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7일 개봉하는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 ‘밀정’(감독 김지운)이 베일을 벗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국을 잃은 자들의 목숨 건 여정을 그린 영화는 지난해 천만영화 ‘암살’(감독 최동훈)과 비교되는 대목이 적잖다. 무엇보다 항일 독립운동 소재를 장르영화의 귀재 감독 2인이 대중적인 서사로 풀어내면서도 의미와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1. 황옥 경부 폭탄사건 vs 친일파 암살작전

‘밀정’은 1923년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토대로, 중국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일제 심장부인 총독부 등의 주요 시설을 타격할 폭탄을 들여오려는 무장 독립운동단체 의열단 단원들과 이를 방해하려는 일본 경찰의 암투와 교란작전을 담았다. ‘암살’은 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조선주둔군 일본 사령관과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해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을 리더로 하는 3인의 암살단을 경성으로 급파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좇는 일본군, 청부살해업자, 밀정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그렸다.

 

 

2. ‘약산 김원봉’ 이병헌 vs 조승우

두 영화에는 독립운동사의 주요 인물인 약산 김원봉(1898~1958)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가 1919년 만주에서 설립한 급진적인 무장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은 일제 수탈 기관 파괴, 친일 매국노·조선총독 등 요인 암살 임무를 수행했다. ‘밀정’에서 이병헌은 정채산으로, ‘암살’에서 조승우는 김원봉으로 특별 출연해 주연 못지않은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감독들의 전작(‘놈놈놈’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와 ‘타짜’)에 주연한 인연으로 캐스팅된 두 배우는 약산의 카리스마와 인간적 면모를 압도적인 연기로 빚어내며 역사 속에 묻혀버린 인물을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3. 변절한 친일파 이정출 vs 염석진

‘밀정’의 주인공은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활약하며 얻은 정보를 일제에 넘기며 조선총독부 경무국 경부까지 출세를 거듭해온 이정출(송강호)이다. 뛰어난 언변과 풍부한 인맥, 정보 수집 및 정탐 능력을 갖춘 그는 친일과 항일의 경계를 위태롭게 오간다. ‘암살’의 주인공 염석진(이정재)은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이다. 하지만 일본군에 은밀하게 독립운동 정보를 넘기며 변절한 뒤 독립 이후 경찰 고위간부를 역임하며 승승장구한다. 심지어 반민족특위 재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나 과거 동지들로부터 암살당한다. 결이 다른 일제의 밀정 둘이다.

 

 

4. 여성 독립운동가 연계순 vs 안옥윤

‘밀정’에서 연계순(한지만)은 의열단장 정채산의 비서로, 신출귀몰한 행적으로 일제를 따돌리는 정채산의 행적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다. 곱고 여린 외모와 달리 강단을 지닌 그녀는 신분을 철저히 숨긴 채 헝가리 폭탄 전문가의 아내로 위장, 경성으로의 폭탄 반입 작전에 참여한다. ‘암살’의 여주인공 안옥윤은 독립군의 일등 저격수 출신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이끌게 되는 인물이다. 만주 서로군정서에 입단, 일제 요인 암살작전에 몇 차례나 투입된 남자현 지사를 모티프 삼아 화제를 모았다. 연계순 안옥윤 모두 허구의 인물이나 누구보다 뜨겁게 항전했던 무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역사의 중앙에 세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