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남지현에게 주연배우로서는 첫 사극이 된 ‘백일의 낭군님’은 여러모로 어려운 과제를 안겼다. 퓨전 사극인지라 구문 사이에 신조어도 사이사이 들어가 있었다. 남지현은 “과감하게 들어가 있는데 읽으면서 되게 새롭다 싶기도 하고,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데는 ‘로코퀸’의 남다른 안목이 있었다.

“‘로코퀸’ 수식어 자체가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로코를 노린 건 아니였어요. 성인 연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찾았는데 장르가 비슷해진 거 같아요. ‘백일의 낭군님’은 이전 작품들의 모음집 같았어요. 한 작품 안에서 초중후반 커플의 분위기가 달라지잖아요. 풋풋해지는 정점에서 이별해서 애틋하고, 눈물도 많이 흘리고 정통멜로로 정리되는 사극은 흔하지 않다고 봤어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유행어도 많이 생겼다. 남지현은 홍심이를 가장 잘 반영한 대사로 “팔푼이 망할 놈의 왕세자”를 꼽았다. 강한자 앞에서 강하고 약한자 앞에서 약한 성격을 잘 반영한 거 같다고. “나만 불편한가”, “굉장허네”의 뜨거운 반응은 이미 대본에서 보는 순간 시청자들의 반응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팬덤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많다보니 ‘짤’도 많이 생성됐다. 기억에 남는 게 있냐고 물으니 “제가 원득이 때문에 화가 나서 눈을 감고 분을 삭히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에 ‘깊은빡침’ 써서 많이 사용하시는 거 같았어요. ‘백일의 낭군님’ 단체 카톡방에서는 아전(이준혁) 선배님 짤을 많이 써요”
 

상대배우 도경수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른바 연기돌인 도경수에게는 엑소 ‘디오’(D.O)라는 또다른 이름이 있었다. 도경수의 첫 인상에 대해 묻자 “만나기 전에 영화도 봤고 드라마도 본 상태였어요. (연기를) 잘하는 걸 알고 있어서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할까 궁금했어요. 매순간 진지하게 임하고, 스케줄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나이가 비슷하기도 했고, 친구처럼 편안하게 촬영했어요”라고 말했다.

상대배우가 아이돌인만큼 팬덤도 강해 부담감이 있을 법도 했지만 남지현은 “생각을 못했던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그래도 분명 체감하는 순간은 있었다. 그는 “촬영 중간에 엑소 콘서트가 있어서 도경수씨 초대로 다같이 갔었어요. 배우들이 다 같이 한 말이 ‘우리 원득이 가수라고, 무대에서 다르다고’(웃음). 촬영현장에서 다시 만났을 때 배우들이 ‘원득이 아이돌이라고’ 많이 놀렸어요. 평소에 워낙 털털하고 수더분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많이 못했던 거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끝나고는 남지현도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체감했다. 생애 첫 팬미팅이 1분만에 매진되며 인기를 입증한 것. 지난해 소속사에 팬미팅 의견을 먼저 낸 것도 남지현이었다. 팬들이 궁금하다는 남지현의 해맑은 말에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 혹시 ‘백일의 낭군님’ 동료가 깜짝 등장하는 건 아니냐는 기대에 “팬미팅 하는 걸 아시고 단체 카톡방에 올수도 있다고 장난치셨어요. 설마했는데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인 거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들같으면 현실연애를 할 나이에 로맨스를 ‘찍고’있는 입장. 드라마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냐는 말에 “좋은 거 같아요. 드라마는 로망의 집합체인데 현실에 있을 수 있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경험하는 느낌인 거 같아요. 눈이 높아지는 건가 싶다가도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여러모로 성실한 배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차기작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보여드린 것과 다르게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둡거나 무겁거나 진지하거나 차갑거나. 그런 이미지로 찾아봬도 재밌겠다 싶어요”라고 털어놨다. 스스로를 경신해 나가는 배우 남지현의 차기작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사진=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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