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된 건 벌써 2년 전. 극장 개봉은 다소 늦어졌지만 영화 ‘메이트’(감독 정대건)는 그간 전주국제영화제, 바랴사브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처음 만났다고 했지만 모처럼의 재회에도 정혜성과 심희섭 사이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스크린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한 정혜성에게 심희섭은 남다른 의지가 되어줬다. 정혜성은 첫 영화 상대역으로 심희섭에 대한 느낌을 묻자 “너무 좋았어요 오빠가 편안하게 해주셨어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현실연애를 통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니 만큼 스킨십 연기도 적지 않았다.
“오빠가 여자팬들이 많아요. 여심을 많이 울리셔서(웃음). 오빠는 말 그대로 영화를 많이 찍으셨으니까, 믿고 편안하게 했던 거 같아요. 스킨십 연기가 그렇게 부담이 크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몰입해서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최근 드라마 ‘사랑의 온도’,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순정남으로 변신했던 심희섭은 영화 ‘메이트’를 통해 모처럼 지질한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준호를 연기하게 됐다. 준호 캐릭터에 대한 지적에 심희섭은 “지질하다고 생각 안 했어요”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혜성은 “아니에요. 준호 진짜 찌질했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희섭 오빠가 준호 캐리터를 재미있어 했어요. ‘이렇게 하면 더 찌질하지 않을까?’ 하면서, 찌질함과 소심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연구하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2년만에 스크린으로 다시 영화를 보게된 소감을 물었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심희섭도 정혜성도 각자의 영역에서 조금 더 성숙하고 발전해 있었다. 심희섭은 “진짜 그때로 돌아가고 싶더라고요. 어려보여요”라고 했지만 정혜성은 “지금의 제가 좋은 거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여배우는 성수미가 중요한 거 같아요. 요만큼이라도 성장하지 않았을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성숙미와 차분함같은 장점이 있잖아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거 같아요”
언뜻 청춘의 연애를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메이트’는 N포 세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요즘 말로 ‘뼈 때리는’ 현실 묘사에 놀랐다고 했더니 정대건 감독의 경험담이 일부 반영돼 있다고. 두 사람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게 얼만큼 동질감을 느꼈을까.
심희섭은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때 풋풋한 20대 연애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매장면에 집중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안타까운 내 옛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똑같은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고, 예전의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반면 정혜성은 “맺고 끊는건 정확해야 하는구나 싶었어요. 은지가 용기내서 한두마디만 했었어도 둘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거고, 준호를 잘 달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은지 자체도 불안정한 상황과 심리상태 때문에 그렇게 못한 거지만, 더 사랑을 주고 이끌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현실의 벽 앞에 표류하기 전까지 영화 속 준호와 은지에게도 설레는 연애 감정의 순간이 찾아온다. 개인적으로 어떤 장면이 가장 예쁘냐는 말에 심희섭은 코인노래방 뽀뽀신을 꼽았다. 정혜성은 포스터로 사용되기도 한 귤 먹는 장면이 좋았다고.
알고보니 평상 위에서 귤을 먹는 장면은 연출이 아닌 우연히 만들어진 장면이었다. 정혜성은 “저때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스케치 영상을 봤는데 서로 기대고 있더라고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엄청 자연스럽게 찍힌 거에요. 주변에 귤이 있길래 먹었던 거고, 추우니까 담요를 덮었던 거고요”
‘메이트’ 개봉 시기를 두고 정혜성, 심희섭은 “좋은 거 같아요”라고 입을 모았다. 추운 날씨에 보기 좋고, 무엇보다 개봉자체에 대한 의미도 컸다. 영화를 보러 찾아올 관객들의 관전포인트를 제시해달라고 부탁했다.
심희섭은 “제가 생각할 때는 멘트가 여느 멜로 영화처럼 매끄럽고 달달한 편은 아닌 거 같아요. 현실감이 많이 드러나 있어요. 둘 사이에서 자신의 과거, 자신이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멜로인 동시에 팍팍한 현실도 그려지고, 어그러진 관계를 통해서 두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는 씁쓸하지만 풋풋한 연애에요”라고 설명했다.
정혜성은 “전체 두 사람의 심리에 집중해주셨으면 해요. 상황마다 대사마다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인의 대화가 많은 거 같아요. 남녀 사이의 대화에서 미묘하게 엇나가는 게 있어요. 첫 영화이다 보니까 기대도 많이 했고, 욕심도 많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컸어요. 욕심에 비해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생각보다 영화가 잘 나와서 좋아요”라고 전했다.
사진=싱글리스트DB(라운드테이블 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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