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들에게 휴가철은 생명이 위협받는 시기다. 지난해 국내 유기동물 8만2082마리 가운데 20.2%에 해당하는 1만6580마리가 여름 휴가철인 7, 8월에 발생했다. 싫증이 났다거나 혹은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휴가지에 반려동물을 내다 버리는 ‘동물 고려장’인 셈이다.

 

휴가철에 집중된 유기

강원 강릉시 성산면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에 머무는 유기동물은 올 5월 23마리였지만, 피서가 시작된 6월에는 49마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7월에는 유기동물이 40마리가 새로 생겼다. 서해안 최대 피서지인 대천해수욕장 근처의 충남 보령시임시동물보호소는 유기견이 평소에는 매월 8~10마리 수준이지만, 피서철인 6~7월에는 한 달에 21마리씩 들어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꺼번에 들어온 유기동물에 대한 관리도 쉽지 않아, 안락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피서객들이 나이 들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또는 귀찮다며 낯선 휴양지에다 애완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으로 쫓아오지 말라며 한적한 해변과 계곡, CCTV가 없는 인적이 드문 시골길 등에 유기해 굶겨죽이는 일도 다반사다. 애완동물들은 무작정 주인을 찾아 떠돌다 로드킬을 당하는 사례도 많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죽음에 내몰린 유기동물

더 큰 문제는 버려진 동물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서울시 ‘유기동물 구조ㆍ보호조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진 동물 8902마리 중 자연사(1277마리), 안락사(2829마리) 한 동물은 46.1%(4106마리)나 됐다.

지난해 유기된 동물 가운데 고작 25.3%(2256마리)만이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고, 새 주인을 찾아 입양에 성공한 경우는 27.6%(2456마리)다. 37마리는 아직 보호 중이고 나머지는 기증 또는 방사(47마리) 됐다.

 

해결방법! 동물등록제 재정비

휴가철 동물 유기를 막는 예방책인 동물등록제는 거의 유명무실하다. 서울시내 등록대상 50만2890마리 중 등록을 마친 반려견은 21만3892마리로 42.5%에 불과했다. 2013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를 시행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미등록 때 최고 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벌금 부과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려동물이 버려져도 찾을 방법이 없다. 등록률이 이토록 저조한 이유로는 부족한 초기 홍보로 등록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고, 무선식별장치를 동물에 부착하면 암을 유발한다는 등의 유언비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인력과 예산을 늘려 제도 홍보와 괴담을 없애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출처=pixabay.com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