먹이나 발로 맞은 흔적이다”라며 “간이나 비장이 아닌 췌장은 파열이 일어나기 힘든 장기”라고 심한 폭행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건 당시 이상한 소리를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뒤 지현 씨 살해 혐의로 최초 신고자인 40대 남성 손씨(가명)를 긴급체포했다. 그의 말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앞서 그는 “자신이 지현씨의 집에 도착했을 때 사망한 걸 봤다”고 했지만, CCTV 조사결과 그는 10시30분에 도착, 오히려 34분에 도착한 지현씨보다 4분가량 빠르게 집에 도착한 것으로 돼있었다.

또 사망 전 몇 달 전부터 지현씨의 통장에서 목돈이 손씨의 계좌로 넘어간 흔적도 발견됐다. 경찰 조사가 이어지자 손씨는 사망자와는 종교적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였고 우발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의학자는 지현씨의 몸에 방어 흔적이 없고, 멍이 난 시간이 부위마다 달랐다고 말했다. 이는 즉 오랜 시간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왔다는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 과연 손씨가 지현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해 온 것일까.

그런데 지현씨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손씨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동료 교사는 “어딘가 협박 받고 있는 것 같았다”며 “지난 2학기부터 누군가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 등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지현씨가 연락하던 사람은 바로 손씨였다. 사건 당일 그녀가 집에 들어가기 1시간 전까지도 손씨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손씨는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를 내렸다.

진실이 미궁 속에 빠진 가운데, 지현씨의 장례식날 한 여인이 유가족들을 찾아와 “이렇게 묻힐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그녀 장은주(가명)씨를 만나게 됐다. 그녀는 자신도 “손씨의 피해자였다”고 말했다. 그녀가 전한 손씨의 실체는 충격이었다.

그녀는 10년 전 교회에서 손씨를 만나게 됐다고 했다. 손씨는 힘든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사람들에게 연락처를 나눠줬다고 한다. 당시 남자친구와 헤어져 마음의 상처가 있었던 은주씨에게 성심성의껏 위로를 해줬다고 한다. 처음엔 경계했지만 위안이 되는 좋은 말을 끊임없이 하던 그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적으로 기대게 된 순간, 손씨는 갑자기 돌변했다고 한다. 그는 은주씨에게 “훈련을 시킨다”는 이유로 하루 일과를 보고하도록 강요했고, 최소한의 생활비만 제외하고 헌금 목적으로 갈취해갔다고도 전했다. 이어 "처음에는 사람을 숨 막히게 말로 혼내고 점점 심해진다. 꼬집는 걸로 하다가 주먹으로 때리고 도구로 때리고 그게 점점 심해진거다. 돌로 머리를 내리 찍는다. 스탠드 마이크 쇠로 때리고 있는게 다 흉기가 됐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손씨는 은주씨에게 전도를 강요했고, 은주씨는 그 강요에 결국 지인인 지현씨를 소개시켜주게 됐다고도 고백했다. 그의 불호령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이후 지현씨와 만날 수 없었다는 은주씨는 후에 부고를 듣고 지현씨도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손씨는 지현씨가 사는 집 주인이라고 했다 번복하기도 했다. 진짜 집주인 강철구(가명)씨는 어느 날 손씨에게 위안 받을 일이 생긴 후 "격려해주고 같이 울어줬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랐는데 내 마음을 알아주더라"고 밝혔다.

이어 손씨에게 의지하기 시작한 철구씨는 직장도 가정도 뒷전으로 하고 그를 따랐다. 그도 손씨에게 폭행과 착취를 당했다. 철구씨는 "거의 매일 6백만원씩 줬다. 육체의 욕심을 버리라고 했다. 여자 생각, 돈, 이런걸 버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손씨에게 돈을 주기 위해 자신 소유의 집을 매매하기까지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철구씨와 은주씨 모두 심리적으로 지쳤을 때 손씨를 만났다. 김지현 씨도 유독 애틋했던 할아버지의 사망 후 힘들었을 때 손씨를 만났다.

김지현씨 가족들은 사망 전 꽤 오랫동안 김지현씨를 만날 수 없었다. 철구씨는 "손씨가 부모, 형제, 친구 관계를 다 자르게 한다. 나도 부모님하고 연락을 잘 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종교를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고 평소에도 기독교적인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종교 전문가는 "정상적인 기독교 신앙의 길은 아니다. 일반적 사기보다 종교적 영역을 갖고 접근하면 마음껏 질문하거나 의심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있다. 이런 허점을 노려서 사기 행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을까"라고 분석했다.

철구씨는 "이거라도 의지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여기 벗어나면 어떻게 살지? 그런 마음이 컸다. 얘에 의지하면 좀 풀리지 않나 그런 희망이 컸다"고 말했다. 은주씨는 "한국을 떠나지 않는 한 결국 이 사람은 날 찾아내고 그때 날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방황하던 지현씨도 마음의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손씨에게 의지한 걸지도 모른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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