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로 박차를 가한 복고 열풍은 현재 문화계 현상 전반을 해석하는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옛 것의 재현에 대한 움직임을 읽어봤다. 

영화 재개봉 열풍

 

출처: 네이버 영화

작년부터 시작된 재개봉 열풍이 올해도 식을 줄 모르며 지속되고 있다. '이터널 선샤인', '러브 레터'에 이어 다음 달에는 '쇼생크 탈출'과 '영웅본색'이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복고가 영화계에도 영향력을 끼치면서 옛 영화들을 다시 상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재개봉 영화들은 해당 영화를 재밌게 봤던 30~40대 세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킴은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는 명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다. 요새는 '인터스텔라'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같이 비교적 최근작들도 상영해 영화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놓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다시 출간

 

출처: 소와다리, 진선 BOOKS

도서 분야도 복고 바람이 거세다. 최근 발간된 소와다리 출판사의 '오리지널 초판본 디자인' 시리즈는 각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출시되자 마자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초판본 시리즈로 출간된 도서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등 총 7개다. 이 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진달래꽃'이 가장 인기가 많다.

이 뿐만 아니라 '응답하라 1988'에 등장했던 정은하의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도 1988년 초판본 디자인으로 재출간됐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과 옛 것에 대한 향수가 결합되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세트 테이프의 부활

 

출처: kpopn

최근 몇 년간 지속됐던 LP와 CD플레이어 인기에 이어 이제는 카세트테이프까지 부활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그 영향력이 국내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카세트테이프 시장은 아직까지 독립 음악가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조용하지만 꾸준히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2014년 브라운아이드소울이 자신들의 네 번째 음반을 한정판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했고 고(故) 김광석 탄생 50주년 헌정 앨범도 카세트테이프로 발매됐다. 여기에 작년에는 밤신사, 코드쿤스트, 하헌진이 신작을 카세트테이프로 먼저 발매하기도 했다. 이렇게 출시된 대부분의 음반들이 모두 품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카세트테이프 시장의 전망은 앞으로 밝아보인다. 또한 대부분의 카세트테이프 음반은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쿠폰이 들어있어 디지털과 아날로그 매체의 병행 가능성을 보였다.

 

.

직접 쓰고 그리는 것에 대한 향수

 

 

출처: 교보문고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각종 행위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필사, 캘리그라피, 컬러링 북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아날로그식 행위는 일명 '힐링'이나 '치유'와 같은 단어들과 결합되어 확산됐다. 수많은 단어가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에 받게 되는 피로감을 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해소하는 것이다. 일례로 컬러링 북 중 하나인 '비밀의 정원'은 '안티-스트레스' 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예스24에서 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설이나 시 등을 베껴 쓰는 필사와 특정 문구를 독특한 필체로 써내려가는 캘리그라피 또한 '직접' 손으로 써내려가는 데 의의를 둔다. 기존에 존재하는 문구 등을 손으로 쓰는 행위를 통해 텍스트에 개인만의 기억, 감정과 같은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사의 경우 원고지라는 매체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아날로그의 부활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무의미한 각종 글을 선택적으로 수집해 개인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서 내면의 공허함을 극복하려는 현대인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인턴 에디터 한국담 hgd0126@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