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게임의 전체적인 테마는 멋들어지거나 기괴하다. 납치당한 공주 구출하기, 외계인과의 전쟁, 또는 악마 사냥 등. 그런가하면 ‘어떤 약을 했길래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만큼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콘셉트의 게임들도 있다. 깊이 있는 스토리나 철학적 고찰이 담긴 게임보다는 ‘즐거우면 장땡’ 주의라면 한번쯤 시도해볼 만한, ‘약빤 게임’들을 소개한다. 모두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구매 가능하다.

 

-I am Bread (나는 빵이다)

제목 그대로, 플레이어가 빵이 되는 게임이다. 그렇다, 먹는 빵. 빵이 돼서 뭘 하냐고? 물론 맛있게 구워지는 게 목표다. 목표만 들으면 쉬울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팔다리랄 게 없는 빵을 조작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벽에 들러붙거나 굴러다니면 되지만 장애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맵에는 다양한 종류의 열원(예를 들면 토스터기)이 있어 그곳을 찾아가야 하는데, 더러운 바닥이나 물, 벌레에 빵이 닿으면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든다. ‘먹을 수 있는 부분(edibility)’이 모두 줄어들면 게임 오버. 말하자면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일반적인 게임의 ‘체력 게이지’인 셈. 또한 빵이 다 타서도 안 된다.

특유의 조작감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지만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혹자는 ‘팔다리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평가하기도. 가격은 14000원.

 

-Goat Simulator (염소 시뮬레이터)

정신 나간 게임의 대명사, 염소 시뮬레이터. 시뮬레이션 게임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 게임은 유저가 직접 염소가 된다는 ‘병맛’ 테마다. 공식 홈페이지 소개 코멘트부터 심상치 않다. 제작사는 이 게임을 ‘별 볼일 없고 멍청한 게임’이라면서 ‘GTA 같은 게임을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염소가 되어 도시를 누비게 된다. 정해진 목표를 따를 수도 있지만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염소 추종자를 모을 수도 있고, 사람들을 습격하거나 은행을 털 수도 있다. 상당한 길이까지 늘어나는 ‘접착용 혀’를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게임 특성상 온갖 종류의 버그가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참신하면서도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나뉜다. 하지만 제작사는 분명 미리 밝혔다. ‘재밌는 버그는 잡지 않겠다’고. 가격은 10500원.

 

-Viscera Cleanup Detail (비세라 클린업 디테일)

정의의 주인공이 악당들을 베고 나면, 그 뒷정리는 누가 할까? 바로 이런 발상에서 시작된 게임. 비세라 클린업 디테일 속 주인공은 바로 청소부다. 플레이어는 여타 게임에서 등장할 법한 여러 맵을 돌아다니며 시체조각을 줍고, 대걸레로 핏자국을 지워야 한다.

다소 고어한 요소가 있기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런 특수 청소부들이 존재하기에 우리가 게임 속에서 마음 놓고 총을 쏘거나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것 아닐까? 반복적인 패턴이기에 질릴 수 있지만 잠시라도 그들의 고충을 이해해보고 싶다면 시도해볼만한 게임이다.

이 게임을 접한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 좋다”거나 “차라리 방 청소를 하겠다”는 등 여러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격은 14000원.

 

-Who’s your Daddy? (후즈 유어 대디?)

아빠와 아기가 등장하는 게임인데 장르는 액션, 대전게임으로 분류된다. 아빠와 아기의 대결이라니? 그렇다. 아기 플레이어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온갖 방법으로 죽어야(?)하고, 아빠 플레이어는 아내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그것을 막아야 한다.

게임의 배경은 물론 평범한 가정집이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집에도 영유아에게 위험한 물건과 가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곧 깨닫게 될 것. 아기 플레이어는 배터리를 먹거나 변기로 가 질식사를 하는 등 작은 체구를 이용해 환풍구같은 곳을 드나들 수 있으며, 아빠 플레이어는 위험한 물건을 숨기거나 아기로부터 뺏을 수 있다.

‘영아 살해’라는 요소 때문에 반인륜적인 막장 게임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아기들은 뭐든 다 입에 집어넣고 보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며, 플레이어들은 무엇이 아기에 위험한지, 아기의 안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때문에 내용상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가격은 5500원.

 

-Hatoful Boyfriend (하토풀 보이프렌드)

미소년, 미소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흔히 ‘미연시’라고 한다. 그런데 이 게임은 미연시가 아닌 ‘비연시’라 해야 할 것 같다. 바로 ‘비둘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임 제목은 일본어로 비둘기를 뜻하는 하토(はと, 鳩)와 하트(Heart)를 이용한 언어유희라고 한다.

플레이어는 성 피죠네이션 학원의 유일한 여성. 또한 유일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 외에는 일반적인 미연시와 같다. 미연시의 특성상 몇몇 대사들은 굉장히 오글거릴 수 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그 대사를 한 것이 비둘기라면... 

이 게임을 하고 나면 길에서 마주치는 비둘기들이 조금쯤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만약 이 게임을 해보고 싶은데 새 공포증이 있다면, ‘의인화 옵션’을 켜고 플레이하면 된다. 가격은 10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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