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엘리자벳’이 돌아왔다. 2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완벽 복귀한 김준수부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강홍석까지 꽉 채운 무대로 '역시'라는 말을 하게 만들었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엘리자벳’은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황실의 황후였던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에 두고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황후 엘리자벳의 삶은 불행했을지라도 아름답고 비극적인 왕실 여성의 삶은 늘 그러했듯이 후대에 의해 여러 방식으로 회자되기 마련. 엘리자벳 황후의 삶은 많은 창작물들로 다시 탄생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그녀의 즉위 이후 일어난 주변 사람들의 의문의 죽음에 대해 집중한다. 실제로 황후 엘리자벳에게 죽음을 몰고 온다는 일화가 있었는데 이 일화를 통해 엘리자벳과 죽음의 사랑 이야기를 탄생시킨 것이 바로 뮤지컬 ‘엘리자벳’이다.

재연으로 돌아온 ‘엘리자벳’은 익숙한 얼굴들과 새로운 얼굴이 같이 보였다. 김소현은 특유의 사랑스럽고 청초한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가련한 몸과는 상반되는 파워풀한 보컬을 선보이며 엘리자벳의 자유를 향한 갈망을 보여줬다. 엘리자벳은 끊임없이 자신을 유혹하는 죽음의 앞에서 그에게 현혹되기도 하고 또 그 유혹을 뿌리치고 한다.

평생을 자유를 갈망하고 황후라는 지위의 압박에 못이겨 마음의 병을 얻게 되지만 동시에 ‘나는 나만의 것’이라고 외치는 당당함과 포부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단면만 존재하지 않듯이 엘리자벳이란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사랑 앞에서 약해지고 어리석지만 동시에 나라는 자유 앞에서 당당하다. 또한 고통에 누구보다 취약하기도 하다. 이러한 엘리자벳에게 죽음은 어떤 존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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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그의 품으로 인도하는 매혹의 존재이다. 그는 엘리자벳의 평생을 쫓아다니며 그녀가 행복할 때나 외로울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언젠가는 결국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라 말하며 말이다.

죽음을 연기한 김준수는 2년 만에 ‘엘리자벳’을 찾아왔다. 2년 전 ‘엘리자벳’으로 명실상부 탑급 뮤지컬 배우로 거듭났던 김준수는 복귀작으로 ‘엘리자벳’을 선택하며 그가 가장 잘했던, 그리고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줬다.

김준수는 특유의 개성있는 보컬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허스키하며 카리스마 있는 그의 목소리는 죽음의 치명적인 유혹을 잘 표현했다. 특히 넘버 ‘마지막 춤’은 엘리자벳을 유혹하는 죽음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였다. 엘리자벳이 어떠한 삶을 살든, 누구와 결혼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마지막에는 나와 함께 갈 것이라는 죽음의 빠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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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벳’ 무대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뜻밖의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도 있었다. 루케닌 역을 맡은 강홍석은 극 중간, 중간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며 감초 역할을 했다. 루케닌은 엘리자벳 암살의 범인으로 극 전체를 꾸려나가는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는 엘리자벳의 인생을 전부 돌아보며 그녀의 처녀 시절부터 죽음까지 함께한다. 이와 함께 루케닌은 극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존재인데 강홍석의 루케닌은 소름끼치기도 하고 동시에 익살스러운 모습을 잘 표현해 극의 완성도를 높혔다. 또한 강홍석은 헝가리의 성난 민중들과 함께 하는 넘버 ‘밀크’에서도 카리스마있는 무대 장악력을 보여줬다.

죽음이 어떻게 안식인걸까. 루케닌은 엘리자벳이 스스로 죽음을 원했다고 말한다. 죽음과 사랑에 빠졌다고. 김준수는 김소현과의 아름다운 호흡을 통해 죽음을 갈망하던 엘리자벳을 설득력있게 보여줬다. 그러한 죽음 앞에서면 누구든 죽음을 원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전역 후 점점 더 발전하는 그의 무대는 김준수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엘리자벳'은 2019년 2월10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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