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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논란 탓에 더 성장 못한 건 아냐”

“‘연애의 온도’ 이후 두 번째이자 6년 만의 영화라 콧물까지 흘려가면서 울었어요. 더욱이 촬영을 끝내고 시간이 다소 흘렀던 작품이라 ‘나 때문에 못하나’ 싶어 자책했었는데 개봉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자극적인 요소 없는 훈훈한 가족영화라 더욱 만족스러워요.”

1월16일 개봉하는 ‘그대 이름은 장미’(감독 조석현)에서 싱글맘 홍장미 역을 대선배 유호정과 함께 소화한 하연수의 짧은 소감 안에 여러 사연이 일렁인다. 작은 영화가 걸어왔을, 논란을 몰고다닌 배우 하연수가 겪어냈을 간단치 않은 스토리텔링이 확 와닿는다.

가수 민해경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그대 모습은 장미’ 노래 제목을 딴 ‘그대 이름은 장미’는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공, 가수 지망생, 싱글맘, 중년여성으로 살아온 홍장미의 레드컬러 인생 이야기를 그린다. 하연수는 젊은 날의 홍장미를 연기한다. 씩씩한 여공에서 춤과 노래에 재능 많은 신인 가수, 한눈에 반한 남자대학생 명환(이원근)과의 뜨거운 사랑과 출산, 밤무대 가수로 생계를 억척스레 꾸려가는 미혼모의 얼굴까지를 담당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70년대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너무 두려웠어요. 잘못 연기하면 부자연스러울 수 있어 예민해졌는데 나팔바지와 꽃무늬 패턴 옷이라든가 공장복이 잘 어울려 편해지면서 캐릭터에 녹아들기 시작했어요. 대신 중년의 장미를 ‘책받침 여신’ 유호정 선배님이라 몸둘 바를 몰랐죠. 내가 감히 이 분이 연기할 캐릭터의 청년시절을 연기해도 되나...싶었지만 난 해야겠고, 그랬어요.(웃음)”

말투와 몸짓을 따라하는 건 불가능했고 연기는 감히 흉내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나마 이국적인 외모는 비슷하다고 위안을 삼았다. 감독의 디렉션에 맞춰 연기하는데 집중했다. 당시 장미의 모습이 순정만화 캐릭터 같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에 맞춰 상큼함을 도드라지게 하려 노력했다.

“3년 전 장미 오디션에 참가했을 때 장미의 딸 현아 역할이 더 탐난다고 말했어요. 70년대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었죠. 지금은 서른이지만 그때까진 학생 역할이 커버 가능할 거란 자신감도 충만했거든요. 이젠 절대 못하겠죠. 아쉬워요. 유호정 선배님의 촬영 모습은 딱 한 차례 방해되지 않도록 먼발치에서 지켜봤어요. 따라할 수 없음을 재확인했죠. 딸을 위해 억척스럽게 사는 엄마의 전형임이 확연히 느껴졌죠.”

캐릭터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어렵게 자란 가정환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시트콤 ‘감자별 2013 QR3’의 나진아도 가난한 인물이었고, ‘전설의 마녀’에선 불우한 환경의 미혼모 서미오 역할이었다.

“엄마, 오빠, 저 따로 살면서 돈이 없어 버스 타고 다니고 그랬으니 각박한 삶에 대해선 몰입이 잘 되는 편이에요. 다만 엄마 역할을 힘들었지만. 노래와 안무는 직접 다 소화했어요. 민해경 선배님의 가창은 쭉 뻗는 스타일이지만, 감독님이 춤추는 아이돌 스타일을 원하셔서 거기에 맞춰서 연습했죠. 영화 초반에 공연 장면이 있는데 몸치라 웨이브를 잘 살려내기가 버거웠어요. 더욱이 노래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무난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죠.”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2명의 연기파 청춘스타와 호흡을 맞추는 행운을 누렸다. 이원근은 연인이자 장미 딸의 아빠로, 최우식은 늘 곁을 지켜주는 헌신적인 남사친 순철로 등장한다.

“우식이는 연기 잘하는 걸로 유명해서 존경스럽기까지 해요. 대사의 맛을 잘 살려내는데다 현장에서 본능적으로 연기를 해요. 애드리브가 늘 새롭게 튀어나와 정말 놀랐어요. 인공호흡 장면에선 웃음을 참느라 혼났어요. 내가 남자로 태어나면 저런 느낌으로 하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원근이는 신인시절 같은 소속사에 있으면서 연기학원도 함께 다녔기에 원래 친했어요. 각자의 길을 가다가 다시 이 영화로 만나게 됐죠. 원래 어리숙하고 순둥순둥한 강아지 이미지였는데 개성 강한 독립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깨지고 배운 것들이 느껴졌어요.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요. 멋지고 예쁜 배우들이 차고도 넘치는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죠.”

하연수는 데뷔 무렵부터 특이한 외모와 개성으로 시선을 붙들었다. 하지만 몇 차례 논란에 휘말리며 기대치 만큼의 성장을 이루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랐다.

“연기면에서 부족했으니 기대만큼 크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논란 때문에 내가 배우로서 컸고 안 컸고는 아닌 거 같아요. 다만 개성이 장점이 되기도, 약점이 되기도 해서 서글프죠. ‘감자별’에서처럼 날것의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필해 반응이 좋았던 거 같고요. 나이 들면서 경험하면서 습득하고 완성돼가는 것들이 몇 가지 생겼는데 이제 그런 게 나의 약점이자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과거엔 선배 김현주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웃고 울었다. 최근에는 정인선의 연기가 너무 좋아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내 뒤에 테리우스’를 종영까지 챙겨봤다. 그는 정인선, 이영애, 김민희처럼 자신이 절대 가지지 못할 것 같은 연기 스타일을 좋아한다. 동글동글하게 생겼기에 자신과 다른 분위기의 배우들을 부러워한다.

아홉수였던 지난해,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다행히 서른이 되면서 스르륵 정리됐다.

“이래야 행복한 사람이구나,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준비가 됐고 건강한 갈증을 느끼는 듯해요. 의도치 않은 논란이 일어났던 당시 ‘자살하라’는 메시지까지 받으면서 걷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받았는데 그 과정을 거치며 성숙해졌죠. 불필요한 고집도 버리게 됐고요. 무엇보다 일과 일상을 확실히 분리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일터에선 열심히 일하고 일상에선 웃으며 친구들과 얘기하는 소소한 행복을 얼마나 놓치고 살았는지 새삼 깨달았어요. 지금은 점점 인정하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음을 느껴요.”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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