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감독 연출 영화 '공조'는 78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공조'에서 정예부대 출신 북한형사 림철령을 연기한 현빈은 액션연기 포텐이 터졌다. 그런 김 감독과 현빈이 다시 한 번 조선판 좀비영화 '창궐'로 조우했다.
'창궐'은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렸다. '창궐' 개봉을 앞두고 김성훈 감독은 최근 싱글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창궐'의 뒷 이야기를 전했다.
'창궐'은 조선에 좀비가 등장한다는 신선한 소재의 작품이다. 대한민국에 좀비 열풍을 몰고 왔던 '부산행'이 흥행을 거뒀지만 아직까지 좀비는 한국에선 낯설다. 투자, 제작도 어렵다.
"'부산행'이 성공했기에 엄청 고민했다. 근데 좀비는 소재였고, 이청의 서사를 되게 그리고 싶었다. 이 사람이 돌아와서 어쨌든 있고 싶지 않은데, 싸우는 이유가 필요했다. 백성들을 보고 이청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이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이다. 고민이 많았지만 여러분들이 용기를 많이 주셨다."
김 감독은 '공조' 작업 끝나고 일주일만 쉬고 바로 '창궐' 작업을 시작했다. 판타지 속에 조선을 구현하기 위해 인정전 세트도 실제 크기보다 크게 제작했고, 최대한 공들여 찍었다.
"어떤 영화던지 '호불호'는 갈리게 돼 있다. 일단 제가 그린 야귀는 좀비와 조금 다르다. 이 영화의 특이성이라 생각한다. 우리 영화는 재난영화다. 좀비가 퍼지는 것을 막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서사가 좀 잘려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영화에서 드라마의 서사는 퍼즐 맞추기라 생각한다. 그 정도가 적절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공조'에 이어 현빈과 두번째 호흡이다. 현빈은 김 감독의 두 작품을 연달아 액션 연기로 '액션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사실 현빈은 '공조'를 두 번이나 거절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현빈이 아니면 '공조'를 연출하지 않겠다고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
"현빈만큼 할 수 있는 배우가 없다. 장면을 생각하는데, 연출의 핵심은 연기다. 촬영 샷에 따라 인물의 느낌이 다르다. '공조'에서 총을 뺏는 장면이 현빈 얼굴이어야 했다. 그 사람의 작은 잔주름까지 생각했을 때 그게 현빈이 가장 잘 어울렸다. 액션은 기대 안했는데 너무 잘했다.
근데 '공조' 후반 작업하면서 아쉬움이 되게 많았다. 그때 현빈씨한테 '창궐'을 제안했다. 현빈도 '공조'에서의 아쉬움을 완성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현빈이 있어서 '공조'가 가능했고 '창궐'이 완성에 가깝게 다가간 작품이라 생각한다. 현빈과 함께 작업하면 만들어 가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되게 뿌듯하다. 근사하고. 이번에 더 발전된 그림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조'에서 현빈이 맨손 액션과 총기 액션을 보였다면, '창궐'에서는 장검 액션이 그의 시그니처다. 김 감독은 '창궐'에서 현빈의 액션을 하얀 백지에 강한 붓의, 선이 살아있는 액션이라고 말했다.
"동양적인 액션하면 부드럽고 유연하다. 되게 힘찬 느낌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칼도 장검을 사용한 것이다. 기대만큼 잘했다. 현빈이라는 배우가 화면 안에 있을 때 든든함이 있다. 이제는 좀 더 서로를 더 알기 때문에 설명이 짧아져도 잘 통하고 이해하는 면이 있다. 현빈은 늘 조금더 를 생각한다. 근데 이제 감독님이 리허설 하는 것만 한다고 하더라. 정말 많이 고생했다. 근데 아직 보여드리고 싶은 현빈 얼굴이 많다."(하하)
극 중 이청은 박종사관 일행, 즉 야귀에 맞서 싸우는 재물포 민초들을 만나게 된다. 김 감독은 '공조' 현빈만큼이나 조우진을 고집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신도 조우진이 북을 치는 신이란다.
"우진씨는 꼭 필요했다. 시나리오는 조선 최고의 무관이라 건장해야 했는데 저는 조우진씨였다. 의외로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다른 영화 시사회 뒷풀이에서 만나서 너무 좋아한다고 하고 다음 영화 같이 하자고 했었다. 형식상 대답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기억하시더라. 캐스팅에 대한 만족도 90%이상이다. 그게 정말 행복했다. 우리 배우들 너무 좋았다."
조우진이 대사를 하는데 '평생 그런 슬픈 장면을 찍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는 김 감독은 아직도 그 장면을 보면 감동한다고.
"영화에 나온 장면이 첫 테이크였다. 원래 트랙을 깔고 찍으려 했다. 근데 리허설을 하는데 너무 좋더라. 일단 여기서 하나 찍고 트랙으로 가자고 했다. 그 장면 끝나고 나는 잘 기억은 안나는데 스태프들이 내가 모니터 보다가 '우진씨 그렇게 안보이는데 눈이 저렇게 슬프니'라고 했다고 하더라."
'창궐' 엔딩 크레딧에는 이청의 형 역할을 한 김태우의 이름에 '그리고 김주혁'이 써 있다. 故김주혁 역시 '공조'로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김태우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난 故김주혁의 자리를 채워준 고마운 사람이다.
"처음 '창궐' 연출 망설일 때 용기를 주고 힘을 준 사람 중 한 명이 故김주혁이다. 1회 촬영을 진행만 한 상태였다. 그 소식 들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멍했다. 심지어 세트 촬영일이 지정돼 있어 다시 빌려야했는데도. 그때 김태우 선배님이 연락을 주셨다. 저는 김태우 선배님과는 친분이 없다. 그때 처음 뵀는데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했다. 선배님이 오셔서 찍은 모든 과정이 기억난다. 되게 또렷하다. 그분이 하셨던 말, 행동 나눴던 이야기들이 생소하다. 제 마음이 되게 복잡했었나보다. 덕분에 마무리를 잘 할 수있었다."
故김주혁 이름만큼이나 눈길을 끈 것은 야귀 역을 한 배우들의 사진을 엔딩 크레딧에 담았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준 분들이다. 그 배우들에게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제가 그 친구들을 어떤 측면에서 존경하고 너무 고맙다. 그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올렸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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