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마지막 미지의 영역처럼 상징되는 우주는 영화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소재다. 때문에 막대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제작되고 또 소비돼 왔다. 이 중에서도 우주항공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우주항공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작품들은 저마다의 결을 취하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인류의 기원과 우주 탐험에 대한 선구안을 시각적인 스타일로 해석해 낸 작품이라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은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는 행성을 막아야 한다는 막대한 임무를 띄고 우주선에 몸을 싣는 우주 비행사에 몸을 실은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퍼스트맨’의 개봉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평단의 찬사와 함께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라는 것. ‘퍼스트맨’이 관객몰이에 성공한다면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을 비롯해 우주항공을 배경으로 한 SF 영화의 흥행 명맥을 잇는다고 할 수 있다.

 

♦︎ 개인의 드라마, ‘퍼스트맨’ (데이미언 셔젤, 2018)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1969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인물이다. ‘퍼스트맨’은 우리에게 역사적 인물로 기억되는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한 개인의 서사로 풀어낸 영화다. 여기에 IMAX 카메라를 도입해 닐 암스트롱의 시점에서 우주비행의 체험을 극대화 시키며 장르 영화로서의 재미에도 충실하다.

우주항공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대게 비범한 인물들을 내세워 민족성과 사명감을 부여해왔다면 ‘퍼스트맨’은 이런 공식을 확실히 비켜갔다. 대신 우주비행사 이전에 한 인간이자 가장인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며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과 함께 관객에 전달하고 있다.

 

♦︎ 희망을 향한 모험,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2014)
 

‘인터스텔라’는 2040년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한 세계를 그린 근미래 SF다. 급격하게 변하는 기상환경으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조차 나날이 줄어들고, 결국 인간은 지구를 대체할 인류의 새 터전을 찾기 위해 시공간에 열린 불가사의한 틈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유영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시공간이 완전히 무너진 그 틈새에서도 인간의 이기심은 고개를 들고, 오직 사랑하는 이를 지켜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쿠퍼(매튜 맥커너히)만이 필사적으로 플랜의 완성을 위해 나아간다.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배경으로하지만 이를 영화적인 매개로 선택한 SF물이다.

 

♦︎ 처절한 우주 생존기,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2013)
 

라이언(산드라 블록)은 우주 탐사 중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혀 소리도, 산소도 없는 우주 한 가운데 홀로 남겨진다. 졸지에 우주 미아가 된 라이언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대신 살기 위한 일생일대의 여정을 펼친다. 아이러니하게도 딸을 잃은 후 무의미하게 살아가던 라이언은 오히려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에 가장 처절하게 생을 위한 고군분투를 벌인다.

‘그래비티’는 소리마저 어둠속에 묻혀버린 우주공간의 공포를 스크린 위에 수놓는다. 라이언은 적막을 이겨내기 위해 혼잣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답이 없는 교신을 이어나가며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지금까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예측불가한 우주의 환경에 대처하는 인간을 그렸다면, ‘그래비티’는 관계의 온기가 사라진 우주에서 인물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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