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영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휘몰아치는 전개와 충격적인 엔딩으로 인해 ’한국판 위기의 주부들‘이란 평가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승혜(윤세아)는 딸의 하버드 대학생 사기행각이 남편에게까지 알려지며 위기를 맞았고, 서진(염정아)는 딸 예서(김혜윤)의 반항과 남편의 혼외자 혜나(김보라)의 도발 사이에서 위기에 처했다.

자신이 맡은 학생 뿐만이 아니라 일가족 전체를 파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도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은 채 부모의 욕심 탓으로 책임전가하는 명문대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을 만난 수임(이태란)은 “천벌을 받을 년, 내가 니 악행을 낱낱이 밝힐 테니 두고 봐”라고 으름장을 놨다. 전교 1~2등을 다투는 라이벌이자 갈등관계인 예서와 혜나는 마침내 정면충돌하고, 테라스 난간에 서 있던 혜나가 밑으로 추락하며 14회가 끝났다.

지난 2004년 미국 ABC에서 시즌1을 시작해 2012년 시즌8로 종영한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은 가상의 교외 중산층 마을인 위스테리아 가에 사는 주부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겉으로는 남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중산층 가정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와 위기를 밀도 높게 그려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 방영 당시에도 미드 마니아 사이에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는 친구 사이인 주부들에게 말 못할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며 '절망적인(desperate)’ 위기가 매번 찾아오고, ‘필사적으로(desperate)’ 대응하는 과정에서 네 주부의 우정 또한 깊어져 가는 구성을 취했다.

‘위기의 주부들’은 문학적인 내레이션과 우아한 분위기, 평화로운 배경을 뚫고 불륜, 배신과 음모, 살인 등 ‘막장’ 코드가 관통함에도 생생한 캐릭터와 이를 맡은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에 절로 감정 이입하게 만들었다.

블랙코미디 장르와 여성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동일하게 배치한 ‘SKY 캐슬’ 역시 주남대 최고급 빌라촌에 거주하는 의사, 교수 집안의 내밀하고 충격적인 가정사를 다루지만 한국사회의 특수한 소재인 사교육 광풍과 계층갈등, 성공에의 욕망을 덧대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 넘치게 전개한다.

‘위기의 주부들’과 마찬가지로 입체적인 캐릭터와 이들을 둘러싼 촘촘한 에피소드, 이를 소화하는 아역부터 중견에 이르기까지 배우들 하나하나의 열연이 흥미지수를 한껏 높이는 중이다.

스릴러 장르에 특화된 염정아-김서형의 팽팽한 호흡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위기의 주부들’ 첫 회에서 가족의 비밀을 떠안고 권총 자살한 뒤 시즌8까지 내레이터로 등장한 메리 앨리스 영(브렌다 스트롱)처럼 ‘SKY 캐슬’에서도 극 초반 등장해 ‘캐슬 퀸’ 역할을 하다 비운의 엽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명주 역 김정난의 절절한 감정연기는 현재 우아한 귀부인 승혜 역 윤세아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 건물주 딸 출신으로 호들갑스럽고 코믹한 진진희 역 오나라의 뮤지컬 무대에서 담금질해온 천연덕스러운 연기, 심지 깊은 수임 역 이태란의 정석적인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이들은 각자만의 모성을 연기할 때 절절한 톤으로 내공을 폭발시켜 진한 감동을 실어나른다.

이외 남편들로 캐스팅된 정준호, 최원영, 김병철, 조재윤, 유성주를 비롯해 아역 캐릭터를 맡은 김혜윤 이지원 찬희 김동희 조병규 이유진 김보라 송건희 박유나 모두가 명연 앙상블을 빚어내는 중이다.

앞으로 6회를 남겨놓은 ‘SKY 캐슬’이 어떤 결말로 메시지를 완성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나 시청자들이 오랜만에 전 출연진의 고감도 연기향연을 만끽한 점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막장 코드면 어떠나. 이토록 현실적이고 우아한데.

사진=ABC 홈페이지,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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