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이어집니다.

 

# 춤=대사

강형철 감독에게 있어 ‘과속스캔들’과 ‘써니’에서 사용한 곡들이 영화 속 이야기 전개에 윤활유 같은 장치들이었다면 “춤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하나의 대사”라며 춤의 의미를 설명했다.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의 촬영현장 연출 모습 / 스윙키즈 배급사 NEW 제공

“‘춤영화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대사로 감정 등을 전달하는 것을 춤으로 대신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스윙키즈’엔 대사가 적어요. 슬픔을 표현하려면 그런 안무와 박자가 필요해요. 탭댄스는 장기자랑이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라고 생각했죠. 제게 춤은 감정 전달의 도구였어요.”

원작 ‘로기수’ 외에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은 따로 없었다. 강 감독이 평소 존경하던 작품이 영화 ‘빌리 엘리어트’였는데 ‘춤이라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통해 자유를 분출한다’는 점에서 ‘스윙키즈’와 닮았지만 일부러 피하고 싶었다고. “‘빌리 엘리어트’는 백수 시절에 보고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데 닮은 원작 ‘로기수’를 보면서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어요. 안 그러면 하염없이 그 분위기로 갈 것 같았어요. 세상엔 없었던 그런 춤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 도경수 박혜수, 너는 내 운명

시나리오 작업 당시 도경수(엑소 디오)를 염두에 두고 썼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며 ‘프로발굴러’다운 대답을 이어갔다. 프로발굴러란 ‘과속스캔들’ 박보영, 왕석현, ‘써니’ 강소라, 남보라, 박진주 등 신인들을 기막히게 잘 발굴해 이름 붙여진 강 감독의 별명이다.

“도경수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배우인지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첫 미팅 때 도경수를 보는데 로기수가 앉아있더라고요. 기수는 10대와 20대인지 모를 그런 인물이라 소년과 청년 얼굴이 다 들어있는 배우를 찾고 있었어요. 또 눈이 송아지처럼 생긴, 초롱초롱한 아이가 골목대장 행세를 하고 다니는… 그런 이미지의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도경수가 딱이었죠.”

스윙키즈 배우들의 촬영현장 모습 / 스윙키즈 배급사 NEW 제공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양판래 역의 배우 박혜수를 만난 것도 운명이었다. 처음 만난 후 계속 눈에 밟혀 ‘너도 이 캐릭터의 주인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양판래는 다른 캐릭터와는 다르게 실제 모델이 따로 있었다.

“제 친할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예요. 미인이시고 굉장히 지적인 분이신데 남자들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셨어요. 전쟁 때 남편을 여의고 70세까지 살다 돌아가셨는데. 미인이셨고 재주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졸지에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 돼서 열심히 살다 돌아가셨어요. 제 영화에 출연하셨을 수도 있고 이렇게 앞에 계신 기자님들처럼 커리어우먼이 될 수도 있었는데… 자기 재능을 열심히 활용하며 사는 캐릭터로 우리 할머니를 달래드리고 싶었어요.”

# 연이은 흥행 연타 비결?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까지 강형철 감독은 데뷔작부터 흥행 3연타를 날렸다. ‘써니’는 미국에 리메이크 수출을 확정하는 등 그가 직접 쓴 스토리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스윙키즈’는 23개국 선 판매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데 정작 그는 흥행 비결을 전혀 모르며 전략 같은 것도 없다고 했다.

"2008년 ‘과속스캔들’ 이후 영화 한지 10년이 됐는데 아직도 어떻게 하면 흥행하는지 전혀 몰라요. ‘내가 보면 이런 게 재미있지’ 계속 이런 방식으로 연출해왔어요. 특히 이번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었어요. 크리스마스 장면도 있으니 연말에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명곡들이 삽입됐는데 음악과 사운드 등을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만들었어요. 특히 사운드가 좋은 극장 환경에서 관람하셨으면 좋겠어요. 또 많은 사람들의 협업이 뛰어난 작품인데. 실력 있는 신인 배우들에 굉장한 베테랑 스태프들을 붙여놨더니 그 시너지가 엄청났어요.”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 스윙키즈 배급사 NEW 제공

# 비틀즈 원곡 삽입, 그 힘든 걸 해냅니다

또한 ‘스윙키즈’는 비틀즈의 원곡을 그대로 영화에 담아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유는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꼽히는 비틀즈의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를 비틀즈 측에서 이례적으로 원곡 사용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스윙키즈’의 대본을 읽은 비틀즈 측이 영화적 메시지에 공감해 성사됐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다’는 의미의 이 곡은 이념을 넘어 꿈과 열정, 자유를 원하는 스윙키즈 댄스단을 대변하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음악감독에게 땡깡을 부렸는데 운이 매우 좋았죠. 전부터 음악감독에게 마이클 잭슨, 비틀즈, 퀸, 이 세 뮤지션 음악은 건들지 말자고 말하곤 했는데 이번에 비틀즈 곡을 건드렸어요.(웃음). 해외에서도 승인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차기작에 대해 아직 구상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써니’에서 하다가 만, 신과 관련된 이야기나 사람들 사이에서의 만남과 헤어짐, 인간관계 등에 대해 무엇인가를 다루고 싶다”며 “류승완 감독처럼 갈수록 좋은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 강제 은퇴가 아닌,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은퇴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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