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박찬욱 봉준호 최동훈 허진호 이명세 임상수 김의석 김태용 유영식 장훈 장진 부지영 등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감독들을 배출한 독립영화의 산실이다. 장편과정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KAFA 十歲傳(카파 십세전)’에서 동문 감독들이 ‘가장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로 선정한 단 한 명의 배우는 바로 이병헌(46)이다.

이병헌이 'KAFA 스타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KAFA]

1일 수상 ‘KAFA 스타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이병헌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통해 앞으로 감독님이 되실 분들 앞에서 상을 받아서 영광스럽다. 가까운 시일 내에 현장에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병헌이 감독들의 스타로 추앙받는 이유 4가지.

 

1. 진폭 넓은 장르 소화력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합격해 드라마 연기자로 출발한 이병헌은 대부분의 청춘스타가 그랬듯 청춘 로맨스물부터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20대와 30대를 거치며 로맨틱 코미디, 멜로, 액션, 스릴러, 누아르를 섭렵한 그는 2009년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시작으로 해외 영화계에 진출,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지.아이.조2’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미스컨덕트’ 등 할리우드 SF 액션영화와 스릴러에서 빌런으로 활약했다.

할리우드 활동과 동시에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 무협멜로 ‘협녀: 칼의 기억’, 사회성 짙은 범죄드라마 ‘내부자들’, 1920년대 스파이물 ‘밀정’을 매끄럽게 유영한다. 흥미를 자극하는 호쾌한 액션, 절절한 멜로까지 가능한 드문 40대 남자배우다.

 

2. 캐릭터 최적화 능력

송강호 황정민 류승룡 조진웅 등 충무로 연기파 40대 남자배우 대다수가 연극배우 출신인 것과 달리 이병헌은 탤런트 출신이다. 드라마 현장이 요구하는 순발력, 순간 집중력, 대중적 호흡을 체화하며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이질감 없이 스며들며 주조연, 특별출연 등 비중에 상관 없이 작품 혹은 장면을 장악한다.

나이와 경험이 무르익으며 깊이감도 더욱 짙어지는 중이다. 서부극의 정의로운 암살자(매그니피센트 7), 식민지 조국을 위한 신념에 가득 찬 의열단장(밀정), 복수를 꿈꾸는 몰락한 정치깡패(내부자들), 연쇄살인마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서서히 악마가 돼가는 남자(악마를 보았다), 왕과 시정잡배라는 극단의 두 인물(광해, 왕이 된 남자)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추석 극장가에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스파이영화 '밀정'(왼쪽)과 할리우드 서부극 '매그니피센트7' 속 이병헌

3. 눈빛과 목소리

잘 생긴 외모의 배우들은 빼곡하다. 빛나는 마스크가 오히려 캐스팅, 연기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 데뷔 때부터 수려한 얼굴을 지닌 그가 롱런할 수 있던 비결은 배우다운 눈빛과 목소리 덕분이었다.

촉촉하면서도 깊이 있는 눈빛은 로맨스·멜로·치정 스릴러의 남자주인공에겐 최강의 무기이며 악역에도 연민을 불어넣게 되는 요소다. 또한 윤기 흐르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대사 전달력, 신뢰감, 감정을 실어 나르는 면에서 다른 배우군과 확연히 구별되는 ‘배우 이병헌’의 전매특허다.

 

4. 외국어 구사 능력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시장을 겨냥하거나,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처럼 할리우드 자본으로 영화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출연 배우의 영어대사 처리 능력은 필수 조건이다. 단순히 영어 대사를 외워서 했을 땐 배우가 가진 고유의 연기력마저 훼손당할 위험이 크다. 하지만 한양대 불문과 출신으로 언어능력이 좋은 이병헌의 영어 구사력은 오랜 현지 활동 덕에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에 올랐다.

이런 조건들을 종합해봤을 때 이병헌은 쓰임새 많은 ‘가성비 갑’ 배우이며, 기성 및 차세대 감독들의 구미를 돋게 하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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