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영화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미리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고 가는 것이 필수다. 열흘간 상영될 69개국, 300편의 영화 정보를 일일히 찾아보기 힘든 당신을 위해 '후회 無, 감동 有' 기대작 12편을 선정했다.

 

■ 세일즈맨/ 아시아영화의 창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준비 중인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와 라나(타라네 알리두스티) 부부는 새 아파트로 이사한다. 어느 날, 라나는 집에 침입한 괴한의 습격으로 부상을 당한다. 에마드는 아파트의 전 세입자가 두고 간 물건을 단서 삼아 괴한을 찾아 나선 뒤 그를 응징한다. 서스펜스와 복수, 연민, 걱정 등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가 인상적이다. 이란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은 제69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러닝타임 2시간3분.

 

퍼스널 쇼퍼/ 월드시네마

파리에 거주하는 미국인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유명 모델을 대신해 옷과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일을 한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남자친구와 페이스타임을 통해 근황을 체크하고, 집에서 모델의 옷을 입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지내던 어느 날,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오면서부터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는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가상현실 속 현대인을 은유한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러닝타임 1시간45분.

 

■ 패터슨/ 월드시네마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의 버스 운전사 패터슨(애덤 드라이버)는 사랑스러운 아내 로라(골시프테 파라하니), 불도그 마빈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영화는 일과 도중 틈틈이 시를 쓰는 아마추어 시인 패터슨이 도시를 유랑하며 마주하게 되는 풍경과 일상에서 맺는 관계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생각들이 시로 재구성되는 1주일을 좇는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반전이 없음에도 긴장과 몰입을 자아내는 이유는 짐 자무시 감독의 위트와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작품 덕분이다. 러닝타임 2시간33분.

 

■ 나, 다니엘 블레이크/ 월드시네마

과거 목수였던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는 심장이상으로 잠시 일을 쉰다. 실업급여 수령을 위해 찾은 관공서에서는 컴맹인 다니엘에게 인터넷을 이용해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관공서의 책임전가, 비효율적인 업무처리로 인해 다니엘의 권리는 침해 당한다. 다니엘이 관공서에서 만난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따뜻한 휴머니즘을 선사한다. 영국감독 켄 로치의 은퇴 선언 이후 복귀작. 제69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러닝타임 1시간40분.

 

■ 자비의 여신/ 아시아영화의 창

데첸 로데르 감독의 '자비의 여신'은 부탄의 외진 지역에 사는 한 형사가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중 '악녀'로 불리는 매혹적이면서도 베일에 싸인 여성 용의자와 얽히게 되는 내용이다. BIFF의 후반작업 지원작으로 한국에서 후반작업을 완성해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영화다. 감독은 키엔체 노르부 이후 출현한 '부탄의 재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물의 꿈/ 아시아영화의 창

'물의 꿈'은 사막에서 차가 고장 나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주인공이 폐허가 된 마을에서 만나게 되는 노인과 소녀의 이야기다. 촬영이 압권이다. 이란의 거장 파르하드 메흐란파르 감독은 1997년 '종이비행기', 98년 '생명의 나무' 이후 18년 만에 부산을 찾는다.

 

■ 우리 시대의 예술/ 와이드 앵글

단편 옴니버스 '우리 시대의 예술'은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가 제작비를 대고 에릭 쿠(싱가포르) 감독이 기획한 프로젝트다. 에릭 쿠를 비롯해 호유항, 조코 안와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브릴얀테 멘도사 등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 5명의 단편을 모았다. 에릭 쿠 감독은 '다이빙벨 사태'로 지난 20개월간 어려움을 겪은 BIFF를 응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세계 최초로 BIFF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환절기/ 뉴 커런츠

신인 감독들의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에 초청받은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는 진실에 직면한 한 가족의 이야기다. 어머니(배종옥)가 아들(지윤호)이 중태에 빠진 뒤 아들과 친구(이원근) 사이의 비밀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괴로워하던 어머니가 천천히 마음을 여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면서 영화는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명필름영화학교가 제작하고 그래픽노블 ‘환절기’를 쓴 작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 샤룩칸의 팬/ 아시아영화의 창

인도 발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샤룩 칸이 ‘샤룩칸의 팬’에서 1인 2역을 맡았다. 인도 최고의 배우 아리안과 그의 광팬인 청년 고라브를 연기한다. 톱스타의 생일을 직접 축하해주겠다는 일념으로 아리안을 만나러 갔다가 감옥에 갇히고만 고라브의 삐뚤어져가는 팬심을 유쾌발랄하게 그려냈다. 2시간23분에 달하는 러닝타임과 발리우드 특유의 퍼포먼스와 코미디가 속도감 있는 액션과 버무려져 관객들을 매혹한다. 여기에 얹힌 샤룩 칸의 농밀한 연기력은 영화에 큰 매력을 더한다. 러닝타임 2시간23분.

 

■ 오버 더 펜스/ 아시아영화의 창

이혼 후 고향에 돌아와 직업학교를 다니는 40대 남자 시라이(오다기리 조), 그는 어느 날 한 바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는 여성 사토시(아오이 유우)를 만난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두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만만치 않은 현실을 마주할 용기를 건넨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고역 열차’ 등 밝은 미래를 향해 담담히 나아가는 젊은이의 초상을 소묘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시라이와 사토시 두 인물과 주변인을 통해 일본 및 한국의 젊은 세대가 경험하는 사회 문제를 냉소적으로, 하지만 희망차게 바라본다. 러닝타임 1시간52분.

 

■ 하모니움/ 아시아영화의 창

‘하모니움’은 철공소를 운영하며 여우 같은 아내, 토끼 같은 딸과 함께 무난한 삶을 사는 남자 도시오(후루타치 간지)와 수감 생활을 마치고 찾아온 친구 야사카(아사노 다다노부) 사이의 어색하고 불편한 동거를 담았다. 평범한 가족의 일상 가운데, 이물감을 선사하는 야사카의 존재는 도시오 가족에게 증오와 죄의식을 남긴다. 이로써 영화는 인간 본성을 내밀하게 탐구한다. 남다른 메시지에 ‘하모니움’은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러닝타임 1시간58분.

 

■ 신 없는 세상/ 플래시 포워드

치매 걸린 노인들을 간병하면서 신분증을 훔쳐 돈을 모으는 가나(이레나 이바노바). 범죄가 일상이 돼버린 그녀는 새로운 환자 요안을 만나며 어긋나버린 인생에 바로잡기를 시도한다. 꿉꿉한 화면만큼 가나의 일상엔 생기가 없다. 마치 의욕 없이 살아가는 ‘헬조선’ 청년들과 닮았다. ‘신 없는 세상’이란 제목에서부터 도덕이 상실된 세계관을 천명한 영화는 한숨만 유발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깊고 심오한 메시지를 남긴다.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 러닝타임 1시간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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