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넘나드는 타임리프 소재가 인기를 끌면서 로맨스는 물론 형사물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이를 사용해왔다. 형사물에서는 작품이 과거로부터 어긋난 현재를 바로잡기 위해, 로맨스에서는 운명적인 사랑에 힘을 싣기 위해 판타지적인 효과로 타임리프를 적용했다.
 

하지만 ‘죽어도 좋아’의 타임리프는 큰 사건의 범주를 다루지 않는다. 물론 백진상(강지환)이라는 인물의 변화를 통해 미래가 달라지지만, 거대한 관념이나 사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타임리프를 끌어오지 않는다. 대신 오피스물에 타임리프를 가미해 ‘현웃’ 터지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죽어도 좋아’를 살펴봤다.

 

♦︎ 오늘만 사는 백진희, 상사 갱생 프로젝트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버린 이루다(백진희)는 이 원인이 팀장 백진상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세상 혼자 사는 줄 아는 백진상은 말 그대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아무리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로 수석 입사했다지만 어떻게 단체 생활에 적응해왔나 싶을 정도로 안하무인인 인물이다.

시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 이루다가 할 일은 백진상의 ‘터진 입’을 막는 것! 눈에 띄는 것마다 한낱 미물 취급을 하는 백진상의 만행이 멈춰야만 이루다가 무사히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항상 중간만을 외치며 ‘더러워서 피해오던’ 백진상과 맞서기로 한 순간부터 이루다 안에 숨쉬던 근성이 스물스물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의 직장은 물론이고 어떤 오피스물에서도 보지 못했던 갑질상사 백진상을 향한 이루다의 사이다 반격은 매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고고한 줄만 알았던 백진상이 휘말리며 알차게 에피소드들을 채워간다.

 

♦︎ 강지환X백진희X공명, 케미의 귀재들
 

강지환, 백진희, 공명. 세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어떤 배우를 만나도 빛나는 특급 케미다. 묵직한 서사부터 로코까지 매 작품마다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 강지환을 필두로 시트콤과 로코 등을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여온 백진희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훈훈한 비주얼은 기본, 멍뭉미로 여심을 사로잡은 공명이 합세하며 말 그대로 쫀득한 재미를 안기고 있다. 백진상이 예측불가능한 인물이라면 강준호(공명)는 극초반 좀처럼 속을 알 수 없었던 인물.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 수록 이루다를 매개로 강준호의 능글맞으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가 돋보이고 있다.

 

♦︎ 갑질 상사, 워킹맘, 계약직 공감대 끌어올리는 다양한 캐릭터
 

‘죽어도 좋아’는 단순히 사이다만 존재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우리 주변에서 볼법한 생동감 있는 인물들로 채워졌기에 타임리프 역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출산휴가에 들어가야 하지만 여러모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최민주(류현경),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고 출근해 하루하루를 버티는 과정 박유덕(김민재), 백진상의 막말 총알받이 수준인 정민아(이정화), 커리어를 위해 매사에 전투적인 본부장 유시백(박솔미)가 그 주인공.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어딘지 익숙한 캐릭터들에 자꾸만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죽어도 좋아’는 재미와 함께 때론 공감가는 대사로 소소한 위로까지 시청자들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와이피플이엔티, 프로덕션H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