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도경수(23)를 만났다. 첫 로맨스 영화 '순정'(2월 24일 개봉)에서 주연을 맡은 도경수에겐 절절한 짝사랑으로 진통을 겪는 극중 범실과 달리 어른의 향기가 났다. 성장하는 배우 도경수의 아홉가지 순정을 전해들었다.

1. 범실

영화 '순정'을 택한 건 순전히 범실 캐릭터 때문이었다. "열일곱살의 순수함이나 풋풋함이 저와는 많이 달라서 이끌렸어요. 전라도 분들이 제 사투리 억양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요. 또 우산 키스신에서 수옥에게 정신차리라는 말을 할 때, 조금 더 좋은 표현력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면 관객 여러분과 더 수월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2. 응답하라 1991

1993년에 태어난 도경수는 91년도의 감성을 억지로 익히려하지 않았다. 그 시절의 정취는 매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91년도의 시대적 배경을 딱히 염두하고 연기하진 않았어요. 그때나 현재나 사랑과 우정이란 단어의 뜻은 다르지 않으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그 시절 노래는 김민우의 '사랑일뿐야'예요. 가사와 멜로디가 범실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 같아요."

3. 우정

촬영 시작 전, 다섯 주인공이 모여 중대한 약속을 했다. "열일곱살 친구라는 생각 하에 다들 반말을 하기로 했어요. 우린 진짜 섬에 사는 애들이고, 방학때 놀러온 거라고. 물론 사석에선 형이라고 했지만 촬영 현장에서만큼은 반말을 했어요. 가장 친해진 건 남자 배우들이에요. 먹고, 자고, 씻는 모든 생활을 함께 했거든요. 씻을 때 산돌이(연준석)가 많이 부끄러워했는데, 남자끼리 뭘 부끄러워하냐고 문을 확 열고 그랬었죠."

4. 십대의 치기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속 장면은 다섯 친구들이 말싸움을 하던 장면이다. "범실이가 친구들에게 '너희는 병신이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그렇고, 개덕이가 길자에게 '너는 친구를 보살펴줘야지, 샘을 내면 안되지'라고 말 했을 때 길자가 화를 내는 장면들이 가장 마음 아팠어요. 너무 어려서 남을 탓하기부터 하는 열일곱살의 미성숙함이 종국에는 상황을 안타깝게 몰아갔으니까요."

5. 키스신

영화 역사상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키스신이 '순정'에서 등장했다. 도경수는 우산 위에 입을 맞춘 소감을 진솔히 전했다. "수옥이(김소현)를 좋아하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범실이가 우산 위에 키스를 함으로써,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거잖아요. 진짜 입을 맞춘 건 아니지만, 수옥이에게 감정을 전달하는데 충분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순정'에 걸맞는 키스신 같아요."


6. 배우

연기돌 호칭에 심적부담감을 느끼냐는 질문에 고개를 젓는 도경수의 눈빛이 단호하다. "연기돌이 무슨 뜻일까요? 오히려 연기의 본질을 흐리는 말 같아요. 저는 순전히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해요. 느껴볼 수 있는 감정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요. 연기돌이라 대중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면 그분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제가 잘 하느냐에 달린 일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구요."

7. 악역

롤모델은 없지만 탐나는 역할은 있다. 영화 '레버넌트'의 톰 하디와 같이 강렬한 악역을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저런 연기를 내가 하면 어떻게 표현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배역의 호감도는 상관없어요. 캐릭터 해석은 본인 하기 나름이니까요. 레버넌트의 톰 하디도 생존본능으로 인해 잔혹성이 드러난 거잖아요. 너무 현실적이라 이해가 가고 멋있더라고요."


8. 음악

음악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유지해야할 이미지가 아쉬움을 준다. "가수 활동을 하며 느끼는 희열은 엄청나요. 무대 위에서 관객들 눈을 직접적으로 보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거든요.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항상 행복한 모습, 멋있는 모습을 요구해서 아쉬워요. 저도 가수로서 사람을 울리거나 감정을 전달하고 또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퍼포먼스 위주의 무대보다는 슬프고 애절한 발라드를 해보고싶기도 해요.."

9. 아날로그 감성

이전에는 트렌드의 시류를 따라 음악을 들었다. 최근 한달간은 아날로그 감성에 흠뻑 빠져있다. "요즘 음악은 전부 뮤직비디오를 동반하잖아요. 음악과 장면을 함께 제공하니까 노래를 듣고 상상을 하는데 제한이 있어요. 옛날 음악은 뮤직비디오가 없으니까 내가 느끼는 가사, 내가 느끼는 멜로디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구요. 요즘은 김광석 선생님의 노래를 많이 듣고 있어요."


* 영화 '순정' 속 범실처럼 짝사랑 중인 싱글들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말고 털어놓으셨으면 좋겠어요. 스트레스받지 마시구요. 저는 마음을 최대한 드러내는 편이에요. 상대방도 나와 마음이 같으면 같은거고, 아니면 아닌 거니까. 만약 거절당해도 그 상처를 받아들이면 돼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잖아요. 다음 사랑을 기다리다보면 운명적인 분이 나타나게 돼있어요.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사진 이완기(라운드테이블)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