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우리나라 감독이라면 당연히 누구나 한번쯤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은 배우지만, 우민호 감독이 ‘마약왕’에 송강호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실제 사건들을 극적으로 재구성한만큼, 이두삼의 모티프로 알려진 이황순을 보고 송강호를 떠올렸을까?

“그 분을 보고 송강호 선배님을 떠올렸다기 보다 ‘이런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배우가 누굴까’라는 생각을 했을때 한국에서 떠오르는 배우가 없었어요. 10년의 이야기를 얼굴로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또 누가 있겠어요. 송강호 선배님한테 시나리오를 드렸고, 선뜻 같이 한번 해보자고 해주셨죠. 힘들지만 즐겁게 작업했어요. 하지만 선배님은 무척 외로우셨을 거에요. 그런데도 이겨내고 전에 볼 수 없었던 연기를 해내신 걸 보면 ‘이래서 송강호구나’ 싶더라고요”

송강호는 ‘마약왕’에서 리액션을 해주는 상대배우 없이 홀로 10분 가까이 연기를 펼친다. 어떤 충격적인 폭력신보다도 압도적이고, 충격적으로 인물의 심리상태를 묘사해냈다. 감독은 이 장면을 촬영하며 특별한 디렉션이 없었다고 밝혔다.

“때로는 감독이 디렉션이 없을 때가 좋을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이두삼이라는 캐릭터가 많은 사람을 만났다가 헤어지지만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만나서 가는 이야기가 아닌, 이 사람의 모험담이잖아요. 마지막에는 결국 혼자 거대한 별장에 남게 되고, 점점 미쳐가는 거죠”

사실 70년대를 소재로 한 영화는 이미 많이 나와 있는 상태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진영 갈등에서 여전히 화두로 남아있는 시기다. 때문에 자칫 식상할 수도 있었지만 우민호 감독은 70년대의 화려함에 집중했다.

“오히려 색을 화려하게 쓰려고 했어요. 70년대 하면 그때는 가난했던 시대, 하지만 동시에 찬란하고 화려했던 시대의 이면도 있었으니까요. 그런걸 그림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이번 영화는 송강호가 그린 이두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조정석, 배두나를 비롯해 조우진, 김대명, 김소진 등 조연들의 눈부신 열연이 펼쳐진다. 특히 조우진과 김대명은 ‘내부자들’에 이어 우민호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김대명씨랑 ‘내부자들’에서 호흡이 좋았어요. 이번 영화에서 제가 살을 찌우라고 따로 말하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하면 좋을 거 같다고 본인이 도전하더라고요. 조우진씨를 보면 뿌듯해요. ‘내부자들’로 얼굴을 알리고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잖아요. 당시에는 주변에서 캐스팅을 많이 했어요. 센 역할이니까 이름있는 배우를 써야하지 않겠냐고.

저는 이름 없는 배우를 썼을 때 극대화 되는 게 있다고 봐요. 영화랑도 잘 맞았고 우진씨의 커리어에 있어서 디딤돌이 될 수도 있었던 거 같아요”

우민호 감독은 현재 이병헌과 함께 ‘남산의 부장들’을 촬영하고 있다. ‘마약왕’에 관심을 갖지 않더냐는 질문에는 “송강호 선배가 마약왕을 어떻게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크더라고요. 저에 대한 기대? 저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송강호 선배님에 대한 기대가 더 커요(웃음)”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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