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에 이어서…

벌써 20년 가까이 배우로 살아온 송승헌이 “2~30대 때는 연기가 재미있지도 않고 이게 내 길이 맞나 싶었어요”라고 털어놓은 건 의외였다. 멜로 전문 배우에서 최근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며 분명 ‘변신’의 의지가 보였지만 생각보다 더 큰 심경변화가 있었다.

“어릴 때 송승헌은 기본적으로 연기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내 길인지 고민하다 20대가 지나갓죠. 어느날 연예인이 되면서 갑작스럽게 환경변화가 일어났고 ‘이게 뭐지’ 하면서 이때까지 온 거 같아요. 당연히 연기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을 거고. 스스로도 두려워했어요. 신인 때는 방송국 세트에 불이나서 촬영이 연기됐으면 바란 적도 있을 정도였어요”
 

등떠밀린 것처럼 배우로 살아온 송승헌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건 바로 팬의 편지였다. 30대 초반에 한 팬으로부터 “연기자라는 직업은 누군가한테 행복을 줄 수 있다. 그러니까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살라”는 편지를 받았다고.

“그 편지를 읽고 뜨끔하고, 창피했어요.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됐고, 내 돈벌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 편지가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큰 계기가 됐죠. 그런 말을 누군가 조금 더 빨리 해줬으면 싶기도 했어요. 그럼 좀 더 나은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요”
 

과거에는 정의롭고 멋진 캐릭터만 쫓았다고 밝힌 송승헌은 “‘인간중독’ 이후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걸 느낀 거 같아요. 연기에 대해서 재미도 느끼고, 특히 장르물을 하면서 ‘이걸 내가 왜 이제서야 했을까’하는 후회 아닌 후회도 했던 거 같아요. 기존에 멋잇는 것만 하려고 했을 대는 힘을 줄 수 밖에 없잖아요. 그냥 힘빼고 놀듯이 연기했을 대 반응이 더 좋은 것도 의외였어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너무 달랐던 거죠”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며칠 전 TV에서 ‘가을동화’ 재방송을 봤다는 송승헌은 “못 보겠더라고요”라고 웃어보였다. ‘가을동화’ 당대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송승헌을 비롯해 송혜교, 한채영, 원빈의 반짝이는 신인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예전엔 순수해서 그런 연기가 나왔던 거 같아요. 지금 ‘플레이어’를 마친 송승헌한테 ‘가을동화’ 대본을 주면 또 다른 방식으로 연기하지 않을까요. 그나마 늦게라도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는 게 다행스럽기도 해요”
 

오랜시간 ‘톱스타’로 살아온 송승헌은 “저는 어릴때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줄 알았어요. 이쪽 일을 내가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그래도 저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가진 능력에 비해 과분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 때문에  20대는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제 목표가 달라졌다. 놓쳐버린 지난 시간이 아쉽긴 하지만 송승헌은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잘생긴 외모가 연기 저평가에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말에도 송승헌은 “제가 깨야할 부분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런 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남들보다 조금 더 눈에 띄는 것 때문에 이름을 많이 알릴 수 있었으니까요. 남들보다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연기적인 면에서 박한 평가를 받는 건 제가 깨야할 부분이에요. 비주얼로 사랑을 받았다면, 배우로서 길은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럴려면 노력을 해야겠죠. ‘이제 저 사람이 배우같네’ 라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만큼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사진=더좋은 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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