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나홀로족 시대가 열렸다. 기존의 '먹고 살기 위해 해결하는 혼밥 문화'는 막을 내린지 오래다. 분식, 패스트푸드를 넘어 다양한 음식점에서 경쟁하듯 내어놓는 1인 메뉴는 다채로운 구성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해시태그만으로 오늘의 메뉴를 고르는 것이 대세인 요즘 프로 혼밥러들은 물론 트렌드에 민감한 인스타그래머들의 잇따른 방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키워드가 있다. 이름도 영롱한 ‘텐동’ 되시겠다.

'텐동(일본식 표기 덴돈·天丼)'은 일본식 튀김 덮밥인 '덴푸라돈부리'를 약칭해 이르는 말로 한국에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청년몰 편에서 텐동집이 극찬 받으며 등장한 이후 그 인기에 더욱 불이 붙었다. 다양한 재료를 식용유와 참기름을 섞어 발화점을 낮춘 온도에서 재빠르게 튀겨내 따끈한 밥 위에 올려낸 뒤 타래소스(달콤 짭조름한 간장소스)를 얹은 텐동의 매력은 직접 맛보지 않고는 짐작할 수 없다.

 

◆ 샤로수길 랜드마크 '텐동 요츠야'

서울대의 상징 '샤' 와 가로수길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샤로수길'은 이미 다양한 나라의 맛집들로 사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한 '텐동요츠야' 는 가장 길게 늘어선 줄이 시선을 끌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20년 경력 사장님의 내공이 담긴 ‘스페셜 텐동’이 대표 메뉴로 아나고, 새우, 전복, 오징어, 버섯, 호박 등 다양한 튀김을 풍성하게 얹어낸다. 식용유와 참기름을 섞어 튀겨내 고소함과 탄력을 한층 더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메뉴에 가격대별 튀김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임을 참고해야 할 것. 관리를 잘해 제법 괜찮은 생맥주와 하이볼도 맛볼 수 있다. 에디터의 사심을 한껏 담아 단언컨대 '텐동계의 도덕책'으로 추천한다.

영업시간: 12:00~21:00 매주 월요일 휴무. 오후 2시30분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

◆ '울트라'한 맛의 호사 압구정 '우마텐'

일본어로 '맛있다!'라는 뜻의 '우마미' 와 '텐동' 의 합성어인 '우마텐'은 텐동계의 황무지였던 강남권에 오픈한지 1년 만에 도산공원 본점에 이어 2호점인 압구정로데오점까지 소위 '대박'을 터뜨리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호점은 텐동을 기반으로 한 일식 요리에 라운지 바를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로 재미를 더한다.

원재료의 식감을 살리는 '텐푸라'와 달리, 밥과의 조화에 타래 소스의 맛을 첨가하여 '텐동'의 녹진함을 제대로 살려낸 식감이 포인트인 이곳의 비법은 바로 콩가루. 9천 원대~2만 원대까지 다양한 메뉴 중 에디터의 적극 추천메뉴는 바로 소프트 쉘 크랩을 통째로 튀겨 올려낸 '울트라우마텐동'으로, 한입 크게 베어물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맛의 향연에 그 순간만큼은 근심을 잊은 채 호사로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메뉴도 있으나 이곳의 붕장어는 비교불가 최상의 크기와 식감을 자랑하니 한 번쯤은 열심히 일한 당신을 위한 작은 사치로 '울트라'하게 즐겨보시길.

영업시간: 11:30~20:30 본점과 2호점이 토·일 격일로 휴무. 오후 2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는 브레이크 타임.

◆ 망리단길 부동의 1 PICK '이치젠'

망리단길(망원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어)의 수많은 맛집 중 악명높은 웨이팅으로 더 유명한, 하여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며 '사랑앓이'를 하게 만드는 '이치젠'은 혼밥러들의 성지 순례지다. 주문 즉시 각종 재료를 튀겨내는 조리법과 협소한 내부의 특성상 회전율이 좋지 않아 기다림은 더욱 길어지니 기나긴 기다림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발길을 돌려야 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디셀러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기본기가 탄탄함은 물론이요. 계절마다 특별한 재료를 더해 출시하는 한정판 텐동은 매일 새로운 썸을 타는 설렘을 맛보게 한다. 연어와 뿌리채소로 흙내음 물씬 풍기는 봄 텐동, 문어와 전복으로 여름 바다를 느끼게 해주는 여름 텐동. 대구살, 무화과 등을 풍성하게 담아내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을 텐동은 오전이면 재료가 동난다고 하니 큰맘 먹고 기다림에 도전해보자. 참고로 유자 향과 바질 향이 향긋한 바질토마토는 이 집의 챠밍포인트. 전채 요리로도 후식으로도 훌륭하니 함께 즐겨보자.

영업시간: 12:00 ~ 21:00 매주 월요일 휴무. 오후 2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브레이크 타임.

▶ 가게 오픈 30분 전 직원이 걸어두는 웨이팅 리스트에 순서대로 이름을 적는다. 근처 망원시장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으나 호명 시에 자리에 없을 때는 다시 이름을 적어야하니 꼭 참고할 것.

◆ '아니 텐동형이 왜 거기서 나와?' 을지로 2~3호선 역사 '타마고'

오늘도 텐동을 찾아 핫 플레이스를 기웃거리고 싶지만 포기하고 퇴근길 지하상가를 걷던 에디터의 시야에 신기루처럼 나타난 '타마고'. 예상 못 한 발견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장했으나 을지로 일대의 직장인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이었다. 김밥에 우동으로 배 채우는 역사 내 푸드코트의 상식을 깬 정갈한 일본가정식당으로 사랑받고 있어 식사 시간이면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정식에 기본으로 구성되는 돈지루는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인트로에 나오는 뿌리채소와 돼지고기를 4시간 이상 은근히 끓여낸 된장국으로 메인 메뉴 못지않은 든든함을 자랑한다. 곁들이는 샐러드와 레몬제스트가 뿌려진 쯔께모노도 별미다.

이곳의 텐동은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의 모리아와세텐동 단일메뉴로 독특한 재료는 없지만 바싹하게 튀긴 새우, 한치에 오크라를 비롯한 가지, 버섯 등 제철 채소의 풍미가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놀라움을 더한다. 단짠의 조화가 가히 완벽한 타래 소스는 이곳이 단연 1등.

영업시간: 11:00~21:00 매 주말 휴무. 오후 2시부터 5시30분까지는 브레이크 타임. 역사 내 지하상가에 위치해 식사 중 지하철 진동을 느낄 수 있으니 놀라지 마시길!

사진=유새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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