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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먹는 순간, 근심을 잊는다" 서울 즉석떡볶이 맛집 4
  • 객원 에디터 유새로이
  • 승인 2018.12.01 15:09
  • 댓글 0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특별한 이유나 감정 없이도 수시로 찾아왔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죽음을 상상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곁에서 내내 동동대던 애인이 물었다. “세희야, 배 안 고파? 너 좋아하는 떡볶이 먹으러 가자.” 보글보글 끓는 즉석떡볶이 냄비를 앞에 두고 백세희 씨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 와중에 떡볶이가 맛있었다. “이건 왜 이렇게 맛있지? 나 죽고 싶은 거 맞을까? 왜 이렇게 난리야, 나는…”
 

위의 글은 발간 이후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일부를 발췌한 구절이다. 책의 주인공 백씨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갑이 가볍던 학창시절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기쁜 날에도, 우울한 날에도 떡볶이집을 찾는다.

각종 재료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를 바라보며 쉴새 없이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적절히 배어든 양념처럼 고단한 하루 속 크고 작은 상처들은 따스한 위로를 받는다. 매콤 달곰한 맛에 홀려 입가에 국물을 묻히며 먹다 보면 뇌 신경이 자극을 받아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샘 솟는다. 그 순간만큼은 성적 때문에 우울했던 학생도, 동기들의 승진에 배가 아픈 직장인도, 육아 스트레스에 사생활을 잃어버린 주부도 누구나 평등하게 행복해진다.

삼삼오오 용돈을 모아 들락거리던 학교 앞 추억의 떡볶이집들은 세월이 흘러 소중한 사람과 다시금 찾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수많은 즉석떡볶이 중에서도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서울 즉석떡볶이 맛집이 궁금하다면? 교복을 입고 야자를 재끼던 그때로 돌아가 추억 속으로 떠나보자.
 

◆ 엄마와 딸, 그의 딸까지 대대손손 즐겨찾기-애플하우스

80년대 강남 초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건물 외관이 유독 눈에 띄는 구반포에 위치한 ‘애플하우스’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추억의 장소로, 미감을 자극하는 33년 전통의 즉석떡볶이로 유명하다.

빛바랜 세월과 추억을 대변하는 낙서들이 벽면 가득 적혀 있는 계단을 지나 2층으로 향하면 즉석떡볶이의 시발점인 신당동 스타일의 춘장과 고추장을 적절히 섞은 양념에 다양한 토핑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내는 정석 즉석떡볶이의 향기가 침샘을 자극하는데, 유독 모녀 일행이나 아이 엄마 모임이 많은 점이 재미있다.

현재는 매체 및 SNS에서 워낙 유명해져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반포 근처에서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 세월이 흘러 “엄마가 어린 시절 먹던 음식이야” 하며 세대를 거쳐 또 어린 친구들의 단골 가게가 된다는 스토리. 추억과 사연이 깃들어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이 집의 떡볶이는 달큼함은 기본이고 고소함과 깊이가 있는 맛을 선사한다. 이 맛의 비결은 적정한 비율의 춘장인데 양념이 끓는 순간 얇은 밀떡에 빠르게 스며들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메뉴 중 에디터의 적극 추천메뉴는 바로 ‘무침만두’이다. 야끼만두라 일컫지는 자른 당면을 소로 넣은 튀김 만두를 매콤달콤한 떡꼬치 소스에 듬뿍 무쳐낸 것인데 하나둘 집어먹다 보면 어느새 “이모 무침 만두 추가요!”를 외치는 마법에 걸려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떡볶이보다 이 메뉴를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단골이 꽤 있을 정도로 사랑받고 있으니 방문하게 된다면 꼭 추가해보길.

영업시간: 매일 10:00~21:30
 

◆ 은혜로운 맛의 짜장떡볶이-은혜즉석떡볶이

많은 세종대인의 소울푸드로 손꼽히는 어린이대공원역의 ‘은혜떡볶이’는 매일 오픈 시간과 동시에 길게 줄이 늘어서는 기염을 토해내며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곳곳의 많은 집이 맛있는 짜장떡볶이를 표방하지만 쉽게 질리거나, 견디기 힘든 자극적인 단맛으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어려운데 이곳의 짜장떡볶이는 먹고 일어나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생각날 만큼 중독성이 대단한 것이 특별하다.

기분 탓인지 감칠맛 나게 입에 달라붙는 미감 덕분인지 유난히 양이 적게 느껴지는 탓에 2인 메뉴를 혼자 먹기에도 무리가 없다는 평이 대다수인데 면 사리 추가는 처음에만 가능하니 꼭 명심하자. 짜장 소스의 녹진함을 고스란히 녹여낸 자작한 국물이 포인트인 이곳의 비법은 바로 직접 만드는 춘장 소스.

