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연극 같은 코미디 영화가 온다. 김인권, 정상훈, 김성철, 손담비의 4인 4색 코믹 감각이 한 곳에서 어우러진다. 과연 '배반의 장미'의 웃음 코드가 극장가에 통할 수 있을까?

 

 

영화 '배반의 장미'는 연극 '사랑은 죽음보다 어렵다'를 원작으로 한다. 그래서 영화는 연극의 색채를 강하게 풍긴다. 하루 동안의 일을 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것이 그렇다. 이야기는 죽음을 꿈꾸는 이들의 모임에서 시작한다.

각자 자신의 인생이 제일 우울하고 슬플 것이라 자부하는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만나 한날한시에 함께 가기로 결심한다. 거사를 위해 먼저 모인 닉네임 '최후의 불꽃' 병남(김인권 분), '인생은 미완성' 심선(정상훈 분), '행복은 성적순' 두석(김성철 분) 이 세 사람은 가슴에 품어왔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며 비장하게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때 마지막 한 사람, 닉네임 '배반의 장미' 미지(손담비 분)가 도착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가 등장하자 세 남자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긴다.

 

 

작품의 유머 코드는 2000년대 한국에서 초반 유행했던 조폭 코미디 영화와 닮았다. 폭력, 섹스, 욕설 등을 통해 웃음을 꾀하는 1차원적인 수법을 사용한다. 친근하고 익숙한 맛은 있지만 때때로 난감한 웃음이 터지는 것도 사실이다. 2018년의 대중에게 다가서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판단이 앞선다. 그러나 당시의 코미디 영화를 추억하는 이에게는 반가운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영화는 웃음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자아내려 한다. 인물들이 모인 이유가 삶에 대한 비관이기에 이들의 외적인 모습은 희극적일지라도 내면은 자못 진지하다.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한 면씩 품고 있는 네 명의 사연은 희극으로 풀어지면서 관객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 영화가 빛날 수 있다면 8할 이상은 배우들의 열연 덕이라 할 수 있겠다. 김인권과 정상훈의 코미디 감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빛난다. 적재적소를 안다. 연출과 대본의 부족함을 '하드캐리' 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김성철 역시 이에 못지않게 제 몫을 해내며 극에 녹아든다. 내공이 단단한 박철민의 연기는 영화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스크린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손담비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기에는 미지라는 캐릭터의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 영화 속 미지는 '짧은 치마를 입은 예쁜 여자'의 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홍일점인 그가 등장하기 전과 후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니, 존재감은 있다 하겠다. 러닝 타임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10월 18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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