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가는 마스크와 달달한 음색으로 사랑노래를 불러 여심을 사로잡아온 ‘발라드 스페셜리스트’ 박원(34)이 이 가을에 어울리는 쓸쓸한 발라드를 들고 돌아왔다. 그의 품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r’이 담겨 있었다. 신보에는 히트곡 '올 오브 마이 라이프(All Of My Life)‘와 '노력'처럼 전매특허인 사랑과 이별 경험을 녹여낸 노래는 없다. 무슨 변화일까.

 

 

1일 오후 4시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새 앨범 '[r]' 쇼케이스를 연 박원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사랑이야기가 없는데도 주위에서 공감해줬다. 부르면서 씁쓸해져서 전작들보다 슬픈 것 같다"고 신보에 대해 말했다.

이번에도 그는 음악 안에서 솔직한 자기 고백을 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씁쓸한 고민과 진지한 생각들이 채워졌다. 그렇기에 스스로 "가장 슬픈 앨범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니앨범 제목은 '[r]'이다. 데모곡에 가제로 붙여둔 단어들이 모두 알파벳 'r'로 시작해 붙인 제목이다. 'r'로 시작하는 단어들은 모두 수록곡 부제로 담겼다. 타이틀곡 '나'는 부제가 '지휘하는 사람이 없는, 어쩔 줄 모르는'이란 뜻의 '러덜리스'(rudderless).

새 음반에는 ‘나/rudderless’를 포함해 ‘우리/re’ ‘Them/rumor’ ‘Kiss me in the night /rouge’ ‘눈을 감아/real’ ‘너/ridiculous’까지 총 6곡이 수록됐다. 박원은 "한 곡씩 내는 게 대세가 됐지만 앨범 형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도 뮤지션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신보가 "내 마음 속에서는 정규 3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 사랑에 관한 노래들을 많이 했는데, 비슷한 콘셉트의 곡을 발표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그 사이에 특별한 무언가를 경험한 것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나에 대해 써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타이틀곡 ‘너’의 부제목인 ‘너덜리스(rudderless)’는 원래부터 알고 썼던 단어는 아니다. 3년 전 극장에서 동명의 제목의 영화를 봤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친구들과 얘기할 땐 피해자의 입장에서 말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피해자이고, 어떤 일을 당해서 슬픈 이야기가 아닌, 들을 때 씁쓸할 수도 있는 노래다. 정말 제 이야기라서 ‘나’라는 제목을 정했고, ‘너덜리스’를 부제목으로 달았다. 단어는 방향키가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rudderless’의 특징은 결말이 없다는 점이다. 박원은 “이 곡은 마지막에 결론이 안 난다. 저도 어제와 다르고 작년이 달랐던 것 같다. 듣는 분들이 그때그때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도록 인터렉티브한 결말로 곡을 썼다”고 언급했다.

특히 “가장 슬픈 음반이 될 것”이라고도 예고한데 대해 "사랑, 이별 노래로 사람들을 슬프게 하는 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부르면서도 씁쓸해져서 그런 의미에서 가장 슬픈 앨범이 아닐까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박원은 또 수록곡 '뎀/루머'에 대해 "이번 앨범에 내가 직접 겪은 사랑 이야기를 수록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연애와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라며 "남의 이야기를 쉽게 하는 사람들과 나 역시 그랬었던 것을 생각하며 썼다"고 소개했다.

‘우리/re’라는 곡은 지난 추억을 강요하고 소중히 해야 된다는 말을 하는데, 지나간 것에 너무 미련을 두지 말자는 내용을 담았다. ‘뎀(Them/rumor)’은 누군가를 만나는데 새로운 소문을 만드는 그들에 대한 곡이다.

‘너/ridiculous’는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에게 의미가 남다른 곡이다. 남의 얘기에 대해 쉽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쓴 곡이다. 한 번쯤은 나도 너에 대해서 쉽게 얘기했을 테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박원은 진정한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자세에 대해 "음악만 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고 나 역시 앞으로 모든 것을 예민하게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신곡의 음원 성적에 대한 질문에 "가수들이 쇼케이스를 할 때 성적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데 내 생각에는 거짓말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수라면 자신이 발표한 곡이 어떤 성적을 내는지 당연히 신경 쓰게 된다"며 "나는 내가 이번에 낸 곡이 좋은 성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향후 활동 계획으로 콘서트 투어를 강조했다. 그는 “서울에서만 하다가 다른 지역들을 찾아가는 걸로 그치는 것이 아닌 이번 쇼케이스부터가 투어의 시작이다. 공연 수익에 얽매이지 않고 제 콘셉트를 보여줄 수 있는 공연장만 있다면 큰 도시가 아니어도 오랫동안 앨범 투어를 해보고 싶어서 계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박원은 “쇼케이스라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노래를 앞으로도 잘 하고 싶고, 저 친구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앨범 작업에 영향을 준 사람으로 SBS 예능 '골목식당' 백종원 셰프를 꼽았다. 자신과는 다른 영역의인물이지만 더 많은 고객들이 음식을 좋아하도록 고민하는 모습이 참고가 됐기 때문이다.

 

사진=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원은 경기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미대오빠’ 출신으로 2008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 가창상, 작사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2010년 남성듀오 원모어찬스를 결성, 본격적으로 가요계에 데뷔해 '널 생각해'로 큰 사랑을 얻었다. 위트와 조리정연한 말솜씨로 EBS 라디오 ‘음악이 흐르는 책방, 박원입니다’ ‘박원의 뮤직 원더랜드’ DJ로 골수 애청자를 양산했다. 또한 최근 종영한 화제의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 테마곡 ‘이방인’을 불러 ‘음원강자’에 이어 ‘OST 킹’ 칭호를 얻었다.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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