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의 거목 신성일이 4일 새벽 영면한 가운데 20세기 대중문화계에서 고인과 각별한 인연을 나눴던 스타들의 조문 행렬과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마지막 말이 이어지고 있다.

아내인 배우 엄앵란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전 세계 놀러 다니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회한 가득한 말을 했다.

이어 "남편은 영화 물이 뼛속까지 들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했다"며 "그걸 볼 때 정말 가슴 아팠다.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이런 사람이 옛날부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좋은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넘어가는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고 덧붙였다.

생전 고인에 대해 엄앵란은 "일에 미쳐서 집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자기는 영화만 하러 다녔다. 집에서 하는 것은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집안의 남자가 아니라 사회적인 남자였다. 그러니 존경했고 55년을 살았다"고 털어놨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던 최불암은 "반짝이는 별이 사라졌다. 우리 또래의 연기자로서 조금 더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고인은 굉장히 로맨틱한 존재였다. 쭉 멜로드라마 주인공을 맡아서 저희는 감히 엄두를 못 내는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배우 김수미는 “불과 두 달 전에도 같이 밥을 먹었다"고 울먹이며 "하느님이 하늘에서 배우 하라고 데려가신 것 같다. 하늘에서도 배우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하룡은 ”우리 어릴 때 대단하셨다. 헤어스타일 하나부터 엄앵란 선생님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노래가 유행할 정도였다"고 고인을 추억하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고 언제나 청춘으로 사시길 바란다"고 했다.

배우 이순재는 "60년대 한국영화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 막대한 기여를 한 사람이다. 조금 더 할 수 있는데 너무 일찍 간 것 같다. 많은 자료가 남아있어 후학들에게 좋은 교본이 될 것이다. 정말 애를 많이 쓴 사람이다. 로맨스에 적합한 배우였는데, 건강했으면 말년까지 좋은 작품을 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1960년대 ‘흑맥’ ‘초우’ ‘일월’ ‘잃어버린 면사포’ ‘임금님의 첫사랑’ 등 숱한 멜로영화에서 신성일과 호흡을 맞췄던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이자 엄앵란과 50년 지기인 문희 백상재단 이사장은 원로배우 신영균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았다. 문희는 영화인장으로 엄수되는 장례식 고문에 윤일봉 신영균 남궁원 임권택 김지미 고은아 김동호 등과 함께 위촉되기도 했다.

배우 박상원은 "배우로서 영광의 시대를 처음으로 연 선구자이시다"며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신성일의 계보를 잇는 충무로 미남배우이자 톱스타 조인성도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폐암 투병 중이던 신성일은 4일 오전 2시25분께 전남대병원에서 향년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6일 오전 11시에 이뤄진다. 화장 후 유골은 고인이 직접 건축해 살던 가옥이 위치한 경북 영천 성일각으로 옮겨진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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