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개봉작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우민호 감독은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각광받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우선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청불 영화’가 따라붙는다. 한국 청불영화에 새로운 흥행 족적을 남긴 ‘내부자들’ 때문이다.

그런 우민호 감독이 이병헌, 조승우에 이어 이번에는 송강호와 손을 잡았다. 자연스레 흥행 기대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흥행을 앞둔 우민호 감독은 설렘보다 긴장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마약왕’은 ‘내부자들’처럼 시원한 사이다 전개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영화는 분명 아니다.

“설레고, 긴장도 되고,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요. 스탠다드한 한국영화와 다른 결을 가고 있으니까요. 소재자체도 그렇고, 나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다는 점이 상업영화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거 같아요. 모두가 좋아할 기획의 영화는 아닌 걸 인지하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가 관객들한테 어떻게 다가갈지 무척 궁금해요”

감독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시피 영화는 개봉 후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렸다. 볼거리가 많았다는 관객들이 있는 반면, 다소 지루하다는 평이 나왔다. 마약과 70년대라는 소재로 인해 관객들이 오락적인 키워드에 대한 기대도 높아져 있었다. 이런 반응이 나올 걸 알면서도 우민호 감독은 왜 ‘마약왕’을 선택했을까.

“실존 사건을 보고서 충격이 커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진 딱 한장이었어요. 후반부에 이두삼(송강호)과 수사당국의 총격신이 나오잖아요. 후반 총격전이 영화적인 상상이 아니냐고 하시는데 실제 이런 일이 있었어요. 무장하지 않은 경찰 8명이 들어갔다가 안에서 엽총을 쏘니까, 특공대 35명이 와서 3시간동안 체포 작전을 벌였어요. 이런 것들을 보고 ‘어떻게 유신정권에서 이런 사람이 나왔나’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으로 다가왔어요”

‘마약왕’의 러닝타임은 139분, 실상 120분 안팎의 한국영화들에 비해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만족스럽냐는 말에 우민호 감독은 “그런거 같다”라고 답했다.

“찍기는 분명 많이 찍었어요. 러닝타임을 줄일 수 있으면 줄였겠다는 생각은 해봤어요. 송강호 선배님의 압도적인 마약연기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두삼은 외부적인 갈등이나 대립에 의해서 파멸하는 게 아닌 자멸하는 인물이거든요. 헛된 욕망을 맹렬히 쫓아가다가 성에 갇힌 ‘리어왕’같은 느낌이죠”

우민호 감독이 ‘마약왕’ 개봉을 앞두고 느끼는 부담 중 하나는 ‘내부자들’에 비견하는 재미와 흥행기록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였다. 본인 스스로도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었죠”라면서도 “‘내부자들’이 아닌 다른 영화로 관객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청불영화요? 몇년 뒤에는 할지 몰라도 당장은 할 마음이 없었어요. 때마침 마약왕이라는 소재가 왔고 어쩌다보니 또 하게 된 거죠. 청불영화 만드는 게 힘들어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감독이 감수해야 할 지점들이 있어서 ‘다음작품은 청불을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마약왕이’ 매력적인 소재였죠”

후속작인 ‘남산의 부장들’까지 하면 우민호는 사회고발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를 3편 연달아 관객 앞에 선보이게 된다. 영화 시장에 이런 타이틀과 이미지로 굳혀지는데 대한 부담이 없냐는 말에는 “발목을 잡힌다는 느낌은 없어요”라고 밝혔다.

“아직 성이 안 찬거죠. 저도 빨리 성이 찼으면 좋겠어요. 휴먼 드라마도 해보고 싶어요. 고발적인 느낌도 있겠지만 욕망을 쫓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제가 흥미롭게 보는 거 같아요. 그만 쫓아야 할 텐데…. ‘남산의 부장들’까지만 하고 욕망은 그만 쫓는 걸로 할까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쇼박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