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종영한 MBC 드라마 '시간'을 사자성어로 표현한다면 '다사다난'일 것이다. 제작발표회 때부터 논란을 겪는가 하면 주연 배우가 건강 문제로 갑작스럽게 하차하기까지 했다. 극의 내용만큼이나 스펙터클한 진행이었다. 굳은 심지로 역경을 파헤쳐 나간 '시간' 속 설지현처럼, 서현(27)은 예상치 못한 가시밭길을 꿋꿋하게 나아갔다.

지난 2일 만난 그에게서는 어려운 일을 완수했다는 후련함이 엿보였다. 종영 소감을 묻자 "연기도 그렇고 나 개인에게도 큰 공부가 된 작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Q 서현의 하드캐리라는 평이 쏟아졌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A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후반부에는 혼자 극을 끌고 가야 했기에 책임감이 컸다. 감독님이 옆에서 많이 믿어 주셔서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요즘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이 위주인 경우가 많다. 남자 주인공이 없는 상태에서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셨을 거다. 어떻게든 잘 해내고 싶었다. 정말 모든 걸 쏟아부었다.

Q 설지현은 비극적인 일을 많이 겪는 인물이다. 눈물 신도 많았고, 감정 소모가 컸을 것 같다.

A 정말 힘들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이게 보통 집중력으로는 안 되겠구나 싶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부터는 사람도 거의 안 만났고 계속 설지현에 몰입하려 했다. 원래 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따로 지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감정을 이해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 사실 작품 하면서 많이 우울했다.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었다. 어려운 만큼 매력 있는 캐릭터였다.

 

 

Q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하나 꼽아 본다면 뭔가.

A 매 순간 다 힘들었다. 굳이 하나 꼽자면 마지막 회의 휴대 전화로 중계하면서 진실을 밝히는 장면이다. 그땐 막바지여서 대본도 급하게 수정되는 경우가 많았고, 거의 생방송처럼 촬영했다. 그 대사가 여덟 페이지짜리 독백인데 그게 촬영 한 시간 전에 나온 거다. '멘붕'이 왔다. 너무 중요한 신이었는데 대사만 달달 외우면 그건 또 국어책 읽는 것처럼 보이겠더라. 울분을 터트려야 하는데 입에 안 붙었다. 최대 위기였다. 거기다 엑스트라 배우들도 백 명 정도 있었고, 지나가면서 구경하는 행인들도 있었다. 그땐 감독님이 너무 미웠다.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안될 것 같으면 끊어서 가자고 했다. 다행히 안 끊고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Q 그 정도로 힘들게 촬영했으면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도 한 번은 들었을 것 같다.

A 그런 건 없었다. 힘든 순간은 물론 많았다. 이걸 내가 이겨내면 얼마나 더 단단하고 강해질까 싶었다. 인생의 큰 테스트였다. 거기서 포기했으면 정말 후회했을 거다. 끈기 있게 끝까지 해냈다. 정말 인생 공부가 많이 됐다. 이거 끝나면 못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사실 많이 울었다. 어찌 됐든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Q 제작발표회 때 김정현씨가 자연스럽지 않은 태도를 보여서 논란이 됐었다. 당황스럽진 않았나.

A 그건 나도 정말 모른다. 그렇지만 아프다고 하시니까. 촬영장에서도 별로 신경 안 썼다. 나는 설지현으로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Q '시간'을 통해 배우라는 수식어가 제대로 붙은 것 같다. 언제 스스로 배우라고 느끼나.

A 연기를 할 때 카메라가 안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걸 많이 겪진 못했다. 눈물 연기도 매 순간 진심으로 하고 싶지만 기술적으로 눈물을 나오게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한 번도 안 그랬다. 그걸 목표로 삼고 시작했는데 달성한 셈이다. 보는 분들은 어떠셨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단순한 대사가 아닌, 내 감정에서 나오는 내 말을 했다고 느꼈다.

Q 짊어진 짐이 많았다. 주변에 조언을 구하진 않았나.

A 내가 좀 학구파다. 수업도 많이 듣고 준비를 많이 해야 마음이 편하다. 이전에 작품 할 때는 촬영할 때도 시간을 내서 수업을 받았다. 이번에는 작품 들어가기 전에만 수업을 받고 그 이후로는 안 받았다. 나를 믿어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내가 생각했을 때의 설지현을 표현하고 싶었다. 부족한 점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더 내 삶 같았다.

Q 이전 방식과 '시간'에서 시도한 방식 중 어느 게 더 잘 맞는 것 같나.

A 자유로운 건 지금이 더 자유로운 것 같다. 그렇게 하는 게 더 자연스럽고 더 편하고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한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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