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곡성’은 옥분(손나은)이 귀신 들린 대감집에 들어가면서 생긴 이야기를 그린 공포물이다. 손나은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옥분을 연기해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았다. 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싱글리스트와 만난 그와 수다를 떨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첫 주연작으로 인터뷰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영화로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에요. 에이핑크 멤버들과 같이 인터뷰할 때와 다른 느낌이죠. 제가 말이 많지 않아 걱정했지만 인터뷰를 계속 하다보니 말이 늘었어요.” 

에이핑크로 활동한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스크린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몸과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여곡성’ 촬영에 임했다. 우선 옥분 캐릭터를 집중 연구했다. 동명의 원작(1986년작)을 아예 몰랐지만 찾아보진 않았다. 원작의 부담감을 뒤로하고 ‘손나은’만의 옥분으로 영화를 찍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옥분이는 시간이 갈수록 욕망이 쌓여 변질되는 캐릭터예요. 처음에는 몸종으로 대감집에 들어와 어떻게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생존보다 더 큰 욕망을 꿈꾸죠. 솔직히 비운의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초반에는 옥분 대사가 거의 없어요. 사람들이 말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표정과 분위기로 관객을 사로잡아야하니 그 점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대본 리딩부터 영화 분위기, 캐릭터 연구, 촬영 환경에 대한 공부보다 어려웠던 건 지방 촬영이었다. 추운 겨울 내내 지방 촬영을 진행했다. 그래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지방 촬영은 처음이라 피난가는 사람처럼 모든 걸 다 챙겼어요. 촬영할 때가 추운 겨울이어서 기능성 내복, 핫팩, 심지어 보온 방석까지 가져갔죠. 오히려 한복을 입고 핫팩을 붙이니 화상을 입었어요. 그래도 여름은 싫어요. 메이크업이 다 번지고 끈적끈적하니까요.”

촬영 초반 손나은은 어색해 했다. '영화 촬영 현장이 이런 곳이구나...' 하면서 분위기 파악하는 데 바빴다. 하지만 오랜 연예계 경험으로 빠르게 적응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영선 감독의 유머와 서영희, 최홍일 등 선배들의 관심 덕분이었다.

“감독님은 현장 분위기 메이커죠. 정말 재미있으신 분이에요. 촬영할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과 서영희 선배님은 물론 다른 선배님들이 저를 잘 다잡아주셨어요. 하나하나 세세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했어요.”

장르는 공포였지만 촬영 현장은 웃음이 가득했다. 스태프가 발, 머리가 잘린 소품을 들고 다녀도 손나은은 깔깔 웃었다. ‘공포영화 찍는다고 다 무서운 분위기는 아니구나’라고 느끼면서 그 역시 선배들에게 받은 관심과 사랑을 나눠주려 애썼다.

“지방 촬영이 끝나고 쉬는 기간이 있었어요. 막상 서울에 올라와 있으니 허전하더라고요. 제가 있어야 할 곳은 현장이었죠. 촬영이 없어도 선배님들 촬영날에 찾아가서 음식도 사고 일일 연출부 막내까지 했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배님들, 현장 스태프와 정을 맺었잖아요. 몸은 힘들었을지 몰라도 마음만은 정말 기뻤어요.”

현장 분위기와 다르게 연기는 쉽지 않았다. 공포 영화를 촬영할 때 몸 쓰는 건 기본. 손나은은 액션 스쿨을 다니면서 몸을 만들었다. 평소에 운동 자체를 안한다고 하지만 댄스로 다져졌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몸 곳곳이 부상을 당해도 손나은은 마음에 드는 연기를 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졌다.

“액션 스쿨에 가서 낙법, 업어치기 등 된통 당했어요. 모든 건 영화에서 완벽한 연기를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죠. 서영희 선배님과 우물 신을 찍을 때 몸이 많이 망가졌어요. 매니저 오빠가 팔도 주무르면서 힘을 내줬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공포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죠. 솔직히 조금 아쉬워요. 지금이라도 다시 하고 싶네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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