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외전’(감독 이일형 2월3일 개봉)은 배우 강동원의 코미디 감각이 한껏 발휘된 범죄 액션 오락영화다. 살인죄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열혈검사 변재욱(황정민)과 전과 9범의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이 의기투합해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한파가 다시금 몰아닥친 1월의 마지막 날, 삼청동 카페에서 들은 꽃미남 배우의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고백 11가지.

 

 

◆ 강동원 장르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에 대해 ‘강동원 장르’라고 한 표현을 들었다. 못했단 얘기는 아니니까 기분 좋다. ‘검은 사제들’은 최부제 성장 스토리라, ‘검사외전’은 한치원이란 인물이 사건을 이끌어가며 원맨쇼 하는 캐릭터라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부담과 책임감이 크다. 나름 자신하고 시작해서 두 영화 모두 재밌었다.

 

◆ 리틀 ‘찰리 채플린’

원래 코미디를 좋아한다. 데뷔작(그녀를 믿지 마세요)도 코미디였고, 지난해 ‘두근두근 내 인생’ 때도 중간에 코믹파트를 책임졌다. ‘M’에선 슬랩스틱이 완전 많았다. 이번에 작정하고 웃기는 버전으로 연기했다. 하하씨 방송을 참고해 셔플댄스도 췄다. 슬랩스틱은 클래식한 재미가 있더라. 예전에 태어났다면 그런 장르 영화를 했을 것 같다. 워낙 몸 쓰는 거를 좋아한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을 보면 진짜 기막힌 게 많다.

 

◆ 사기꾼 톤 조절

혼자일 때와 상대배우가 있을 때 연기톤 조절이 관건이었다. 촬영하면서 조금씩 보태고 빼기도 했지만 치원은 사랑스럽고 미워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다. 허술한 면도 있고. 영화톤이랑 맞지 않기에 치밀한 설정은 내키지 않았다. “내가 완벽하게 계산해서 이렇게 한 거야”란 설정이라면 얄미울 거 같았다.

 

 

◆ 강동원식 말투

연기할 때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말투에 많이 신경 쓴다. 평소 내 특유의 말투를 최대한 지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영화는 와 닿는 감정이 중요하다. 음악처럼 사운드가 절대적이진 않다. 특히 액센트는 그 사람 고유의 리듬이 들어가 있다. 반면 딕션은 음식을 먹고 있어도 잘 전달돼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이번엔 최대한 경상도 사투리가 남아 있는 내 말투를 최대한 활용했다.

 

◆ 경상도st 영어

치원은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것으로 위장한 채 여자에게 사기를 친다. 그러면서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영어를 구사한다. 진짜 재미를 위한 장치였다. 물론 평소 영어 액센트에도 경상도 스멜이 풍기긴 한다. 일본어는 거의 표준어 톤이다. 영어는 5년 전 해외활동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공부해오고 있다. 2~4세용 영어책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교과서를 뗀 뒤 개인교습을 받았다. 시간 나면 선생님과 프리 토킹을 하고. 중국어 선생님과도 열공 중이다.

 

 

◆ 해외 진출

데뷔 때부터 해외시장에 관심이 많았다. 할리우드보다는 아시아권 공동 작업을 소망한다. 한국배우로서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중국영화 촬영 현장에 가본 적이 있는데 시간 약속이라든가, 쾌적한 환경이 너무 부러웠다. “이게 인간답게 작업하는 거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는 중국 예산의 10분의1로 작업한다. 인건비 줄이는 걸 담보로 작업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인간답게 일하려면 해외에 진출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

 

◆ 황정민 이성민

황정민 선배는 이번에 처음 공연했고, 이성민 선배와는 ‘군도’ 등 세 번째 작업이다. 성민 선배는 아직은 영화쪽에서 많이 드러나 있지 않은데. 감탄할 만큼 정말 잘 하신다. 슛이 들어가면 안에 뭐가 있는 것처럼 눈빛이 확 틀려진다. 정민 선배님은 진짜 준비를 많이 해오고, 리허설도 많이 하신다. 계속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이다. 그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영감을 얻었다. 특히 두 선배가 법정신을 촬영할 때 불꽃이 튀었다.

 

◆ YG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소속사로 YG를 선택했다. 혼자서 10여 년 일해 왔는데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경조사를 챙기고,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일들을 홀로 감당하는 건 더 이상 힘들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나를 컨트롤해줄 수 있으면서 마음에 맞을 만한 곳으로 YG를 정했다. 그곳의 소속 연예인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양현석 사장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 열일 하는 배우

어릴 때부터 ‘쉰다’란 개념이 없었다. 배우 데뷔 13년이고, 군복무를 제외한 9~10년간 열아홉 작품을 했으니 1년에 2편씩 꼭 찍었다. 예전엔 노출이 워낙 없어서 ‘노는 사람’으로 바라보다 이제는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바뀌는 듯해 기분이 좋다. 과거 ‘전우치’ 촬영 때 모 대중문화평론가가 “CF만 찍고 연기하지 않는 배우”라고 낙인을 찍은 적이 있어서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 그런데 “열일 하는 사람입니다” 해봤자, 안 받아준다. 지난해부터 스케줄이 딱 맞아떨어져서 세 작품 연속으로 하고 있다. 행운이다.

 

◆ 프로듀싱

프로듀싱(영화기획)은 관심이 많다. 감독은 노! 내가 할 일은 배우로서 시장을 넓혀야 하는 거니까. 나이 들어서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시간이 난다면 연출할 수도 있겠으나 굳이 그 머리 아픈 일을 왜 하나? 유능한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에게 시키면 될 것을. 기획 제작은 관심이 많다. 일을 할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앞으로 더욱 그럴 거 같다.

 

◆ ‘가려진 시간’ & ‘마스터’

엄태화 감독의 미스터리 판타지 ‘가려진 시간’에선 실종 소년에서 며칠 만에 훌쩍 자란 모습으로 돌아오는 성민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병헌 선배, 김우빈씨와 공연하는 범죄 오락 액션영화 ‘마스터’는 4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100회 차나 돼 8월까진 작업하게 될 거다. 이제껏 내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바른, 삐딱함이 없는 형사다. 노멀한 성격에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인물을 재미를 찾아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게 숙제다.

 

사진=쇼박스 제공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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