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륙에서 처음 열린 2016 리우올림픽이 오늘(22일) 오전 17일간의 감동 드라마를 연출하고 마감했다. '새로운 세상'(New World)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리우 대회에는 세계 난민으로 구성된 난민올림픽팀이 사상 처음 참가하는 등 메달 경쟁보다 값진 감동 스토리가 많았다.

 

 뉴질랜드 육상선수 니키 햄블린(왼쪽)과 미국 선수 애비 디아고스티노.

◆ 서로 부축하며 들어온 여자육상 선수들

미국 여자 육상선수 애비 디아고스티노와 뉴질랜드 니키 햄블린은 16일 여자 육상 5000m 예선에서 뛰다가 넘어졌다. 먼저 일어난 다고스티노는 망연자실해 있는 햄블린에게 손을 내밀어 독려했다.

용기를 받은 햄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무릎 인대를 다친 다고스티노가 다시 한 번 쓰러졌다.

이번엔 햄블린이 그를 일으켰다. 두 선수는 절뚝거리면서도 결승점을 통과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햄블린은 "이번 올림픽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뛰었던 경기가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멋진 페어플레이를 펼친 선수로 선정됐다.

 

흑인 최초 기계체조 금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

◆ 인종차별 딛고 일어선 흑인 2명의 ‘시몬’

미국의 기계체조와 수영 대표로 각각 출전한 흑인 여성 시몬 바일스(19)와 시몬 마누엘(20)은 백인들이 독점해온 체조와 수영에서 흑인 여성들이 사상 첫 금맥을 캐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신장 145㎝에 불과한 바일스는 인간 동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계체조에서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어 이번 대회 최고 성적을 거뒀다.

특히 그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어머니는 약물과 알코올 중독자였던 어려운 과거를 극복하고 금메달의 영광을 안아 큰 감동을 줬다.

마누엘 역시 올림픽 여자 자유형 100m 금메달 등 2관왕에 오르며 여자수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사상 첫 흑인 선수가 됐다.

 

암을 극복하고 은메달을 딴 영국 사이클 선수 레베카 제임스가 응원나온 연인을 껴안고 울고 있다.

◆ 암투병 극복한 영국 사이클 선수 레베카

리우올림픽 사이클 경륜 경기장은 14일 눈물바다를 이뤘다. 암 투병을 해온 영국 여성 레베카 제임스(24)가 병마와 싸워 은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준우승이 확정되고서 트랙을 한참 더 돌던 그녀는 코치와 연인, 가족과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그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선수생활을 그만두려 했다. 암 수술 후유증도 모자라 심각한 부상이 이어진 탓이다.

2014년 자궁암 수술 후 항암치료 끝에 간신히 재기하는 듯했으나 돌발 재앙이 겹쳤다. 지난해 무릎을 심하게 다친 데 이어 어깨까지 수술하면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은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북한 역도선수 림정심.

◆ 북한 림정심 엉덩뼈 골절 극복 2연패

북한 림정심(23)은 리우에서 '투혼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지난해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덕분이다. 당시 인상에서 엉덩이를 심하게 다쳐 더는 뛸 수 없다는 진단에도 용상 경기에 나서 2위를 했다.

국제역도연맹은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감탄했다. 림정심은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그녀는 정상에 우뚝 섰다. 북한 올림픽 역사상 처음 개인 통산 금메달 2개를 목에 거는 쾌거도 이뤘다.

 

박상영

◆ 박상영 무릎 부상 이겨낸 값진 금메달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21·한국체대)도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박상영은 결승전에서 백전노장 게저 임레(헝가리)를 만나 10-14로 뒤지다가 15-14로 역전하는 극적인 승리로 팬들을 흥분시켰다. 특히 무릎 부상의 고통을 참고 이겨낸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박상영은 지난해 3월 왼쪽 무릎 십자인대수술을 받았다. 재활 훈련을 거쳐 12월부터 다시 펜싱 훈련을 시작해 엄청난 구슬땀을 흘렸다.

박상영은 "지금도 하체 훈련이 지나치게 많으면 다리가 붓곤 한다. 정말 중요할 때 잘 버텨준 내 무릎에 고맙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닉 스켈톤

◆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영국 닉 스켈톤

영국의 승마선수 닉 스켈톤은 58세의 나이로 리우올림픽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스켈톤은 20일 승마 장애물넘기에서 42초82를 기록해 페더 프레드릭슨(스웨덴·43초35)을 제치고 우승했다. 1988 서울올림픽 때 처음 출전한 스켈톤은 7번째 도전 끝에 개인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특히 스켈톤은 30여년 간 이어진 기나긴 선수생활 동안 고관절을 철골로 교체했고, 목 골절상을 당하는 등 여러 부상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감동을 줬다.

역대 올림픽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는 1912 스톡홀름 올림픽 때 64세 나이로 금메달을 목에 건 사격 선수 오스카 스완(스웨덴)이다.

 

하파엘라 실바

◆ 빈민촌 출신 실바, 브라질 1호 금메달

올림픽 개최국 브라질에 1호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은 여자 유도 57㎏급에 출전한 하파엘라 실바(24)다.

세계랭킹 14위인 실바는 9일 세계랭킹 1위인 도르즈수렌 수미야(몽골)에게 절반승을 거뒀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실바는 매트 위에서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브라질 최악의 빈민촌 '파벨라'에서 나고 자라면서 겪은 가슴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바는 스포츠를 통해 지긋지긋한 빈곤에서 벗어나겠다는 집념으로 구슬땀을 흘렸고, 리우올림픽에서 정상에 우뚝 서며 브라질 국민의 희망이 됐다.

 

멕시코 복서 미사엘 로드리게스(왼쪽).

◆ 멕시코 ‘각설이 복서’ 로드리게스

멕시코 대표로 복싱 미들급에 출전한 미사엘 로드리게스(22)는 '각설이 복서'로 리우에서 유명해졌다.

대회 경비가 모자라 지난해부터 수도 멕시코시티 번화가는 물론, 시내버스에서도 구걸했다는 사실이 지난 17일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대표에 선발됐으나 올림픽에 참가할 돈이 턱없이 부족하자 길거리로 나섰다. 올림픽에만 나간다면 체면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용기와 정성에 감동한 시민들이 한두 푼씩 보태준 덕에 리우 대회에 출전해 19일 동메달을 땄다.

 

미국 래퍼 스눕독이 인스타그램에 소개한 슈리키 우코구.

◆ "나이지리아 조정 은메달?" 스눕독의 착한 실수

"나이지리아의 조정 선수 슈리키 우코구에게 축하를 전해줍시다. 우코구는 스스로 비용을 조달해서 나이지리아인 중 최초로 조정 종목에 출전했고, 오늘 은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나이지리아인 중에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미국의 래퍼 스눕독이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우코구의 감동적인 스토리는 곧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우코구가 은메달을 땄다는 내용은 거짓이다..

우코구가 결선에 떨어진 선수들의 순위 결정전에서 2위 한 사실을 스눕독이 은메달로 착각한 것으로, 스눕독의 실수까지 더해져 감동을 줬다.

 

사진출처= 리우올림픽 홈페이지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