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은 마치 5명일 때 완전한 ‘독수리 5형제’처럼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5명의 배우의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다. 진선규는 ‘극한직업’에서 사건 해결보다는 사고 치기를 밥먹듯이 하는 트러블 메이커 마형사 역을 맡았다.

마형사가 일으키는 사건사고에 마약반 형사들은 그에게 한 방 먹이기도 하며 유쾌한 코믹 호흡을 보여줬다. 하지만 동시에 마형사는 잠복 수사를 할때는 치킨집의 절대 미각 주방장으로 변신해 마약반 잠복근무지를 전국적인 치킨 맛집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하는 기상천외 캐릭터기도 하다.

전작 ‘범죄 도시’에서 위성락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진선규이기에 이러한 모습은 새롭다. 그러나 배우 본인에게 코믹 연기는 처음이 아니였다고. 진선규는 ”연극에서 코믹 캐릭터를 해봤다“며 ”연극에서 하는 것과 카메라 앞에서 하는 것은 다르더라. 연극은 다시 복기할 수 있는 연속성이 있는데, 여기는 순간적인 컷이나 중요하다. 순간적으로 생겨나는 게 없어지기도 해서 최대한 첫 테이크에 잘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이병헌 감독에게 특별한 디렉션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병헌 감독님은 마형사를 할 때 일차원적인, 즉각적인 반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하면, 사람이 맞으면 ‘아’가 바로 나오는 반응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웃는 것 같은 반응이다“라며 ”일반적이지 않은 리액션을 찾자고 했다. 감정적으로, 상황적으로 일반적인 반응에 익숙해져 있어서 처음에는 그걸 찾아가는 게 힘들었다. 끝까지 숙제였다. 감독님이 원하는 건 더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라고 ‘극한직업’ 촬영하는 동안 고민했던 부분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 배우들이 큰 힘이 돼줬다며 진선규는 ”저에 대해 인식을 하긴 하지만 현장에서 류승룡 선배와 하늬, 동휘, 명이가 있어서 굳이 설정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반응 때문에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일단 독수리 5형제 안에 있을 때는 든든하고 편안하게 촬영했다“며 ‘극한 직업’ 촬영 현장의 훈훈함을 전했다.

‘범죄도시’에서는 악랄하다 못해 소름끼치는 악인 위성락으로, ‘극한직업’에서는 어리버리 마형사로 분했던 진선규의 실제 인상은 참 다르다. 영화 속 인상이나 느낌이 거의 없어 마치 ‘내가 다른 사람을 봤나’ 싶기도.

이에 진선규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사람들에게 위성락이 깊이 각인이 됐을때는 의심의 눈을 받았다. ‘이게 진짜예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했다. 지금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어서 덜하지만 그때는 그게 더 심했다“며 ”배역을 맡으면 제 모습이 없어지는 걸 좋아한다. 물론 이것도 나지만 어떻게든 180도 다른 무언가를 넣으려고 한다. 저를 없애고 배역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예전부터 그 점을 고민했다. 연극에서도 분장을 먼저 받거나 극단에 설 때는 제가 하면서 현장에서 조금 빨리 준비하는게 좋았다. 그 사람의 사고를 생각하면서 말이다“라고 배역에 몰입하는 순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소드 연기를 하는 건 아니라며 그는 ”저는 메소드가 아니다. 금방 빠져나온다. 사람들이 ‘그 역할에 물들어지고 그거에 대해 고민하면 배우로서 빠져나오기 힘들지 않아?’라고 묻는데 저는 ‘아니? 나는 컷하면 빠져나와’ 한다. '그걸 유지한다고 해서 뭐가 좋나?'라고 생각한다. 순간적으로 빨리 상상하고 벗어나는게 좋다. 그리고 어차피 집에 들어가면 애기들이 있어서 아빠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형사는 특유의 딱 달라붙은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인 캐릭터. 비범하지 않는 캐릭터의 인상을 만드는데 이 헤어스타일이 큰 역할을 했다. 진선규는 이 머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말해줬다. 

”그때 막 ‘사바하’ 때문에 삭발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다음 '극한직업'에 들어가기까지 두 달이 남았는데 이 상패로 마형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안으로 가발을 주셨다. 그런데 가발이 아무리 자연스러워도 인위적인게 티가 나더라. 액션도 있고 해서 길러보겠다고 했는데 2cm 스포츠 머리가 됐다. 밋밋한 것 같아서 어떻게 해볼까하다가 감독님과 얘기를 했다. 그러다가 ‘말 가죽처럼 붙일 수 있을까요?’했는데 ‘비와이처럼요?’하더라. 제 머리가 직모라 붙을까 했는데 미용실에서 다운펌을 계속해서 머리를 붙였다. 뜨면 가서 다시 붙이고. 그래서 두피가 많이 안좋아졌다. 애기 원숭이 시저처럼. 그렇게 됐다“며 ”비와이처럼 머리 멋있게 가보자 했는데 웬걸, 깍다만 머리가 됐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설연휴를 앞두고 대목에 개봉하는 '극한직업'. 자신있냐는 질문에 진선규는 "자신보다는 설렌다. 어떻게 보여질 지 궁금하다"며 "어떻게 보면 한국영화 관객들이 조금 줄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물꼬를 탁 트여서 한국영화가 앞으로 더 많이 관객들에게 사랑받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흥미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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