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미술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예술계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그들이 마침내 예술적 재능을 꽃피웠다는 신호일까. 분명한 것은 이들로 인해 미술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미술관 스타들에 관한 이슈 3가지.

 

 

● 하정우 이달 말까지 개인전 개최

 

 

배우 하정우가 이달 말까지 호림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와 공동 기획한 'What else?'에는 작품 10점이 걸린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온 하정우는 2010년 전시회를 열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2013년 뉴욕 전시에서는 그림이 완판되기도 했다.

 

● 미술관에 등장하는 스타들

미술로 영역을 확장한 스타는 비단 하정우뿐만이 아니다. 조영남, 구혜선처럼 오래전부터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아트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보인 스타들부터 미술이 취미라고 밝힌 김혜수나 솔비까지 수많은 연예인들이 미술에 대한 애정과 재능을 드러내 왔다.

지난해 여배우 이혜영이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지드래곤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취미로 미술을 즐기던 연예인들이 본인의 작업실을 벗어나 미술관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술계의 벽이 낮아졌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스타를 앞세워서라도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싶은 예술계의 간절함이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출처: 가나아트, 서울시립미술관

작품 뿐만이 아니다. 연예인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미술관 관람객을 모으려는 시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이 배우 이정재를 앞세워 홍보영상을 제작했으며 옥주현, 지창욱, 윤상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했다. 지드래곤은 지난해 6월 전시에서 큐레이팅을 직접 맡기도 했다.

 

● 스타 마케팅…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움직임은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확보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술의 활성화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연예인을 이용한 홍보 전략은 일회성이 강하며 전시 자체나 예술계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예술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친숙하게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 녹음 또한 익숙한 목소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홍보영상 캡처

문제는 미술관에서 작품과 전시가 아니라 연예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현상이다. 전시의 목적이 작품이 아닌 스타가 돼버리는 주객전도의 경우가 빈번하다. 일부는 연예인들의 티켓 파워를 이용해 소규모 전시에 비싼 입장료를 매기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스타가 등장해야만 관심을 보이는 미디어의 태도도 문제거니와 아예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가만 얘기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생활고로 신음하는 수많은 예술인들의 실상을 생각해 본다면 씁쓸함을 지우기 힘들다.

스타의 인기에 의존하는 홍보는 수명이 짧다. 곧 휘발될 반짝 인기를 예술계를 위한 희망으로 붙잡고 있는 것은 넌센스다. 모든 마케팅이 그렇듯 본질은 '제품'이다. 예술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좋은 작가를 발굴해내고 좋은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먼저다. 스타 섭외와 같은 이벤트성 기획은 다음 순서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오래 지탱할 수 없다'는 상식은 순수 예술 분야에선 더욱 강조될 덕목이다.

 

 

인턴 에디터 한국담 hgd0126@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