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됐고 휴가가 찾아왔다! 누군가는 해외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여행길에 오르기도 하지만 찜통 같은 바깥에서 이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여럿 있을 터. 이런 집돌이 집순이들에게는 에어컨 빵빵하게 튼 집에서 옛날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게 최고의 휴식이 될 수 있다.

유독 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드라마들이 있다. 한때 우리의 여름을 채워줬던 웰메이드 드라마들은 지금 봐도 더없이 커다란 만족감을 선사한다. 정주행을 부르는 여름 드라마 열 개를 정리했다.

 

1. 커피프린스 1호점(MBC, 2007)

드라마 제목만 들어도 설렘 폭발!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사장 최한결(공유)과 사내아이 같은 외모를 지닌 고은찬(윤은혜)의 티격태격 로맨스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떨리게 했던가. 여기에 고은찬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한결의 사촌형 최한성(이선균)과 한결의 첫사랑이자 한성의 옛 애인 한유주(채정안)의 관계도 재미가 쏠쏠하더랬다.

특유의 감각적인 색감과 분위기, 무려 8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연출과 소품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또한 OST인 타루의 '랄랄라, It's Love!'와 더불어 배우 이선균의 '바다 여행'은 여전히 여름만 되면 라디오를 통해서 자주 재회할 수 있다.

 

2. 내 이름은 김삼순(MBC, 2004)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으며 젊지도 않은 엽기발랄 노처녀 파티시에 김삼순(김선아)과 그의 앞에 나타난 잘생긴데다 어리지만 성격이 까칠한 고용주 현진헌(현빈)의 이야기. 대한민국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레전드 드라마로 여전히 꼽히곤 한다.

삼순과 진헌이 자주 올랐던 남산 계단은 이 드라마를 떠올리게 만든다. 초여름에 시작돼 뜨거운 여름날 막 내려서 인지, 여름이면 이 드라마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3. 괜찮아 사랑이야(SBS, 2014)

노희경 작가가 지난 2014년 집필했던 '괜찮아, 사랑이야'는 발칙할 정도로 솔직한 소재로 호불호가 갈렸지만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드라마다. 이 작품 역시 7월말부터 9월초까지 방송돼 시청자들에게는 한여름 밤의 감성을 촉촉히 채워줬다.

작가 장재열(조인성),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 박수광(이광수), 오소녀(이성경), 장재범(양익준) 등 어딘가 완전하지 않은 캐릭터들을 통해 삶의 솔직한 이면을 깨닫게 된다. 마음의 병은 특별한 것이 아닌 마치 감기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4. 메리대구 공방전(MBC, 2007)

정직한 제목,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뮤지컬 지망생(이라 쓰고 백수라 읽는다) 메리(이하나)와 무협소설 작가인 대구(지현우)의 공방전, 그리고 두 사람의 억척스러운 생활력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구질구질하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야기를 밝고 명랑하게, 그러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시대를 앞서가는 드라마의 진수를 선보였다.

비록 방송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지친 청년들을 위로하는 힐링 드라마로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시트콤을 방불케 하는 판타지적 요소들에 적절히 깃들여진 현실상이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쏙 빼놓는 작품이다.

 

5. 포도밭 그 사나이(KBS2, 2006)

국내 포도의 메카 충북 영동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러브스토리! 윤은혜, 오만석 주연의 '포도밭 그 사나이'는 제목 그대로 포도밭과 들판을 배경으로 한 전원 로맨스다. 촌스럽지만 어딘가 멋있는 시골청년 택기(오만석)와 깍쟁이 도시처녀 지현(윤은혜)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햇빛을 받아 익어가는 파란 포도를 탐스럽게 담아내고, 전원 생활의 즐거움을 자아내는 등. 매력적이고 정감가는 드라마 분위기가 이 시대의 힐링물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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