주문 시 맵기를 조절하면 청양고추 가루를 첨가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라면과 쫄면 각각의 매력이 모두 포기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니 고민하지 말고 함께 누려보길 바란다. 단골만의 팁이 있다면 비빔공기(볶음밥) 추가 시에 달걀 한 알을 남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소스가 잔뜩 묻은 뽀얀 달걀을 으깨어 이모님만의 스킬로 함께 볶아주면 그 고소함이 주는 행복은 기대 이상.

영업시간: 매일 10:30~22:00 첫째, 셋째 주 화요일 휴무
 

◆ 욕쟁이 할아버지의 욕보다 찰진 손맛-신안골분식

홍대, 고대 세종캠퍼스와 가까운 조치원 ‘신안골분식’. 이 집 뭔가 수상하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입장한 내부에서는 손님이 왕이라는 식당계 불문율을 잊은 채 주인 할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며 온갖 메뉴와 식기를 나르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혹여나 손수 떡볶이 냄비를 테이블까지 가져다주시는 할아버님의 동선이라도 방해하거나 여차하여 앞접시를 인원수보다 하나라도 더 챙겼다간 온 식당이 떠나가라 불호령이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시그니쳐 메뉴인 닭떡볶이는 1인분 주문 시 두 사람이 먹어도 충분한 양으로 두 명이 가서 2인분을 시켰다가는 넘치는 사리 욕심을 부렸다가 남기려는 심산이냐며 한 소리 들을 수 있으니 꼭 메뉴 주문 전 이 집 만의 룰을 숙지하길 바란다.

벽면에 붙은 무심하게 찢어낸 박스 위에 매직펜으로 적어 놓은 3명 1인분 주문하신 분 ‘오지 마세요’ 가 보여주는 패기가 ‘신안골분식’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무뚝뚝한 응대가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해 이 호통을 들으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큼직하게 썰어낸 브라질산 닭고기를 염지해 듬뿍 담아내고 다시마를 우려 깊은 육수에 고구마로 단맛을 가미한 닭볶음탕 스타일의 닭떡볶이는 츤데레 할아버지의 맛깔난 호통처럼 자극적인 탓에 자꾸만 찾게 되는 특별함이 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화수분 같은 양과 곳곳에 김 가루와 참기름을 배치해 두는 등 세심함이 엿보이는 점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와 한번 찾으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을 터이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영업시간: 평일 11:30~20:00 (마지막 주문은 19:30) 토요일은 휴무, 일요일은 정상영업
 

◆ 보고 또 봐도 그리운 떡볶이와 감자튀김의 콜라보-또보겠지

수많은 즉석떡볶이 마니아들이 최애 맛집으로 꼽는 부동의 1위 ‘또보겠지 떡볶이’. 트렌드에 민감한 탓에 유난히 급변하는 식당들로 일색인 홍대 상권에서 5호점까지 연이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식 명언으로 유명한 ‘내가 아는 맛이니까 더 먹고 싶다’라는 말처럼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그저 묵묵히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도 참아낸다.

혜성처럼 등장한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는 바로 ‘버갈’ 이라 불리는 버터갈릭 감자튀김(이하 버갈). 크링클컷(지그재그 모양) 으로 튀겨낸 감자튀김에 설탕을 뿌린 후 곱게 탑을 쌓고 버터갈릭 소스를 듬뿍 뿌린 이 메뉴는 이 집의 자랑인 조미료를 넣지 않은 소스에 각종 토핑과 밀떡, 튀기지 않고 구워낸 얇은 어묵이 들어간 즉석떡볶이와 환상적인 콜라보를 이룬다.

떡볶이 위에 뿌려진 잘게 썬 깻잎 향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데 주문 즉시 거의 조리되어 나오기 때문에 살짝 깻잎 향이 배어들 정도로만 끓여 바로 먹으면 된다. 많은 집이 이 집의 버갈을 벤치마킹한 아류작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원조는 이름값을 제대로 해내니 꼭 경험해 보시길. ‘또보겠지’에서 볶음밥을 먹지 않으면 하수 취급당할 수 있으니 다양한 옵션 중 '날치알+치즈' 추가로 또 한 번 입의 호사를 누려보자. ‘또보겠지’ 라는 상호처럼 또, 또, 또! 방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업시간: 평일 11:30~22:00 브레이크타임 14:30~15:30 / 주말 No Break

월요일 휴무 매장: 깐따삐아점,호호시스터점,붕붕허니비점

일요일 휴무 매장: 산울림 스마일보이점,히어로점

 

객원 에디터 유새로이  youbrandn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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