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배우 김인권이 최근까지도 남자들은 샤워 시 비누 하나로 헤어부터 바디까지 다 해결하는 줄 알았다고 고백하자 출연진은 외계인 쳐다보듯 그를 바라봤다. 샴푸와 린스, 클렌징 폼, 바디워시 등 부위별 세정제에 익숙한 이들에게 비누는 손빨래할 때나 쓰는 것쯤으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비누는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등장했다. 기원전 2800년경 바빌로니아인들이 짐승의 기름과 재를 섞어 최초의 비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18세기 화학 연구 및 발전을 거쳐 현재와 같은 모습의 고체 비누가 탄생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비누 하나로 온몸을 씻는 일이 흔했지만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비누는 욕실 수납장 구석 자리로 물러났다.

이랬던 비누가 최근 취향과 감성을 담은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소확행’이나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소비 경향의 확대로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패키지가 예쁘거나 좋은 성분을 담은 비누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비누들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스타일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은 기본이다. 무심한듯 조각낸 세련된 디자인부터 케이크, 마카롱, 과일을 똑 닮은 귀여운 모양까지 요즘의 비누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예쁘며 향기 또한 매력적이다.

사진=러쉬 제공

이렇게 예쁜 비누를 고를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화학성분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며 최근 많은 수제 비누들이 이를 배제하는 추세지만 일부 제품에는 여전히 SLS/SLES 등의 합성계면활성제, CMIT/MIT 등의 살균보존제, 파라벤류, 인공 색소, 인공 향 등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

특히 향을 중시하는 비누의 특성상 인공 향이 첨가된 제품이 많은데 인공 향의 부산물인 프탈레이트는 내분비 호르몬을 교란시켜 남녀 생식 시스템의 결함을 야기한다고 알려진 성분이다. 따라서 비누를 구매할 때는 디자인뿐 아니라 예쁜 색과 향을 내기 위해 몸에 해로운 성분이 첨가되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영국 친환경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는 향과 색채, 친환경 철학으로 소비자를 매혹한다. 과일, 채소, 에센셜 오일 등 자연성분을 원료로 강렬한 향기와 화려한 색채의 비누를 만든다. 출범 초기부터 환경보호, 동물실험 반대, 과대포장 반대 등을 통해 가치를 좇았다. 믿을 수 있는 생산자로부터 원재료를 직접 구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포장재에서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블랙 팟’과 스카프로 재활용할 수 있는 보자기 ‘낫 랩’을 사용한다.

사진=닥터 브로너스 제공

엷은 미색과 반듯한 네모 모양을 가진 닥터 브로너스의 ‘퓨어 캐스틸 바솝’은 다소 투박해 보이는 외양이지만 비누 본연의 세정력은 물론 사람과 동물, 지구 환경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했다. 합성화학성분 없이 미국 농무부(USDA) 인증 유기농 원료로 만들어지며 미생물에 의해 무해 분해돼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생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데다 동물성 원료 역시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에센셜 오일을 함유해 총 11가지의 자연적인 향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100% 재활용된 종이와 수용성 잉크를 사용한 친환경 포장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비누가 잘 무르지 않는 겨울은 고체 비누의 은은한 향과 고유의 사용감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비누를 오래 보관하고 싶다면 표면의 물기를 제거한 후 한지나 습자지를 여러 장 감싸준 뒤 신문지로 겉면을 한 번 더 감싸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도록 한다. 비누 망에 넣어 사용하면 습한 욕실에서도 잘 무르지 않고 작아진 비누도 끝까지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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