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모텔을 이용한 적이 언제였나 떠올려보자. 연인들의 은밀하고 사소한 추억을 공유했던 모텔이 점차 혼자만의 공간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개인의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상대방을 찾고, 고독에 물들기 위해 문을 연다. 2040 싱글들이 밝힌 나의 모텔사용설명서. 

야놀자를 시작으로 여기어때 여기야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공략하는 O2O 숙박업소 어플이 인기다. 선두업체인 야놀자의 경우 펜션과 게스트하우스까지 합쳐 유료 제휴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총 7700여개, 모텔 수만 따지면 2600~2700여개 정도다. 

#1. “저는 취준생이고 남자친구는 아직 학생이에요. 돈은 부족하고 함께 있고 싶고, 샌드위치 같은 걸 사가면 커피랑 차는 있으니까... 남친은 저랑 데이트를 하고 싶고, 저는 TV보고 게임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해요. 자주 싸우는 편인데 이곳만큼은 둘의 니즈가 딱 맞아요.” (24세, 박민하) 

이들은 모두 저렴하고 몰카로부터 안전하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이 전략은 주머니가 가벼운 20대들에게 제대로 들어맞았다. 

 

 

#2. “주로 친구들이랑 가요. 생일 등등 축하할 일 있을 때 과자랑 맥주 잔뜩 사가지고 밤새 수다 떨고 놀거나, 팀플(팀 플레이)로 과제할 때도 종종 가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맘대로 씻고 편하게 있을 수 있어서 좋아요. 남자친구랑은 아직 안 가 봤어요.” (22세, 양희진)

서비스와 공간에 대한 꼼꼼한 퀄리티 덕분에 어플에 등록된 업소들은 자가검열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안전과 쾌적을 내세우다보니 더욱 은밀하고 사적인 ‘은둔’이 가능해졌다. 

#3. “남자친구가 야근하는 날이 많아졌어요. 알고 보니 혼자서 회사 근처 모텔에서 일했더라고요. 결과물을 봤을 때 그곳에서 일을 했다는 건 알겠는데 ‘왜 혼자 모텔에 갔을까’ 의구심이 풀리지 않아요. 나를 만날 때보다 모텔에서 혼자 있다가 나올 때가 훨씬 에너지가 넘치는 것도 유쾌한 일은 아니고요.” (36, 이은지) 

 

 

눅눅하고 쾌쾌한 냄새, 모텔 특유의 비누향 같은 것은 먼나라 얘기가 됐다. 한껏 고독해지고 싶을 때 직장인들은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잠을 잔다, 혼자서. 

#4.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선지 가끔 귀가가 늦을 땐 혼자 모텔에서 자는 게 버릇이 됐어요. 오히려 외박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실체는 혼자 모텔에서 베개를 품고 잔다는 거죠.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고요하고 쾌적한 공간, 이거야말로 내가 꿈꾸는 삶이거든요.” (41, 홍인규)

*괄호 속 이름은 가명임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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