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인 연기에 소홀했다면 아마 ‘대배우’라는 별명에 웃을 수 없지 않을까. 이시언 이름 세 글자를 알리기 시작할 때쯤 ‘나 혼자 산다’로 유명세를 탔다. 때문에 희극연기에 제격인 배우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지만, 알고보면 연극무대에서 정극으로 연기력을 갈고 닦아온 배우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살던 원룸을 빼서 친구들이랑 극단을 만들었어요. 아리랑 소극장 빌려서 공연을 올렸었는데 빚으로 남았죠. 어린 나이에 돈 문제가 엮이니까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배우를 그만둬야 되나 싶기도 했죠”

그래도 상처를 딛고 일어나서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렇다고 비전이 알아서 따라온 건 아니였다. 본인 스스로도 “딱 서른살까지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서울이 고향도 아니고, 부산에 계신 부모님께 계속 손을 벌리게 되더라고요. 다른 분야도 현실이냐 꿈이냐 갈등을 많이 하잖아요. 운은 확실히 좋았던 거 같아요. ‘응답하라 1987’ 오디션 합격도 그렇고, 대학에 합격해서 연기를 지금까지 하는 거, 주택청약 당첨된 거, ‘나 혼자 산다’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거. 다 운이에요. 운이 좋아서 실력이 좋아보일 수도 있어요”

예능의 파급력 때문에 ‘나 혼자 산다’가 강조되고는 하지만 이시언은 2018년 한해 동안 tvN ‘라이브(Live)’, OCN ‘플레이어’로 작품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은 배우이기도 하다. 특히 ‘라이브(Live)’에서는 직업적 책임감과 가장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으로 내적 갈등을 겪는 경사 강남일을 연기했다.

“‘플레이어’가 잘 될 걸 크게 예상하지는 않았어요. 너무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이 크잖아요. 기대 했다가 안 되면 서로 마음이 되게 무거워요. 잘 됐을때, 그때 축배를 드는 게 좋은 거 같아요. 후천적으로 자제하는 성격이 된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응답하라 1997’도 성공할 줄 몰랐거든요. 그 뒤로는 아무 것도 예상을 안 해요”

모두가 이시언을 노련한 배우라고 여기지만 ‘플레이어’는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연출자가 원하는 캐릭터와 이시언이 구상한 캐릭터가 충돌했다. 때문에 드라마에서 이 지점이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때론 악플로 상처를 받기도 했다.

“댓글을 원래 안 보는 편이었는데 ‘나혼자산다’를 하면서 확인하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나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니까…. 맞는 걸 틀린 것처럼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틀린 걸 진짜처럼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죠”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이겨내며 무사히 끝낸 ‘플레이어’에서 좋은 동료들을 얻었다. 바로 송승헌, 정수정, 태원석이 그 주인공. 반년 이상의 촬영기간을 함께하며 막역한 사이가 됐다. 이시언은 이런 팀워크의 일등공신으로 송승헌을 꼽았다.

“승헌이 형이 많이 노력했어요. 밥도 매일 넷이서 같이 먹었어요. 밥값이요? 승헌이 형이 냈어요.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매일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여서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밥집을 찾는 것부터 힘들어요. 승헌이 형이 쫑파티 때도 선물을 이만큼 가져 왔더라고요. 퀴즈를 내서 전 스태프들이 선물을 챙겨갈 수 있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하지 싶었어요”

어쩌면 이시언이 말한 ‘운’ 중에는 이토록 좋은 동료를 만난 것도 포함되어 있지는 않을까. 홍일점이었던 정수정에 대해서도 이시언은 “털털하고 성격도 너무 좋고, 의리까지 있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비에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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