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13회에는 여주인공 김혜경(전도연)의 남동생이 깜짝 등장했다.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패션 감각을 보여줬던 그는 게이였다. 과거 '벽장에서 나오지 못한 채' 숨어 있어야 했던 금기의 캐릭터 성적 소수자(동성애자)는 국내 TV에서 지난 20년간 어떻게 그려져 왔을까. 그리고 어떤 변화의 길을 걸어 왔을까. 6개의 얼굴과 마주했다.

 

■ 째즈(1995)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 처음 동성애 코드를 접목시킨 드라마 ‘째즈’는 한 여대생의 죽음을 파헤치며 젊은 세대와 욕망과 애증을 파헤쳤다. 재벌 회장 아들 하늘(한재석), 하늘의 오랜 친구이자 자신으로부터 하늘을 뺏어간 단비(정혜영)을 질투하는 한새(정성환)가 등장하는데 동성애는 상류층 대학생을 표현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 슬픈 유혹(1999)

 

본격적인 동성애 드라마의 신호탄을 쏜 작품은 노희경 작가- 표민수 PD 콤비의 KBS 2부작 ‘슬픈 유혹’이다. 팍팍한 현실에 지친 중년 남성 문기(김갑수)와 젊고 매력적인 준영(주진모), 이들을 바라보는 문기의 아내 정혜(김미숙)을 통해 현대 가정의 해체와 흔들리는 중년의 내면, 젠더를 초월한 사랑의 감정을 직시했다.

 

■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변화한 시대상을 수용하며 상당한 표현의 진보를 이뤘다. 남장한 카페 종업원 은찬(윤은혜)이 여자인줄 모르는 사장 한결(공유)은 계속 은찬에게 끌리게 되자 고민에 빠져든다.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기 위해 은찬을 멀리하던 끝에 “네가 남자든 여자든 외계인이든 상관 안해”란 말을 하며 동성애를 인정하지만, 마침내 은찬이 여자인 것을 안 뒤 고통에서 벗어난다.

 

■ 성균관 스캔들(2010)

 

청춘 퓨전사극 ‘성균관 스캔들’ 역시 ‘커프’와 같은 설정이다. 전도유망한 젊은 유생 이선준(유천)은 같은 성균관 유생인 남장여자 김윤희(박민영)를 좋아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사회적 시선에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김윤희가 여자인 것을 알고, 고통에서 해방돼 자유롭게 사랑에 빠진다.

 

■ 인생은 아름다워(2010)

 

‘커프’ ‘성스’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사회적 편견에 고뇌하는 모습이 나오나, 그들이 사랑하는 대상은 남성이 아닌 여자다.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극적인 장치를 덧댄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간 사랑의 과정을 풀어낸다. 의사 태섭(송창의)과 사진작가 경수(이상우)의 사랑, 이들을 품게 되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동성애는 천형이 아니라 사랑이며,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임을 역설한다.

 

■ 굿 와이프(2016) 

혜경(전도연)의 변호사 사무실에 나타난 김새벽은 로펌 대표 서중원(윤계상)과 인사를 나눈 뒤 누나에게 “그 남자 섹시하더라. 딱 내 타입이던데...그 남자랑 뭐 있지?"라며 둘의 관계를 궁금해 한다. 미국에서 동거 중인 남자친구 정민과 다툰 뒤 서울로 온 그는 누나에게 미주알고주알 연인과의 일상을 털어 놓는다. 혜경은 동생의 연애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던 고민을 훌훌 꺼내 놓는다. 개개인의 성적 취향은 남매애에 전혀 문제가 되질 않는다. 서로 용기를 주며 행복을 응원하는 사이일 따름이다.

반면 "처남 요즘도 남자 만나?"라며 비아냥대는 매형(유지태)에겐 "난 법을 어긴 적도, 애인 두고 바람피운 적도 없다. 당신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면서도 늘 나를 그런 기분 나쁜 눈으로 쳐다봤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그간 드라마에서 게이는 여성성을 극대화시킨 희화화된 캐릭터이거나 애환과 고뇌에 찌든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굿 와이프’에서는 또래 누구나와 마찬가지인 밝고 가벼운, 때론 속 깊은 청춘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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