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을 넘어 국민그룹이 된 '전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90년대 이후 J Pop계의 간판으로 활약해온 SMAP(스맙)이 팀 결성 28년, 데뷔 26년 만인 오는 12월31일 해체한다.

SMAP은 멤버들 모두 톱스타급 인기를 자랑하고 있기에 해체 소식은 일본은 물론, 한국 등 아시아 국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30대 후반에서 50대의 국내 음악팬들에게는 순수한 청춘기를 빛내줬던 아이콘이자, 90년대 당시 X세대의 욕망을 분출시켰던 해방구였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정상의 위치에서 26년 동안 열일해온 다섯 남자의 발자취를 되짚어 봤다.

 

SMAP, 전설의 초라한 시작
 

1988년 결성된 아이돌 그룹 스케이트 보이즈에서 나카이 마사히로, 기무라 다쿠야, 이나가키 고로, 모리 카츠유키, 구사나기 츠요시, 가토리 싱고 6명의 멤버가 발탁돼 SMAP(Sports Music Assemble People)가 결성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시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히카루 겐지의 백댄서를 하거나 방송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팀 결성 3년5개월 만인 1991년 9월 일본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쟈니스에서 첫 싱글 ‘Can`t stop!! -LOVING-’을 발매하며 정식 데뷔했다.

전설의 시작은 초라했다. ‘쟈니스 데뷔=오리콘 1위’ 신화에 실패한데다 이듬해 8월 나고야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관객 동원 면에서도 참패했다. 설상가상 음악 프로그램이 하나 둘 폐지돼 방송 출연 기회도 줄어들었다.

 

친숙한 이미지로 변신

 

SMAP 버라이어티 쇼 'SMAPxSMAP'

팀 해체 위기의 순간, SMAP은 아이돌로서는 이례적으로 버라이어티 방송에 출연, 파격적인 모습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벌칙을 수행하거나, 여장을 하는 등 ‘개그돌’ 콘셉트로 시청자에게 어필했다.

음악성과 예쁘장한 모습으로만 카메라 앞에 서던 ‘아이돌’의 신비주의, 노래 위주의 마케팅 전략에서 탈피한 그들은 대중에게 바투 다가서는 전략, 만능 엔터테이너와 개별 활동 전술로 일본, 한국의 후배 아이돌들에게 롤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계기로 SMAP은 연극, 영화, 드라마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96년 연기자로 변신한 초절정 꽃미남 기무라 다쿠야의 주연 드라마 ‘롱 베케이션’이 평균 시청률 26.9%를 기록하며 국민스타 반열에 올랐고, 같은 해 SMAP의 시그니쳐 쇼 프로그램 ‘SMAP X SMAP’를 통해 최정상 아이돌로 발돋움했다.

 

앨범 판매도 1등! 밀리언셀러 신화

96년 멤버 모리 카츠유키의 탈퇴로 부침을 겪었지만, 98년 27번째 싱글 ‘밤하늘의 저편(夜空ノムコウ)’으로 첫 밀리언셀러(162만720장)를 기록했다. 이어 2000년 ‘라이온 하트’(156만3260장), 2003년 ‘세상에 하나뿐인 꽃(世界に一つだけの花‧258만1596장)’ 등이 1년 동안 오리콘 차트를 점령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작성했다. SMAP는 현재까지 싱글, 정규, 베스트 앨범까지 3500만장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노래를 썩 잘하는 그룹이 아니어서 언제나 "아티스트가 아니라 노래를 잘 못한다"는 자조 섞인 유머를 전하곤 했지만 SMAP은 세대를 초월해 대중이 수용하기 쉬운 음악, 댄스부터 소프트 록, 미디엄 템포, 록(열성 팬들은 이들의 록음악을 별로 반기지 않았다), 발라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쏟아냈다. 아크로바틱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군무와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율동은 그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SMAP만의 시그니처였다.

 

SMAP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콘서트’다. 데뷔 후 매년 투어 콘서트를 개최한 이들은 수용 인원이 10만명에 이르는 도쿄돔을 매회 가득 채우는 것은 물론, 어린이부터 80대 노년층까지 공연장으로 발길을 끌어 들였다. 현재까지 누적 관객수만 1000만명에 이른다. 아시아 가수로서 최고 기록이다.

 

장수그룹에서 팀 균열 조짐

보통 그룹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음악적 견해차, 감정적 갈등으로 헤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무려 28년이나 한솥밥을 먹은 이들의 단결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팀 리더는 나카이였으나 대외적으로 인기가 가장 많은 멤버는 기무라였다. 미묘한 관계로 불협화음을 내기 쉬웠으나 멤버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나카이룰 중심으로 팀이 움직였고, 기무라는 늘 한 발자욱 물러서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균열 없이 팀이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해체 소동이 한차례 일어나고 사과방송을 하던 자리에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기무라가 사과방송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팬들 사이에선 '기무라 다쿠야 vs 나머지 네 멤버'라는 구도와 함께 팀 해체에 대한 우려의 말들이 나돌기 시쟉했다.

결국 팬들의 걱정대로 SMAP는 해체를 발표했다. 소속사 쟈니스 측은 "SMAP 멤버들은 쟈니스에 남아있되 그룹 자체만 해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MAP 멤버들은 현 소속사에서 각자 솔로로 활동할 예정이다.

 

쿠사나기 츠요시[사진=영화 '환생']

해체 이후 활동 로드맵

멤버 전원이 연기자로 활동 중인 SMAP는 해체 후 모두 전업 연기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리더인 나카이 마사히로는 영화나 드라마 출연이 드문 편이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본업이 '배우'라고 생각될 만큼 영화, 드라마, 연극에 빈번하게 출연했다. 특히 기무라 다쿠야, 이나가키 고로는 SMAP 데뷔 시절부터 '드라마 반'으로 분류됐다.

 

기무라 타쿠야[사진=영화 '히어로']

이나가키 고로는 영화 ‘13인의 자객’, 드라마 ‘소믈리에’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인정 받았고, 국내엔 ‘초난강’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구사나기 츠요시는 영화 ‘좋은 사람’ ‘환생’ ‘일본침몰’ 등 다수의 흥행작을 남긴 일본 국민배우 중 한 사람이다. 말이 필요 없는 기무라 타쿠야는 한국 내 일드(일본드라마) 열풍의 주역으로 다수의 드라마에서 시청률 보증수표, 캐스팅 1순위 배우로 지금까지도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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