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에서 따뜻한 40대 중년을 연기한 이선균이 26일 개봉한 ‘PMC: 더 벙커’에서 북한 엘리트 의사로 변신했다. 이른바 ‘엘리트 섹시’를 뽐내며 하정우와 브로맨스를 펼친 이선균은 스스로 촬영까지 해내며 다재다능한 배우의 면모를 드러냈다. 연기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는 이선균을 싱글리스트가 26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PMC: 더 벙커’는 남북 군사분계선 지하 30m 벙커에서 글로벌민간군사기업(PMC) 캡틴 에이헵(하정우)과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가 총격전 속에서 탈출을 감행한다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선균은 ‘더 테러 라이브’로 다시 뭉친 하정우, 김병우 감독과 함께 리얼타임 전투액션을 소화했다.

“정말 이 영화를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욕심이 컸어요. 김병우 감독님과 스태프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오래 했는지 알고 있었어요. 저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놓았죠. 이렇게 스케일이 큰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CG가 많은 작품도 해본 적 없었죠. 앞으로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올 거잖아요? 미리 경험하고 부딪히고 싶었죠”

이선균이 연기한 윤지의는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며 이념보다 사람 목숨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북한 의사다. 북한 사투리부터 직접 촬영까지 해야했던 이선균은 윤지의 캐릭터가 에이헵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윤지의는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에이헵을 도우는 역할을 해요. 기존의 남북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들을 보면 북한 사람은 거의 군인으로 나오잖아요. 정치적 이념과 갈등을 가지고 있죠. 윤지의는 사람 목숨을 중시하고 의사로서 가치관을 지닌 캐릭터예요. 정치보다 가족과 사람이 먼저인 인물이죠. 에이헵과 특별한 교감 없이 브로맨스가 잘 보이려면 자신의 신념이 잘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점에 신경썼어요.”

“윤지의 대사 전달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약간 신경쓰인 부분이었죠. 총격신을 찍을 때 귀마개를 빼고 연기했어요. 그래야 생생한 리액션이 나올 것 같았죠. 김병우 감독님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원하셨어요. 윤지의의 대사에서 전문적인 용어는 많지 않아 관객분들이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윤지의를 연기하는 것보다 힘들었던 건 촬영이었다. 직접 손에 카메라를 장착해 앵글부터 촬영까지 모두 담당해야 했던 이선균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뿌듯한 표정도 지었다. ‘해냈다’는 만족감과 함께 나온 진심의 미소였다.

“손목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혼자서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무거워서 얼마나 들기 힘들던지. 화면이 없어서 찍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볼 수 없었어요. 한 테이크 끝나면 다같이 모여 카메라 앵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연기보다 앵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아요.(웃음) 연기하랴 카메라 신경쓰랴 평소보다 2배 이상 집중하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김병우 감독은 영화적 화법이 독특해요. ‘더 테러 라이브’ 때도 그렇고 일반적이지 않은 설정과 스토리로 관객에게 다가서요. 감독님의 대본을 보면 건축학도가 그린 설계도면 같아요. 그만큼 다 감독님 머릿속에 어떻게 영화를 구현할지 다 계산돼있죠. 촬영 현장은 대학 시절 느낌이 많이 났어요. 제가 현장에서 맏형이었거든요. 촬영 끝나면 반주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어요.”

‘PMC: 더 벙커’는 ‘마약왕’ ‘스윙키즈’와 함께 올 연말 한국영화 BIG3에 꼽힌다. 두 영화가 주춤하고 외화가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가운데 이선균은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젊은 관객의 마음을 저격할 포인트가 있다는 것이었다.

“저는 게임을 잘 안 해요. 요즘 ‘배틀그라운드’를 아들들이 많이 하더라고요. 젊은 관객들이 ‘PMC: 더 벙커’에서 게임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요즘 젊은 관객들은 마블 유니버스 영화 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에서 재미를 찾잖아요. 적은 예산으로 이 정도의 퀄리티를 만든 저희 영화도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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