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짓밟힌 채 스러져간 청춘을 그린 ‘동주’와 ‘귀향’이 오는 17일, 24일 1주일 간격으로 관객과 만난다. 실화를 토대로 꼼꼼한 자료 조사와 고증을 거쳐 만들어진 두 영화는 그 시대의 인물을 길어와 우리 시대가 풀어야할 숙제를 성숙한 목소리로 전한다. 일반시사 이후 먹먹한 감동이 분출하는 이유다.

 

◆ 시인을 꿈꾼 청년의 비극...동주

 

 

‘동주’는 시인 윤동주(1917~45)를 다룬다. 인간의 삶을 사색하고, 일제 강압에 고통 받는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파한 고뇌하던 철인의 일대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윤동주(강하늘)와 동갑내기 고종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박정민)를 병렬한 뒤 위대한 예술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탐구하고, 시대의 비극을 타건한다.

영화는 그들이 청춘의 향을 피우기 시작하던 35년부터 일본 유학 중 수감돼 생을 마감한 45년까지 10년의 궤적을 좆는다. 두 청년이 움켜쥔 펜과 총, 정신과 행동, 과정과 결과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다.

 

 

고증에 공을 들이면서도 전체의 약 30%를 극화한 ‘동주’는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을 솜씨 좋게 결합한다. 5억원의 저예산으로 제작했으며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흑백영화로 만들어져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과 동시에 무게감을 더했다. 신연식 감독이 시나리오를 맡고, 이준익 감독이 연출을 담당했다.

 

 

◆ 연분홍 치마 소녀들의 헬조선...귀향

 

 

‘귀향’은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조정래 감독이 지난 2002년 '나눔의 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봉사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배경으로 써내려간 이야기. 시나리오 완성 이후 개봉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

1943년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14세 정민(강하나)과 끌려온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렸다. ‘귀향’은 철저한 고증과 생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일본군 위안부의 비극을 강조하고,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기존 다큐멘터리·극영화와 달리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여전한 한국사회의 무관심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다. 전 세계인이 실체를 인식함으로써 반전과 평화의 소중함에 다다르도록 공을 들인다. 영화는 시민 73164명의 후원,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12억원(순제작비의 50% 이상)을 조달해 만들어졌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