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는 연기와 현실적인 엔딩으로 지난 18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 김아중을 향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원티드’에서 그는 납치당한 아들을 되찾으려 애쓰는 정혜인으로 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데 절대적 역할을 했다. ‘미녀는 괴로워’의 로코 퀸으로 출발했던 김아중이 어느 순간부터 장르물을 유영하고 있다. 속칭 ‘돈 되지’ 않는다는 장르물에 몸을 실으며 배우로서 안목과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 스릴러 드라마 ‘원티드’(2016)

‘원티드’는 국내 최고 여배우가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생방송 리얼리티 쇼에서 범인의 요구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고군분투기가 담긴 리얼리티 스릴러 드라마다.

한지완 작가는 “김아중은 스릴러 장르에 애정이 깊고, 대본 분석력이 탁월하다. 혜인은 여러 갈래의 감정을 품은 채 능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복잡한 인물인데 이면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챙기며 연기했다”고 평가했다. 박용순 PD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대범함과 디테일을 파고드는 섬세함을 지녔다.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자신의 연기에 엄격한 배우다"고 말했다.

흔히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가 작품의 전면에 서다가 결정적인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며 ‘민폐녀’로 소모됐다면 정혜인은 사건 해결을 주도하고, 동료에 대한 의리와 전체 판을 볼 줄 아는 머리를 지닌 진화한 여성 캐릭터다. 평소 감아중의 작품 선택 기준은 ‘캐릭터가 얼마나 돋보이느냐’보다 ‘캐릭터가 극의 전체적 완성도를 얼마나 높이느냐’다.

 

■ 법정 드라마 ‘펀치’(2014~15)

탄탄한 스토리(극본 박경수)와 꽉짜인 연출력(이명우 PD)이 돋보인 법정드라마 ‘펀치’에서 검사 신하경으로 출연했다. 출세 지상주의자인 남편 박정환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김럐원)과 이혼한 뒤 홀로 딸 예린을 키우며 살아가는 소신과 강단으로 똘똘 뭉친 여성 캐릭터다.

정치 사회성향 짙은 이 작품에서 김아중은 남편-아내 설정임에도 별다른 멜로라인 없이 사회정의를 위해 전 남편과 팽팽하게 맞서고, 이후엔 부정부패의 법무부장관-검찰총장을 무너뜨리려 파트너십을 이룬다. 극 후반부에 이르러선 악성 뇌종양에 걸린 남편을 떠나보내며 애절함을 쏟아낸다. 김아중의 지적인 이미지와 정확한 발음은 여검사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멜로물이 아니어도 배우가 어떻게 캐릭터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가 됐다.

 

■ 메디컬 수사드라마 ‘싸인’(2011)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배경으로 한 ‘싸인’은 장르물에 있어 독보적인 김은희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김아중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신참 법의학자 고다경 역을 맡았다. “산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죽은 사람만이 진실을 얘기한다면 저는 그 곳에서 진실을 찾을 겁니다”는 그가 시청자의 뇌리에 깊게 각인시킨 대사다.

2006년 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인기에 비해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가볍고 말랑한 작품으로 스타성을 부각시키는 쉬운 길이 있었지만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변곡점 역할을 한 작품이 ‘싸인’이다. ‘로코 퀸’에서 ‘장르물 퀸’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고, 스펙트럼은 넓어졌다.

 

■ 범죄액션영화 ‘더 킹’(2016)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홍보대사와 단편부문 심사위원을 맡을 만큼 젠더 감수성과 여성영화에 관심을 보여온 김아중은 2013년 ‘캐치 미’ 이후 3년 만에 영화로 대중과 만난다. 오는 12월 개봉하는 범죄 오락 액션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들과 세상의 왕이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권력자의 시선에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를 그리기 때문이다. 김아중은 상희 역을 맡아 조인성(태수 역), 정우성(강식 역)과 호흡을 맞춘다. 드라마 ‘싸인’ ‘펀치’ ‘원티드’를 지나오며 신뢰를 쌓아온 연기력이 어떻게 스크린에 투영될지에 관심이 모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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