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윤(26)의 데뷔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남다르다. 지난 2015년 편의점에서 강도를 잡아 뉴스에 출연했는데 그 모습을 지금의 소속사가 보고 그와 전속 계약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취업준비생에서 배우가 된 셈이다.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했고 이후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학교 2017' '시를 잊은 그대에게' '미스터 선샤인'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 때문인지 영화 '뷰티풀 데이즈'(21일 개봉)가 그의 첫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신인배우 티가 많이 나지 않는다.

장동윤이 영화 '뷰티풀 데이즈'에서 이나영과 모자(母子) 호흡을 맞췄다. / 장동윤 소속사 클로버컴퍼니 제공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탈북 여성(이나영)과 14년 만에 그녀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장동윤), 그리고 숨겨졌던 진실을 그리는 작품이다. 장동윤은 중국인(조선족) 19세 아들 젠첸을 맡아 톱스타이자 선배 배우 이나영과 찰떡호흡을 보여준다. 신인배우의 풋풋함과 동시에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열정을 가진 장동윤과 서울 옥인동 한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떨었다.

# “스크린 데뷔인데 주연에 부국제 개막작 선정까지 꿈인가 했죠”
'뷰티풀 데이즈'에서 죽어가는 아버지 부탁으로 14년 만에 엄마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온 중국인 아들 젠첸을 맡은 장동윤은 스크린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충무로에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10월 열렸던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국제) 개막작인데다 이나영 아들로 출연하는 겹경사까지. 그는 이에 대해 ‘영광스럽다’는 단어를 써가며 당시에 느낀 감흥을 전했다.

“영화 첫 주연작인데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게 평생 잊지 못할 상황이죠. 너무 영광스러운 거예요. 10월 부산영화제에 지인들이 왔는데 장동윤이 아닌 극중 젠첸에 감정이입을 하게 됐다는 말을 해줬는데 그 때 뿌듯하고 기분 좋았어요.”

장동윤이 이나영(왼쪽)과 모자(母子)로 등장한 '뷰티풀 데이즈' 스틸 / '뷰티풀 데이즈' 제작사 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그는 엄마를 향한 이중적 감정인 그리움과 미움이 뒤섞인 심경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축을 이끌어 ‘제2의 이제훈’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그가 이런 영화계의 칭찬과 지지를 받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특별한 도전의식이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언어적 측면을 가장 먼저 접근하려 했어요. 짧은 시간에 언어를 습득하기 어려워 걱정되고 고민됐지만 뭔가 분석할 게 많은, 작품성 있는 영화를 하고 싶어 결정했어요. 특히 캐릭터를 통해 내가 뭔가 배우고 나와 다른 게 있으면 그 이질적인 걸 닮아가려 애쓰고. 분석할 게 많은 역할을 좋아해요. 배울 게 많거든요. 그런 역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많아요. 연변 사투리는 드라마 '학교 2017' 끝나고 한 달 반 동안 배웠어요. 사투리에 문화나 정서가 다 묻어있더라구요.”

중국에 사는 조선족 대학생 젠첸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평소 자주 가던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중국 슈퍼마켓에서 연변 사투리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그들의 언어는 물론 정서까지 습득하는 등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고.

장동윤이 배우 데뷔 전 2015년 편의점 강도 검거 후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 모습 / SBS '8 뉴스' 캡처

# “편의점 강도 검거로 배우 데뷔? 그건 우연 아닌 운명이었어요”
장동윤은 불과 3년 전인 2015년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재학 시절, 서울 관악구 한 편의점에서 흉기 든 강도를 발견한 뒤 112에 전화했다. 당시 그는 기지를 발휘해 친구와 통화하듯 경찰에게 편의점 주소와 상황을 침착하게 전했고 강도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로 감사장을 받았다. 이 때 장동윤이 전파를 탄 방송뿐 아니라 SNS에서도 유명해져 배우로 데뷔하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편의점 사건’이 운명이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당시 평범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 사건이 운명이었는지 소속사의 제의에 응했죠. 결단력 있는 편이이에요. 배우 데뷔에 대해 집에서도 반대 안 하시고 내게도 배우가 될 만한 뿌리 같은 게 있었어요. 어릴 때 영화감독이 꿈이었을 만큼 영화를 좋아하고 시나리오 등 글 쓰는 것에도 소질이 있어 금방 결정 내렸어요.”

또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한 번 발을 담근 이상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연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요즘 연기에 대한 생각도 더 깊어지고 많아졌어요. 이젠 3년차 배우로, 업이 돼버렸잖아요. 이런 프로의 (배우)세계가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크든 적든, ‘욕심’이 없는 배우는 없는데.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게 꿈이긴 해요. 성공하는 게 꿈이 아닌 배우는 없을 수 없고 정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초반엔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은 걸 내려놓고 나한테 집중하니 더 좋아졌어요. 스스로 너무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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