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46)은 자신을 작품에서 어떻게 사용할까. 관객은 천만배우를 어떻게 소비하나. 범죄 액션 오락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 2월3일 개봉)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억울한 검사의 옷을 입은 그를 만난 날, 궁금증이 머리를 맴돌았다.

 


 

1. 유아인 강동원, 다른 파트너십

지난해 ‘베테랑’의 유아인, ‘히말라야’의 정우에 이어 이번엔 강동원이다. 차기작 ‘아수라’에선 주지훈, ‘군함도’에선 소지섭과 파트너십을 맞춘다.

“‘베테랑’ 때 난 광수대 형사 서도철이고 (유)아인이는 검거해야 하는 캐릭터니까 촬영 현장에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반면 ‘검사외전’에서 검사 변재욱은 교도소에서 만난 꽃미남 사기꾼 치원이를 잘 다독여야 복수를 할 수 있다. 더 좋은 케미를 위해 강동원과 계속 얘기를 나눴다. 첫 촬영이 함께 계란을 먹는 신이었는데 우리의 투샷을 본 스태프들이 '느낌이 좋다'고 얘기하더라. 변재욱 한치원으로 정확히 앉아 있던 그 느낌을 계속 잘 가져가려고 했다.“

 


 

2. 전도연 그리고 멜로

공교롭게 2월의 앞자락은 황정민, 끝자락은 전도연(남과 여)이 장식한다. 두 배우는 ‘너는 내 운명’(2005)에서 진한 멜로호흡을 보여줬다.

“(전)도연이가 젊은 배우들이랑만 멜로를 하니까...나와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웃음) 2013년 ‘남자가 사랑할 때’ 이후 멜로영화를 못 찍고 있다. 이윤기 감독과는 ‘여자 정혜’를 함께한 적이 있어서 ‘남과 여’가 정말 궁금하다. 가을엔 멜로 나오고, 여름엔 공포영화가 나왔던 시절이 그립다. 우리 관객들은 사랑 얘기를 무척 좋아한다. 배우 역시 이런 얘기 할 때가 신나고 재밌다. 언젠간 덜컥 걸리는 게 있지 않을까. 제작자들한테 매번 얘기한다. 멜로 하면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3. ‘다작’ ‘한 캐릭터’ 우려

‘국제시장’부터 ‘검사외전’에 이르기까지 쉼표가 없는 활동, 황정민 '쪼'의 캐릭터 연기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30대부터 줄기차게 열심히 해왔다. 작년에 운 좋게 잘되다 보니 사람들한테 확 알려진 건데 쉬어가면서 일하고 싶진 않다. 일은 일로 푸는 스타일이다. 비슷한 톤은 배우라면 늘 안고 지내는 부담이자 두려움이다. 인물들이 다양하지 않은 한국영화 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역할을 맡을 때마다 버겁다. 하지만 이야기와 인물이 다르니까 다른 매력으로 다가설 거라 믿고 희망한다. 내가 맡아온 캐릭터들이 각자 매력과 색깔이 있다고 여기면서 연기했으나 아무리 좋은 그릇을 만들어 놓더라도 관객이 좋은 그릇으로 취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만약 그런 때가 온다면 새로운 노선을 찾아야 할 거다.”

 

4. 악역에 대하여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부당거래’의 최철기, ‘사생결단’의 도경장, ‘신세계’의 정청. 악역도 황정민과 만나면 매력적으로 변주된다. ‘아수라’(감독 김성수)의 박성배는 역대 최강이다.

“백사장이 양아치 수준이라면 시장 겸 정치인 박성배는 악의 축이자 인간쓰레기다.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채 사람을 이용하는, 도대체 속내를 알 수 없는 다중적 인물이다. 센척하지 않는데 센 사람이 내 얼굴에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잘 해내면 쾌감이 들 텐데 어렵고 힘들었다. 간만에 재미나는 영화를 해서 김성수 감독에게 고맙다. 배우들이 다들 세서 그 기 때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지만 각자 그 인물로서 내뿜는 기가 너무 좋았다.”

 


 

5. 뮤지컬 제작·연출

황정민은 6년간 공들인 끝에 라이선스 초연 뮤지컬 ‘오케피’의 기획·연출·주연을 맡아 지난해 12월부터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리고 있다.

“뮤지컬 때문에 힘들었긴 했으나 올려놓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무대는 경외감이 드는 곳이다.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므로 새로운 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주변 사람들은 상업적인 작품을 하라고 권유하는데 관객에게 욕을 먹더라도 똑같은 패턴의 작품을 하고 싶진 않다. 그게 재밌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인생과 소소한 일상 속 행복을 얘기하고 싶었던 ‘오케피’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데 과정이라 생각한다. 영화에선 시도하기 힘드니까, ‘이런 작품도 있습니다’란 말을 하고 싶었다.”

 

6. 믿고 보는 배우

최근 CJ CGV가 관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황정민은 ‘믿고 보는 배우’ ‘연기변신이 기대되는 배우’ 1위에 올랐다.

“영화를 해오면서 허투루 하지 않았구나, 꾸준히 미친 듯이 해온 결과구나 싶다. 어릴 때 알 파치노, 로빈 윌리엄스가 나오면 무조건 보러 갔듯이 그런 믿고 보는 배우가 된 게 뿌듯하다. 정직하게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해온 것만큼은 자부한다. 스스로에게 박수 쳐주고 싶다. 더도 덜도 말고 이후로도 똑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사진 남용석(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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